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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리뷰  서울에서 정동진까지 221km를 걷다 - 도시속작은학교

2013.05.03 10:51:05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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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은 유난히도 늦게 찾아온 듯합니다. 매서운 추위가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만 같았죠. 하지만 4월이 되자 길가에  꽃이 피었고 가지마다 연초록 새잎이 올라왔습니다. 꽃과 나무가 만드는 풍경을 만끽하며 걷기에 좋은 봄 길을 따라 많은 대안학교들이 도보여행을 떠납니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도시속작은학교 친구들도 도보여행 길에 올랐습니다. 4월 24일, 서울 상일동역에서 출발해 팔당, 양평, 횡성을 거쳐 대관령을 넘어 최종 목적지인 정동진까지 221km를 걷는 길. 
여행의 마지막 날인 4월 30일,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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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동안 194km를 걸어 강릉에 도착한 이들의 발바닥은 물집이 가득하고, 다리 군데군데 테이핑 자국이 있었습니다.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다리의 온 근육이 아파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리는 아파도 활기 가득합니다.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즐겁게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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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쉼을 가진 이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네 시간을 넘게 걷고 나서야 마지막 종착지인 정동진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걷는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고, 아픔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늘어났습니다. 서로를 부축해 주기도 하고, 한 친구를 위해 모두가 걸음을 멈추어 기다려 주기도 했습니다. 맨 앞에서 친구들을 인솔하던 명진은 “다 왔다!”고 외치며 친구들과 동생들이 기운을 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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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가 넘었습니다. 코에 닿는 바다 내음이 진해지며, 이 도보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정동진 해변. 불꽃을 쏘며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셨던 부모님께 달려간 친구들은 서로를 얼싸 끌어안고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크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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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여행이 준 의미는 참여한 이들 각자마다 다를 것입니다. 5월부터 도시속작은학교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가르쳐주실 자원봉사 선생님은 미리 친구들과 만나고 더욱 친해지고 싶어 함께 하셨는데요. 여행을 하면서 교사로서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김승섭 길잡이 교사는 7박8일 내내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보다 깊이 아이들을 알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또 자신은 걷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도보여행 동안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며 왜 저 친구는 힘들어할까? 생각하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는 친구도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면서 과거를 회상한 친구도 있고, 뜨거운 햇볕과 갑갑하게만 느껴지는 길 위에서 화나고 짜증났던 순간을 보낸 친구도 있습니다. 또 그것을 넘어 도착했을 때의 기쁨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여행을 통해 어떤 것을 느끼고 상상했는지 세밀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221km를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채워나가며 각자의 마음에도 무엇인가를 채웠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나의 도전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친구들에게는 또 다른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7박 8일 동안 느낀 변화무쌍했던 감정들과 정동진 해변에 다다랐을 때 내질렀던 큰 외침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