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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06 너는 대안학교, 너는 안 대안학교 - 김경옥(민들레)

2014.01.13 15:24:22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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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대안학교’, 너는 ‘안 대안학교’?
 
김경옥/ 격월간 <민들레> 편집주간, 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
 
 
2005년 3월 25일 ‘미인가 대안학교 양성화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초중등교육법 60조 3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안학교를 국가가 인가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대안학교 제도화’는 어느 순간 갑자기 물 위로 떠올랐다. 3년 전 교육부에서 대안학교들을 양성화하겠다는 법안 발의 제안을 들은 대안교육운동 진영은 오히려 황당해 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고민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성찰해, 내용과 방향성을 검증받고, 이어서 사회적 인증을 받는 순서로 가는 게 대안교육의 철학이나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흐름이 될 거라는 생각들이었다. 제도화는 아직 먼 이야기로 교육내용이나 철학을 더욱 튼실하게 꾸리고, 지금은 내부 역량을 키워나갈 때라는 점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우리들이 이만큼 노력해서 내용을 만들어 왔으니 이젠 사회적 인정과 지원을 부탁한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다. 이런 대안교육 진영의 바람과는 달리 교육부는 늘어나는 비인가 대안학교들을 보며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거리 정도로 인식했을 수도 있겠다. 좀 더 호의적으로 말하면 좋은 교육하느라 고생하는 이들을 좀 도와줘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게다가 교육부의 큰 정책기조가 교육형태의 다양성 확보(철학적 배경은 뒤로 하고)도 있으니 정책제안 담당자에게는 서둘러도 좋을 사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서로 엇갈린 시작이지만 내친 걸음이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제법 힘차게 내딛은 걸음이었지만 법이 통과되고 나서는 영 힘이 붙지 않는다. 구체적인 인가 기준을 만드느라 법이 통과되고 두 해가 다 된 지금도 교육부는 설왕설래를 거듭하고 있으니 말이다.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대안학교 제도화 자체가 갖는 한계 탓도 있으리라 본다. 과연 국가가 ‘대안학교’를 ‘인가한다’ ‘안한다’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안학교’라는 말 자체가 국가중심의 현 교육체계가 아닌 새로운 교육 틀을 제안하고 실현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그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사실 힘들다. 어떤 학교가 ‘대안학교’인지, 시설과 교사자격은 어떠해야 하는지, 교육과정은 얼마나 자율적으로 가능한지 이런 점들을 한번도 대안학교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국가가 정하려니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교육부는 시행령을 만들기 위해 민간연구팀에게 안을 의뢰하기도 하고, 그 안을 붙들고 몇 달을 고민했지만 아직 구체적 내용이 만들어지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대체적인 가닥은 잡힌 듯 하다. 문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니 특성화학교보다는 조금 더 문턱을 낮춰 대안학교로 진입하게 하고, 그 문턱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문턱을 넘을 조건이 안 되는 미인가 상태의 대안교육 현장에도 나름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대안학교의 자율성을 위해 시행령이 더 물러서주기를 원하지만 국가는 또 그 나름대로 뒷걸음칠 수 없는 선이 있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가닥 지어진 대안학교 법제화는 학생 입장에서는 검정고시를 따로 치지 않고도 자기 학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교사 입장에서는 학부모 조합의 고용 구조에서 벗어나 교사로서의 사회적 지위가 확보된다는 것, 학교 입장에서는 재정적ㆍ행정적인 어려움을 벗어나 안정적인 발판을 얻는다는 것으로 그 의미를 아주 단순하게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대안교육의 탈만 썼지 교육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학교들만 이번 법제화의 수혜 대상이 될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대안교육운동 주체들 스스로가 자기 점검과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가 대안이고, 그 대안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지 끊임없이 살필 때 법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넘어 사회적인 인가가 가능해지리라 본다.
너는 ‘대안학교’, 너는 ‘안대안학교’는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