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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다시보기] 대안학교 지원 공모사업의 진화를 위해

2011.02.11 17:34:52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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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가 대안학교나 공부방 등 학교 밖 작은 배움터들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껏 오롯이 시민 활동가와 학부모들의 힘으로 틔워낸 싹에 민간 재원이 지원되니 가뭄에 단비 오듯 반가운 일이다.


 


  미인가 대안학교나 공부방 등 학교 밖 작은 배움터들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껏 오롯이 시민 활동가와 학부모들의 힘으로 틔워낸 싹에 민간 재원이 지원되니 가뭄에 단비 오듯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공모사업이라는 것이 대안학교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인 경우가 많다. 지원 재정이 학교 운영에 큰 도움이 되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외부 기관의 기준과 요구에 맞추어 사업을 하다보면 자율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관의 공모사업이 대안적 학습공간들을 꽃피우도록 만들려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공모사업은 학교 밖 작은 학습공간들의 ‘기반’을 튼실히 하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사람은 만남과 관계를 통해 성장하기에, 교육의 기반은 결국 사람 즉 교사라 할 수 있다. 작은 학습공간의 교사들은 10대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북돋우는 지지자이자 길잡이이며 성장 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교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작은 학습공간들도 안정된다. ‘멋진’ 프로그램은 그 다음의 일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공모사업에서 교사에 대한 지원은 드물었고 거개가 프로그램 지원에 치중해왔다. 사실 작은 학습공간에서 일하는 교사들에 대한 지원은 국가 재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도 학교 안이건 밖이건 청소년들을 만나는 교사는 교육의 ‘인프라’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이런 지원을 국가에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민간 영역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청소년 프로그램을 공모할 때, 누가 그것을 운영하며, 청소년들이 누구를 만날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동시에 이루어졌으면 한다. “00재단 기금 교사” 등의 이름으로 학교 밖 교사들을 지원하는 공모 사업이 있다면 우리 사회의 기초 교육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양적 평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지원 및 평가 기준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학교 밖 학습공간은 대개 탈체제화한 청소년들이 떠도는 제도적 공백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지식의 전달과 수용이 아니라, 세심한 마음씀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맺음에 가깝다. 프로그램들도 제도권 학교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웠던 실험적 모델들이 많다. 이런 사업과 프로그램의 성과를 ‘연인원 00명’으로 재기는 어렵다. 정책 분야에서 통용되던 투입·산출 모델이나, 시장 영역의 비용 대비 효율성 기준으로 새로운 교육 모델들의 의미와 성과를 진단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사회적 의미와 긴요함, 시대적 적합성과 실험 정신 등을 고려한 새로운 사업 평가 기준이 개발되고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모 사업의 경험과 성과를 정보화하고 이를 공유하는 다양한 네트워크가 가동되어야 한다. 작은 학습공간에서는 획일적인 제도 교육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인턴십, 봉사학습, 문화예술 교육들이 제각각의 색깔로 어우러지는 곳이 이런 배움터들이다. 대안적 학습 프로그램들은 거꾸로 공교육에 영향을 미쳐 정규 프로그램으로 도입되기도 하였다. 작은 학습공간들은 우리 사회 전반의 교육력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안적 학습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은 평생학습 사회로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공공적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사업의 성과는 우리 사회에 학습에 대한 영감과 창조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자료화되고 정보화되어야 할 것이다. 학습 축제로 기획되는 사업 발표회나 간담회, 보고서 발간과 출판, 온라인 아카이브(archive)와 같은 사업들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대안학교 교사 3년이면 벤처 기업을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기본 재정의 부족분을 사회적 재원을 끌어들여 메워야하는 대안학교 운영 방식이, “되는 아이템”을 기획하여 투자를 유치하는 벤처 사업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하는 얘기이다. 물론 대안학교 교사들에게는 시대와 사회를 꿰뚫는 통찰과 기획력이 필요하지만, 지원 단체의 공모에 당선될만한 ‘아이템’을 찾아나서는 상황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교육은 안정적인 긴 호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 밖 작은 학습 공간 공모사업은 개별 프로그램 지원을 넘어서서 학습의 기반을 만드는 사업으로 진화할 때이다. 시민사회의 에너지와 민간 재원이 만나 국가의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교육정책 사각지대를 뚫고 성장의 길을 터가야 한다. 대안학교와 지원 기관 간에 꾸준한 소통과 상호학습이 필요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