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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길 위의 내 친구들

작성자관리자

날짜2009-12-01 21:00:00

조회수5920


 길 위의 내 친구들


 


방배유스센타 부설 청소년 누리 김대현


 


 매년 청소년의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학교 부적응, 중도탈락, 가출 청소년의 수는 오히려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2006년 이후 한해 평균 7만여 명, 서울시에서만 1만 6천여 명의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 둔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곳에서 수용할 수 있는 청소년은 전체의 5.5%에 불과하다.


 


<그럼 그 아이들을 만나볼까?>


 “그럼 나머지 94.5%의 청소년들은 어디에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위해 방배유스센터 부설 청소년누리에서는 ‘거리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대학생 자원봉사를 모집하고 거리로 나설 계획을 세웠다. 매주 1회 청소년들이 모여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먼저 공원, 건물의 뒷골목, 피씨방 근처 등 사람들의 왕래가 적고 청소년들이 흡연하기에 좋은 장소들로 물색을 하며 청소년들의 주 활동 거점을 선정했다. 그렇게 준비가 끝나고 처음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러 밤거리를 나섰다. 막상 계획을 세우고 길을 나섰지만 거리의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며 다가갈지 너무 나도 막막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나 역시 일반적으로 ‘학교를 안 나가는 청소년들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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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상담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찾아 거리를 떠도는(?) 거리상담 매니저들>


 


 하지만 우리가 만난 아이들은 역시 10대였다. 거리에서 만난 10대 아이들은 역시 아이의 마음과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관심과 호의를 가져주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서인지 점점 적극적으로 내 이야기에 대답을 해주기도 했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청소년을 주로 만나는 활동 시간은 저녁9시에서 11시정도였다. 그 시간동안 만난 청소년들은 그 후 더 늦은 시간에도 밖에 있거나 다른 무언가를 위해 돌아다니고 있을 테지만 아직 파악되지는 않고 있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우리가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대부분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를 싫어하고 학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 흔히 부적응 청소년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이었다.
 우리가 주로 활동했던 이수역 부근에는 한 특성화 고등학교가 있다. 아이들은 이 학교가 흔히 일반 학교에서 탈락한 후 찾아가는 마지막 교육 현장이라고도 얘기한다.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 중 이 특성화 고등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이 꽤 많았다. 이런 청소년 중 일명 ‘자유인’이라 일컬어지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말하는 ‘자유인’이란 학교를 가고 싶을 때 가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간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칭이다. 등하교는 물론 출석에도 자유롭다고 한다. 이 아이들의 생활을 보면 보통 저녁이나 새벽까지 놀다가 학교에 제일 먼저 등교하여 자리에 누워 잠을 자면서 오전 수업을 보낸다. 그리고 오전 수업이 끝날 때 즘이면 가방을 들고 무단 조퇴를 한다. 학교에서는 “출석일수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출석이라도 잘 해”라고 하지만 자유인에게 출석은 중요치 않다. 교사의 말을 무시하거나 어떨 수 없이 오후까지 앉아만 있다가 간다. 보통 교사의 말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친구들은 제적이 되지만 이 학교의 경우 퇴학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주는 방법을 택한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자유인’들을 거리에서 만나고 청소년누리로 초대하여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는 중이다.
 


<학교를 나온 아이들>


 물론 학교를 안다니는 청소년들도 생각보다 많이 만났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상황에서의 일상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대답은 거의 동일했다. 대부분 오후 늦게 일어나서 친구들 만나서 놀고 새벽이나 아침에 다시 잠들고 오후 늦게 일어나는 일상생활이 계속 반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 생기는 시간은 잠자거나 그저 컴퓨터를 하며 보낸다고 한다. 청소년들은 “이렇게 사는 게 싫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무엇을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안타까워도 이렇게 밖에 살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아침에 일어나면 청소년누리로 와보라고 권유해보았다. 그리고 그 청소년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함께 발전해 나가자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에서는 나의 제안에 고민하는 모습들도 보여 내심 기대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후 그 청소년은 누리에서도 길 위에서도 그 친구들을 다시 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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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껍질씩 벗기다 보면>


 길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은 이야기를 하다보면 진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연기자처럼 어른들에게 쉽고, 그리고 리얼하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나 리얼하다보니 이야기를 하던 중에는 의심이 들지 않는다.
 재미있는 예로 7월 경 두 명의 청소년을 거리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러던 중 10월에 그 두 청소년이 기존에 청소년누리를 오가던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였다. 그때는 나와 그 청소년들이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야기를 하던 중 그 때 만난 청소년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속적으로 청소년누리를 다니며 관계를 쌓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처음 7월에 거리에서 이야기 했던 것은 이름을 빼고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청소년 누리에서 계속 만나며 마음이 열리고 욕구도 파악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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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다>
 이 청소년들은 현재 가출한 상태로 알바를 하며 방값을 마련하고 있다. 한 친구는 앞으로 돈을 모아 옷가게를 마련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자기들에게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고라고 하며 이루어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세상을 겪어본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보다 생각이 더 닫혀있다.
 자신만의 계획이 이미 세워져 있고 어른들의 조언은 들을 생각도 않는다. 이 친구들과 청소년누리에서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이들이 모르는 많은 것들이 세상이 있고 도와줄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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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만나다 보면>
 길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은 우리들이 궁금한지 여러 질문을 던진다. “뭐하는 사람이에요? 직업이 뭐예요?” “이런 거 왜하는 거예요?” “얼마 받고 일하는 거예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등 개인적인 질문부분부터 직업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갖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러다보니 우리에게 갖는 궁금증이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소스로 작용하기도 했다. 청소년지도사로서의 일을 함과 동시에 이 직업을 알리거나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것보다 그 질문을 통하여 청소년들과의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대화가 필요해>
 늦은 밤까지 눌러 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 눈앞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멀어져 거리를 떠돌고 있지만 그래도 사회에서 삐딱하게 바라보는 거리상담을 준비할 때에 “문제를 일으키고 위험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은 사라져 있었다. 이 아이들은 아직은 겉보기보다 마음이 여린, 그리고 주변의 진실 된 관심이 필요한 10대였다. 사회에서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고정관념이 이 친구들의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아직 우리가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은 소수에 불과하다. 아직도 길거리 어딘가에는 관심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더 많이 모여 있을 것이다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문제라는 껍질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들이 청소년누리를 찾아오면서 관계를 쌓아 올 수 있었던 것은 어른들과의 진솔한 대화와 관심에 마음이 문이 조금씩 열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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