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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별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리는 가장 보통의 존재. 학교 밖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이들 “노마드 움직이는 학교”

작성자관리자

날짜2009-11-11 17:00:00

조회수6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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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학습프로그램 “노마드-움직이는 학교”는 아름다운학교가 <겸손한 미술관> 작가들과 함께 기획·진행한 프로그램으로, 작가와 탈학교 10대들이 미술을 통해 소통하고 형식 없이 놀아보는 시간이었다.



2주간, 8회차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새롭게 만난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학교로, 작가들의 작업장으로, 숲 속으로 작업 공간을 옮기며 하나씩 작품을 만들어 가며 전시회까지 짧은 여정을 마쳤다.



이 짧은 시간에 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물어보기 위해 아름다운학교 길잡이교사 이희정 선생님, 노마드 움직이는 학교를 기획한 <겸손한 미술관>의 오정석 선생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이제는 아름다운 학교에 둥지를 튼 은영이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학교 밖 청소년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어떤 기대가 있었나요?



이희정 : 아름다운학교에서 이미 학교 밖 아이들을 만나고 있으면서도, 학교 밖에 있는 다양한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고민도 되었어요. 학교 밖 아이들의 생각은 대체로 부정적일 것이란 사회의 고정관념을 옳지 않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프로그램을 통해 또 다른 학교 밖 아이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두려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 또한 그런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오정석 : 처음에 저희는 '탈학교'라고 지칭했었는데, 우리는 그 이름에서 어떤 선을 넘어선 혹은 틀 바깥을 알아버린 청소년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예술적이고 감상적인 확대해석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어떤 틀을 넘어선 아이들이란 생각에 왠지 여타의 다른 프로그램기획보다 '한 꺼풀' 더 걷어내고 날스러운 안을 들이 밀어도 수용될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마치 버려진 늑대소년이 야생의 털이 뒤덮힌 채 우리 앞에 걸어올 줄 알았다고나 할까 ㅎㅎ


 



   학교 밖 청소년에게 어떤 기대감 또는 걱정을 안고 시작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이희정 : 획일적이고 고정적인 교육으로 인한 단조로움으로 배움에 흥미를 가지지 못한 아이들에게 다양한 작업과 미술 활동을 통해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찾도록 하며, 공교육의 부적응으로 소속감이 없는 탈 학교학생들에게 대안교육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했어요. 노마드 미술학교를 통해 학교 밖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하였고, 대안학교로의 연계를 통해 배움의 길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요.



오정석 : 노마드 미술학교는 솔직히 고백하건데, 참가자들만이 아니라 우리들을 함께 배려했던 기획이었어요. 이일 저일이 겹쳐있어 정해진 긴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웠어요. 또한 강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형식적 주체임을 풀어헤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전달과 수용이라는 이원화된 진영을 풀어버리려 했습니다. 그래서 뚜렷한 목표가 없는 것이 역설적인 목표였다고 말할 수 있지요.


 



   어떻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곽은영 : 학교를 다니지 않고 휴학 중이예요. 노원에 사는데 복지관 선생님께서 나의 적성에 잘 맞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추천해 주셔서 참가를 결정하였어요.



은영이 뿐만 아니라 노마드 움직이는 학교에는 7명의 청소년이 참여하였다.
자신을 개성 강한 성격의 소유자라 소개하며, 친구도 뭐도 없이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놀거나 선택할 게 그 둘 밖에 없어 좀 더 다양성을 인정하는 세상으로 나오고 싶었다는 돌고래,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결석이 잦아질 때 선생님께서 "너 왜 학교 안 오니?"라고 말해주었다면 학교를 더 다녔을 것 같다는, 지금은 아르바이트에 열심인 반달곰,
지금은 청각장애가 있지만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청각이 점점 좋아질 것을 희망하며 내년에 대안학교로의 입학을 준비하는 엘로,
학교를 다니긴 하는데 늘 ‘계속 다녀야하나?’ 회의가 많다는 희정이와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은지가 함께하였다.


 



   노마드 움직이는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어떤 활동을 했고 무엇을


   배웠나요?



곽은영 : 재활용품을 이용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었어요. 또한 친구들과 친해지는 법을 알게 되었던 것 같고 만남에서 그리워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겨 무척 좋았어요.



이희정 : 다양한 조각활동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자 하였어요.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정해진 작품을 만드는 것 보다는 만들고자 하는 것을 스스로 정해나갔어요. 뭔가 할 것을 정해주지 않으니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것을 만들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완성된 작품을 통해 모두가 자신만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짧은 기간의 프로그램에 너무 무리한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이 만남을 통해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요?



곽은영 : 친구들과의 관계성을 배우게 되었어요. 만드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나 무엇이든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는 아름다운학교에 다니기로 결정했어요. 얼마 전 아름다운학교에서 떠난 여행에도 함께 갔다 왔어요. 내가 배우고자 했던 것 위주로 공부하게 되었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어요.



이희정 : 새로운 활력을 찾아가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학교 밖 아이들의 생각은 대체로 부정적일 것이란 고정관념도 있었지만 이번 참가한 아이들을 보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밝은 모습이어서 저도 배운 점이 많았어요. 배움을 주고자 하는 교사입장에서 그런 긍정적인 아이들 모습이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노마드 미술학교"를 진행하면서 즐거웠던 점, 혹은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요?



이희정 :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하는 프로그램이라 지리적인 위치가 멀어 힘들 수도 있었지만 항상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서 교사들이 더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고 조각을 하면서도 서로의 이야기를 교사 학생 할 것 없이 진솔하게 풀어나가면서 서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어요. 남양주 수동 공방에서 자연과 함께 공동 작품으로 집을 만들고 숲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만들 작품의 재료를 구하면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아이들과 하나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나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진행 일정이 짧아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못해주었다는 거예요.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해요.


 



   오정석 선생님께서는 대안학교와 공동 작업을 하면서 어떠셨는지,


   앞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오정석 : 대안학교와 인연을 가지면서 좋았던 것은 대상자들이 학교라는 제도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자각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이 여타의 다른 대상들과 다른 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점이 제도에 대한 틀 밖을 꿈꾸는 예술의 한 과제와도 잘 맞닿는 지점인 것 같고요. 징검다리 프로그램을 마치고 뒤풀이 자리에서 아름다운 학교 교장선생님과 내년도 수업에 대한 스케치를 나누었는데, 그 분은 시간과 고정 교과식의 구분을 느슨하게 해체한 수업을 우리를 통해 구상하고 계셨어요. 수업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은 수업. 그리고 카테고리도 '상상력'이라고… 이렇게 우리에게 던져진 공을 가지고 우리는 약간은 들뜬 마음에 이런 저런 자유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어떻게 이 공을 다듬어 다시 학교 쪽에 던져줄까 생각도 하면서요.


 



   마지막으로 징검다리 학습과정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요?



곽은영 : 앞으로의 징검다리 학습과정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나와 같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고 저 역시 그런 프로그램에 더 참가하고 싶어요.



이희정 :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학습이 아닌 경험 위주의) 통한 학습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 노마드 미술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추구하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단지, 배움에서 멀어진 아이들을 1차적으로 모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먼저 만들어져야 할 것 같아요. 욕구는 있지만 의지가 부족한 아이들이 대부분인 만큼 그것에 맞는 프로그램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프로그램은 끝났고, 아름다운학교에 머물던 7명의 친구들은 각자의 특성과 관심사, 사는 곳에 따라 대안학교 입학, 징검다리 거점공간, 다른 징검다리학습프로그램으로 흩어졌다. 이제 얼굴도 자주 볼 수 없고 생활을 공유하진 않지만 우리는 아주 느슨한 학습의 그물망에서 서로를 발견해주는 친구로 남아있다.



학교 밖이라는 이름에 걸쳐져 있는 걱정과 환상을 거두고 큰 별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리는 아주 평범하고 기이한 꿈을 꾸는 가장 보통의 존재로 학교 밖에서 배움과 관계를 이어가기를 기대하며. 다시 꿈꾼다. 또 어딘가에서 같이 만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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