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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무용단 - [서랍 속의 시간] 관람 후기

작성자관리자

날짜2009-11-11 15:00:00

조회수6193


파사무용단 - [서랍 속의 시간] 관람 후기


최순구 (서울시대안교육센터)



 11월 9일 마포아트센터에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미 징검다리 학습 프로그램에서 만나 친해진 녀석들은 아는 척은 물론 짓궂은 장난까지 걸어온다. 별도로 미용을 배우는 택인이는 손아귀 힘이 세어 내가 “억!” 소리를 낼 정도로 꼬집고 차고 힘자랑을 한다. 모르는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함께 있으니 어색해서 더 그런 듯도 하다.


 오늘은 마포문화재단의 초대로 징검다리 과정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무용극을 관람하기로 한 날이다. 아름다운 학교의 “노마드 미술학교”와 들꽃청소년세상의 “10대 돈벌기 백서”의 선생님들과 아이들 14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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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제목은 “서랍 속의 시간.” 파사무용단과 마포문화재단이 공동 기획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교실에서의 일상과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어왔던 일명 “왕따” 문제들을 춤으로 표현한 공연이라 한다. 게다가 단원 중 3명은 공개오디션을 거친 청소년들이다. 이들 청소년 단원은 예전에 한 번도 공연을 해보지 않은 “초짜”들이라니 공연이 더욱 기대된다. 실력파 예술고 재학생들도 많이 지원을 했지만 전부 퇴짜를 놓았다는 파사무용단의 황미숙 대표님은 앞으로 이렇게 모집한 청소년들로만 공연을 꾸려볼 계획이라 한다. 선생님들 눈이 번쩍 뜨인다. 우리도 역시 2010년 징검다리 과정에서 장기 프로젝트로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두근거린다.


 하지만 오늘 모인 녀석들은 그러든지 말든지 사다 준 음료수를 마시면서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며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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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비에서 파사무용단 황미숙 대표와 대화 중인 선생님들] 


 시간이 되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최근 신종플루 문제 때문인지 예매의 상당수가 취소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관객석의 많은 자리가 비어있다. 덕분에 우리는 앞이 가릴 걱정 없이 편하게 관람을 할 수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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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시작 전 기념사진! 카메라만 들이대면 피하느라 정신없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 중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까봐 내심 걱정도 됐지만 불이 꺼지자 急 조용해진다.


 텅빈 교실에서 한 남학생이 괴로운 듯한 몸짓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어떤 고민이 있어 저렇게 힘든 표정으로 의자를 넘고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며 춤을 추는 것일까. 이해해보려 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파온다.


 장면이 바뀌어 경쾌한 리듬과 함께 학교생활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각이나 염색 머리가 걸려 혼나는 모습, 수업이 시작되는 모습, 선생님 몰래 딴짓하는 모습 등등. 10여년 전 학창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무렵에 한 학생이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 쉬는 시간, 체육 시간.... 상대적으로 외소한 체구의 남학생은 반 친구 모두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과격하고도 부드러운 춤사위로 스토리는 흘러간다. 뒤에 앉은 아이들도 집중한 듯 잡담은 들리지 않는다.


 눈 한 번 제대로 떼지 못하던 사이에 공연이 끝났다. 아이들의 촉촉한 눈망울은 졸았기 때문이란다. 노마드 미술학교의 엽토(엽기 토끼)는 내용보다는 잘생긴 배우가 눈에 들어왔단다. 모두들 왕따 당한 배우가 불쌍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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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버렸다. 일단 출출하니 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간다. 오늘의 종목은 피자.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엽토는 종이라도 씹어 먹을 기세다. 다른 손님들에게 조금은 무안할 정도로 시끌벅적 수다를 떨다가 피자가 나오자 말소리는 사라지고 의성어만 남는다. 우걱우걱, 쩝쩝, 후루룩. 이미 노마드 미술학교 평가회에서 대식가임을 입증한 옐로와 엽토는.. 오늘도 어김없이 기록을 갈아치우려는 듯 피자를 꾸역꾸역 넣기에 바빴다. 나는 세 조각 먹기도 힘든데 저 녀석들은 얼마나 키가 크려고 그러는지 조그만 체구에 5조각 정도는 먹어야 성이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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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피자 그림이 인쇄된 종이를 썰어 먹으려는 엽토!!! & 언제 어디서나 책을 놓지 않는 옐로]


 


 배부르게 먹었더니 여유가 생긴 듯 이제 자기들끼리 셀카를 찍고 수다도 떨기 시작한다. 나도 끼어들어야지.


 


 


     쑨 : 공연 어땠냐?


 


     엽토 : 남자 주인공이 잘생겼어요!


 


     쑨 : 그런 거 말고! 공연이 어땠냐고!


 


     엽토 :  ㅋ 옛날엔 남자 안 밝혔는데.. (씁!) 불쌍했어요.


 


     쑨 : 뭐가 불쌍했어?


 


     엽토 : 그냥 왕따 당하는게 불쌍해요.


 


     쑨 : 왜 왕따를 당했을까?


 


     엽토 : 잘생겨서! ㅋㅋ


 


     나 : -_-+ 쓰읍....


 


     엽토 :  다들 연기를 잘해요. 무용극은 처음 보는데 다들 춤도 잘추고 연기도 잘했어요.


               청소년 단원들도 소질이 있는 것 같고 무대에 서는 모습이 부러웠어요.


               저도 기회가 생기면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뮤지컬이나 댄스를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할 거예요.


 


     반달곰 : 저도 주인공이 불쌍했어요. 연극같은 것은 오늘 처음 봤는데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사실 적응이 안되어서 조금 졸립기도 했지만요. 대사 없이 무용으로만 보여줘서 내용을 잘 몰라


                 헷갈렸구요.


 


     유빈 : 대사를 안하고 무용으로만 보여주니 어려웠어요. 그래도 스토리는 어느 정도 이해되었어요.


 


     택인 : 평소에 뮤지컬 같은 공연을 보긴해요. 그런데 오늘 공연은 재미없었어요.


               스토리는 알겠는데 대사가 없으니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춤과 노래가 나오는 뮤지컬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노래, 춤, 연극 등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경험과 동료들과의 팀워크. 그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워갈 것이고 생각만 해도 재밌는 일이다. 앞으로의 징검다리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 공연 프로젝트를 짜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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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 밖에서 만난 아이들은 역시나 경쾌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8시가 훌쩍 넘었다. 문득, 프로그램도 끝났는데 이 녀석들을 언제 또 만날수 있을까.... 하지만 생각해보니 노마드 미술학교의 엽토는 아름다운 학교 예비과정을, 반달곰과 유빈은 몽담몽담에, 옐로 역시 민들레와 몽담몽담에. 징검다리 과정에 참여한 아이들은 이미 여기저기 놓여진 징검돌을 밟아 가면서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아, 앞으로도 지긋지긋하게 만나며 부딪히겠구나. 그래도 샘인데 때리고 놀리는 건 참아주라~~ 너희들 왕따가 얼마나 불쌍한지 공연으로 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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