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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날짜2009-05-19 15:00:00
조회수5690
걸어서 바다까지 후기 - ②
글·그림 꿈터학교 채우석 |
걸어서 바다까지 가는 거야!
두렵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미사리에 있는 꽃피는 학교에 도착했다. 하자와 민들레는 먼저 도착하여 공동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세 학교가 함께하는 여행이라 정말 어색했다. 어색한 가운데 우리는 간단한 준비운동과 주의사항을 듣고 드디어 바다로 출발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비가 왔다. 짜증이 밀려왔다. 그리고 발바닥은 불이 난 것처럼 아파왔다. 하지만 형들과 장난을 치면서 걷다 보니 무사히 숙소에 도착! 잠시 쉬면서 내일 일을 생각했다. 어떻게 걸어서 바다까지 가나 까마득해졌다. 하지만 형들은 피곤한 와중에도 모두 들떠 있는 것 같았다.
다음 날,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좀 쉬고 나니 아픈 다리가 좀 괜찮아졌다. 처음에는 걸을만 했지만 이내 다리가 아파왔다. 주변 풍경을 보며 걸으니 아픔은 조금 덜했고, 재미도 있었다. 가끔 산길이나 언덕을 지날 때는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난 나중에 크면 '이 산을 깎아서 연필을 만들어 줄테다!' 하며 산에게 화풀이를 하였다. 산길을 넘어 밤이 돼서야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걸바를 하기가 싫어졌다.
우석이 길을 잃다.
또 하루가 되었고, 어김없이 걸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는 아프지 않았지만 대신 허리가 아파왔다. 배낭의 무게 때문인지 허리가 끊어질듯 아팠다. 걸바 대장 사이다가 내 배낭끈을 줄여주자 정말 배낭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고 그나마 허리가 편해졌다. 편한 것도 잠시, 허리가 아파서 점심 먹는 곳 부근에 혼자 남게 되었다. 혼자 시냇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고, 자연 속에서 나비도 보고, 벌도 보고, 개미도 보면서 아픔을 잠시 잊었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발은 무거웠다. 신발이 무거워서라는 생각에 맨발로 걸었더니, 양말에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젠장…
나는 혼자 노래를 부르면서 걸었다. 그런데 길은 갈래갈래 나눠져서 어디가 어딘지 도대체 알 수가 없게 되었다. 길을 잃고 만 것이다. 안전 차량은 또 왜 이리 안 오는지… 지나가는 할머니께 물어도 보고, 지도를 찾아가며 길을 찾았다. 그런데 반대쪽에서 안전차량이 나를 지나쳐 가는 것이었다. '헉!! 나를 못 봤나?!' 하며 길을 많이 헤매다가 겨우겨우 길을 찾아 하자학교 형들을 만나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한 나는 파스를 몸에 도배를 하고 잠을 잤다.
다음날은 큰 언덕 두 개를 넘어가야 했다. 언덕을 넘을 때 텔레토비동산이 떠올랐다. 혼자 피식 웃었다. 미친놈처럼… 며칠 걷다보니 이제는 점점 나의 몸이 적응을 해가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오리처럼 뒤뚱뒤뚱 이상하게 걸었지만 이젠 대충 똑바로는 걸어 갈 수 있게 되었다. 아픔도 이제는 나름 적응이 되서 노래도 부르고, 함께 걷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여유도 생겼다. 홍샘의 어이없는 군대귀신 이야기와 30년 인생사, 하자나 민들레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 단지샘의 이야기… 서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색했던 마음이 풀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다른 삶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다. |
어제는 걸었고 오늘은 뛰었다.
오늘은 걸었다기보다는 달려갔다. 꼭 선발로 도착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홍샘과 선두그룹을 뒤로하고 혼자 뛰었다. 한참을 뛰다보니 산에 공동묘지가 쫙~~ 펼쳐졌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누구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더욱 빨리 달렸다. 드디어 산장에 도착, 나름 편했지만 걷는 의미도 없었고, 별다른 느낌도 없었다. 빨리 간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길은 내 걸음걸이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날은 16Km. 피식 코웃음이 나왔다. 그동안 걸었던 것의 반밖에 안되는 거리였다. 그래서 오늘은 나무도 보고, 계곡에 발도 담그면서 여유롭게 터벅터벅 걸어갔다. 시간이 많이 남아 도중에 보드게임도 하고 했는데 그래도 일찍 도착했다. 숙소에 온천이 있다는 말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엄청 실망이었다. 동네 목욕탕만도 못했다. 차라리 목욕탕이라고 하지 웬 온천? 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몸이 풀리면서 기분이 좋았다. |
동해는 푸른 바다였다.
7박 8일이 언제나 끝나나 생각했었는데 벌써 마지막 날이 되었다. 마지막 20Km!! 지금까지 210km를 걸었다는 생각을 하니 뿌듯한 마음에 오늘만큼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드디어 걸어서 바다까지의 최종 목적지인 낙산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바다를 보면 아마 눈물이 나오겠지?'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바다로 향했다. 모래사장에서 어깨를 누르던 배낭을 던지고 놀 수 있다는 생각에 경태형과 노래를 부르며 걸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달려서라도 가고 싶었는데 다리와 허리가 아파 천천히 걸어갔다. 바닷가에 도착할 무렵 세 학교 모두가 함께 바다에 도착하기 위해 마지막 사람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마지막 사람이었던 연누나와 홍샘이 도착하자 출발을 하였다. 한참을 걸었을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낙산해수욕장이란 간판이 보였고, 드디어 저 멀리서 바다가 보였다. 바다는 점점 가까워졌고 우리의 걸음은 빨라졌다. 드디어 바다에 도착! 모래를 밟는 순간, 그리고 푸른 바다를 보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을 이겨냈다는 성취감에 기쁨을 느꼈다. 나는 열까지 세고 바다로 뛰어가 발을 담갔다. 정말 시원했다. 바다에서 약간의 여유를 느끼고(정말 약간의 여유였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지나 점점 서울로 향하였다. 나는 창밖을 보며 멍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7박 8일이 이런 건가?'
3시간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허탈하고 실망스러웠다.
7박 8일, 길고도 짧은 시간이 정말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걸어서 바다까지 가는 고생도 참아냈는데 못 할게 뭐 있나?' 라는 생각도 해봤다.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함께 걷고, 이야기하면서 사람들과 많이 친해진 것 같았다. 이후에도 함께 만나고, 놀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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