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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밑 빠진 독에 콩나물이었다

작성자관리자

날짜2009-02-10 16:00:00

조회수4096


강남에서 놀던 나, 강동으로 건너오다
나는 강남에서 좀 놀았다. 초등학교 때에는 뭐 다를 게 없었다. 다른 애들과 비슷하게 고집을 부리거나 투정부리는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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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터학교 배영길 선생님께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하였다. 그 독 안에 무얼 담고 키우느냐에 따라 그 수고로움이 괜한 헛짓이 될 수도 있고 보람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도시형 대안학교에서 만난 모든 아이들은 콩나물과 같은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헛수고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사이 콩나물이 쑥쑥 자라나듯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음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매 년 이 맘 때 즈음이면 잘 자란 콩나물들이 그 항아리에서 좀 더 큰 세계로 길을 찾아 나선다. 첫 번째 졸업식을 맞이한 꿈터학교 친구의 여정과 졸업까지의 히스토리를 들어보자.

 


강남에서 놀던 나, 강동으로 건너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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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남에서 좀 놀았다. 초등학교 때에는 뭐 다를 게 없었다. 다른 애들과 비슷하게 고집을 부리거나 투정부리는 게 고작이었다. 고학년이 되면서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교에서 수업 받는 게 좀 싫증이 나는 것 정도의 평범한 아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어서 남들이 생각하는 일탈?이라고 해야 그런 식으로 다름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집안 사정으로 이사가 잦아지면서 나를 보는 시선은 문제가 있어 전학을 다니는 아이로 편견을 심어 주면서 나는 방황했다. 그 절정은 바로 오토바이에서 비롯되었다. 어느 사이 나의 일탈은 점점 수위가 높아져 갔고 주변의 걱정과 선입견을 높이 사게 되었다. 오토바이는 나의 행동반경을 넓혀 줄 뿐만 아니라 몰려다니면서 스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거칠어 졌다. 그때부터 강남에서 좀 놀기 시작한 나는 이유 없는 반항으로 엮인 폭력과 삥 뜯기, 내 식대로의 두발자유 등으로 인해 선생님들과 툭하면 부딪치곤 했다. 그렇게 이 학교 저 학교로 옮겨 다니다 더 이상 옮겨 다니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다른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상처받고 싶지 않아 강남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선 노는 물을 바꾸게 된 나는 강동으로 건너오게 되었다. 사실 꿈터학교가 아니었다면 내 바닥은 쉽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 그리고 숨겨진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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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준비하면서 새삼스럽게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 보면서 내가 노친네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 꿈터학교를 찾아 갔을 때 허걱 놀랐던 건 학교가 아닌 학교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운동장이 있고 교문이 커다랗게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꿈터학교를 찾기조차 힘들었다. 꿈터학교 문을 열었을 때 그 낯설던 기분은 아직도 생각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꿈터학교를 찾아 가게 된 게 정말 말 그대로 막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내 처지라 걱정과 아무려면 어때라는 심정으로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공동체? 그건 내가 상상하기조차 힘든 생활이었다. 집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할 기상 시간과 정해져있는 식사 시간 같은 것들이 나에겐 감옥처럼 느껴졌고 낯설기만 하였다. 그런데 운이 좋은 탓인지 꿈터학교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좀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내가 꿈터를 도망치지 않고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같이 잠자고 밥을 먹었던 친구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덕분도 있다. 나에 대해 더 까발리자면 난 나쁜 버릇들이 좀 있었는데 눈치 보는 버릇, 귓속말, 썩은 표정 등 버려야할 것들이 좀 있었는데 같이 지내면서 많이 고쳐진 것 같다. 그런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된 변화는 천천히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요즘에 들어서 학교를 떠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생기고 졸업이 다가오니 막상 학교를 다닐 때 불편하고 투정부리던 일들에 대해 지켜야 했던 이유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졸업 전 꿈터 친구들과 함께 밴드 공연을 위해 곡을 만들고 밤새 연습하면서 내가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때 만든 밴드의 이름이 ‘입만 열면 거짓말’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었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단지 의도하지 않게 반항이나 일탈로 보여 지는 것뿐이었다. 꿈터에 오기 전에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걱정이 많았다. 미래, 진로, 가족이나 나에 대한 걱정이 정말 많았다. 불안을 억누를 수가 없었는데 꿈터에서 지내면서 천천히 편안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돌이켜 보니 그동안 나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해왔고 나를 포함하여 모두를 속여 왔던 것 같다. 이제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찾은 것 같다. 내가 지은 가사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신할까 한다. 그리고 그동안 숨겨왔던 진심을 전한다. 꿈터학교 친구들, 선생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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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hilosophy of life



나는 가끔 세상을 비판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모든 운명은 정해져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때로는 나는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남이 바꾸길 기다리고 있는 한심한 때가 있어요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을 때는
세상 모든 것을 알게 된 듯한 착각에 빠지고
한없이 기분이 좋아질 때면
나는 밝은 사람이라는 상상에 빠지죠



당신들도 알 거예요
세상에는 완벽한 것이란 없다는 걸
당신들도 알게 될 거예요
세상에는 없는 것이 완벽한 거라는 걸



나는 내가 천재인줄만 알았어요
거울을 보면 웃고 있다가도 웃음을 잃게 돼요
비뚤어진 것은 당신이라고 생각 했어요
사진을 보면 나를 먼저 찾아가요



당신들도 알 거예요
세상에는 완벽한 것이란 없다는 걸
당신들도 알 거예요
세상에는 없는 것이 완벽한 거라는 걸



눈은 진실을 말한다고들 하죠
장님들에겐 진실이란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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