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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염리동에 서다

작성자관리자

날짜2008-12-15 18:00:00

조회수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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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리동마을프로젝트팀인 우리는 10월 13일(월)부터 10월 17일(금)까지 염리동 이곳저곳을 걸었다. 지난 초여름부터 야심에 차게 팀원을 구성하고 기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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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리동마을프로젝트팀인 우리는 10월 13일(월)부터 10월 17일(금)까지 염리동 이곳저곳을 걸었다. 지난 초여름부터 야심에 차게 팀원을 구성하고 기본 작업을 진행했지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무더운 여름을 넘기고 난 9월, 팀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둘째 주, 취재와 기사작성에 집중하기 위해 집중취재기간을 가졌다. 염리동의 모습을 담기 위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사람들의 삶을 보기 위해 지도를 펼쳤다. 가을이라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끝도 보이지 않는 계단의 출현으로 잠시 좌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염리동으로 출근했다.


 


 집중취재 기간 동안 해야 하는 작업에 대해 회의를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은 하나하나 만들어 가야했다. 5일 동안의 세부 일정을 계획하고, 염리동 방방곡곡을 탐방하고, 기사와 취재일지를 작성해야했다. 동장님이 주신 자료를 기초로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락하고, 취재하고 정리하는 일은 꼼꼼한 수민이가 맡았다. 염리동의 모습을 담는 사진촬영과 기사작성의 일부분은 은누리가 담당했다. 멘토로서 아이들의 취재현장에 함께한 나는 ‘책 만들기’와 ‘마을이야기’에 대한 설렘을 숨기지 못하고 앞서 걷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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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회의분위기와는 달리 염리동 길 한복판에서는 약간 막막한 기분이었다. 취재를 하고 마을을 탐방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인터뷰 대상자와 전화통화가 되지 않고 인터뷰를 거절당하기도 했다. 직접 찾아가 취재 요청을 몇 번 했지만 매몰차게 거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난감했다. 누군가에게 거절당하는 기분, 유쾌하지는 않지만 겪어야 할 일이었다. 아이들도 불편한 마음을 표현했다. 아이들에게 그 거절당한 경험이 상처로 새겨지기보다는 앞으로 있을 수많은 거절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스폰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골목골목 숨겨진 가파른 언덕과 계단, 지도를 뚫어져라 봐도 길을 헤매는 대책 없는 방향감각도 부딪혀야 할 난관이었다. 적은 팀원이라 의견을 나누고 모으기에는 좋았지만 힘든 상황에 부딪힐 때면 쉽게 기운이 빠지기도 했다. 함께 잡지를 만드는 ‘말과글’팀과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곤란하기도 했다. 서로 협력하고 친밀해져야 자연스런 소통이 이루어질 텐데 어색하기만하다. 튼튼한 체력만큼이나 같은 작업을 하는 동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장애물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몇 번이고 다시 와서 보충 취재를 해도 좋다는 분, 손수 감을 내주시면서 따뜻한 자리로 앉으라고 마음 써주시는 분, 마을 토박이를 아신다면서 연락처와 길안내까지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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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팀 안에서도 초반의 부진함을 떨쳐버리고 수민이와 은누리의 반짝이는 능력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기사쓰기의 영재이자 매번 지각하는 팀원들을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기사쓰기 노하우를 알려주는 수민이. 지도를 보며 길을 헤매는 우리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주고, 유쾌한 웃음을 전해주는,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생기 넘치는 은누리. 아침저녁으로 함께하며 챙겨주는 강구야와 또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의 취재를 이만큼 이끌어온 것 같다. 아! 염리동 골목골목을 취재한 후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 염리동 마을문고와 맛있는 간식도 큰 기쁨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즐겁고도 늘 조급했다.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아이들과 가장 가깝게 있는 멘토로서의 역할을 고민했고, 결과물을 내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못했다. 인터뷰 중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더라도 아이들의 능력을 믿고 느긋하게 지켜봤어야 하는데 끼어들기의 유혹에 넘어갔다. ‘아차!’ 싶으면서도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거야’라는 나름의 변명으로 멈추지를 못했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라는데 나의 내공이 쌓이려면 아직도 가야할 길은 먼 것 같다.


 


집중취재기간 이후에도 몇 번의 취재를 위해 염리동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초겨울로 접어드는 요즘은 기사를 쓰고, 수정하고, 완성하고 있다. 활기 넘치지는 않지만 우리들은 우리들의 속도로, 우리들만의 소박한 분위기에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여전히 우리 앞에는 큰 장애물들이 있다. 그것 역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넘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염리동 마을이야기를 위해 만나고, 작업을 하고 있지만, 우린 어쩌면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만의 새로운 마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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