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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징검다리를 놓으며

작성자관리자

날짜2008-12-02 14:00:00

조회수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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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중간에 포기한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대안학교를 다니는 등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 열심히 살고 있다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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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를 중간에 포기한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대안학교를 다니는 등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 열심히 살고 있다면 좋겠지만 많은 아이들은 우리 사회가 눈치 채지 못한 곳에서 저 홀로 방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아이들은 과연 배움을 포기한 것일까. 이 아이들에게 한 번 더 배움의 기회를, 자신이 배워보고 싶었던 것을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건 어떨까?
지난 3개월 동안 탈학교 청소년들을 위한 길고 긴 징검다리를 만들기 위한 첫 디딤돌을 놓았다. 이 징검다리는 탈학교 청소년들이 배움을 포기하지 않도록 길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준비한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탈학교 청소년들에게는 조금 답답할 수 있는 전일제 프로그램이 아닌 일주일에 두어 번, 혹은 오고 싶을 때만 참여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이었다.



2.
사실, '징검다리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함을 받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나는 대안교육이 무엇인지, 탈학교 청소년들의 상황은 어떠한지 전혀 알지 못했고, 관심조차 없었다. 주위에서 시키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학교를 다녔고 졸업한 나에게는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 = 문제아'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 문제아들을 만나서 친해져야 한다니! 덜컥 겁부터 났지만 이제와 뒤돌아보면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나는 누구보다 신나게 아이들을 만났으며, 그들과 보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온다.



지난 3개월간 펼쳐진 징검다리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학교명사업명진행일시(2008년)참여 인원장소
대안학교 한들하이킹
<바다로 가는 자전거>
8월 18일 ~ 20일8명강화도
하자센터
커리어 하자
직업체험학습
<작은 손톱, 넓은 세상 네일아트>
9월 3, 6, 10, 12, 27, 24일 (13시~15시)4명하자센터
직업체험학습
<바리스타하자!>
9월 2, 4, 9, 11, 16, 18일 (14시~16시)3명
스스로넷
미디어 스쿨
미디어학습
<네 멋대로 해라-내 맘대로 하는 미디어>
9월 9, 11, 16, 18, 20일 (15시~18시)5명
(입학과정 3명 외 2명)
스스로넷 미디어 스쿨
꿈틀 학교찾아가는 진로학습
<심심탈출 대작전>
11월 17일 ~ 21일
(14시~18시)
5명서울보호관찰소 북부지소
꿈으로 가는 첫 걸음
<위싱>
10월 8, 15, 22, 29
11월 5, 12, 19, 26
(14시~17시)
유동적
(총 참여인원 7명)
틔움센터

 


 첫 번째 징검다리 프로젝트는 '대안학교 한들'이 기획하고 진행한 <바다로 가는 자전거>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쉼터의 권유로 오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놀러가는 것은 좋지만 힘든 자전거 여행은 싫다며 다들 입을 모았다. 하지만 여행이 시작됨과 동시에 아이들은 눈에 띄게 달라졌고, 모든 일정을 마쳤을 때에는 힘든 여정을 이겨냈다는 자신감이 가득 차 보였다. 처음 시작할 때는 동기가 없었더라도 몸을 움직이게 되면 아이들 속에 잠들어 있던 욕구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커리어하자팀에서 진행한 <네일아트하자>와 <바리스타하자>는 아이들 대부분 스스로 참여를 희망했다는 특징이 있었다. 참여한 아이들 대부분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내보였다.
딱히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찾지 못해 고민 하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징검다리 프로그램 소개를 보고 찾아왔다는 라벤더(별명 20세)는 학교를 그만둔 후 의기소침해 있는 것이 너무 싫었다며 평소 관심이 있던 네일아트를 배우게 되어 아주 만족해했다. 그리고 징검다리 학습과정이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행하여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며 훨씬 밝아진 모습을 지닌 채 돌아갔다.
<네일아트하자>에 참여한 아이들은 대부분 배움의 열정이 남달랐다. 네일아트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한참 꾸미기 좋아할 여자아이들인지라 수업 중에는 실습에 온전히 몰두했다. 소리(별명 18세)는 실습용 재료를 빌려가 배운 것을 연습해 왔고, 엘(별명 17세)은 집에 있는 재료들로 배운 것을 활용해 엄마와 언니의 손톱을 꾸며 주었는데 모두들 좋아 하더라며 자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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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하자>에 참여한 희수(가명 19세)는 직접 만든 쿠키, 차, 빵 등을 함께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학교를 그만 둔 후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아 제과제빵 수업을 듣던 중 인터넷에서 징검다리 학습과정 배너를 보고는 꿈을 이루기 위해 참가를 했다. 한 번은 수업이 끝나고 다 같이 둘러 앉아 오늘 배운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바리스타하자>의 강사인 '돌'(닉네임)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의 커피를 사달란다. 수업 중에 배우지 못한 커피를 만드는 법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맛을 보는 아이들은 “어떤 재료가 들어갔을까?”, “ 만드는 방법은 어떨까?” 서로 의견을 나누며 재잘거렸다. 덕분에 커피 값이 적지 않게 들긴 했지만 아이들의 이야기꽃에 덩달아 신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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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자전거>에 참여했던 안소희(가명 19세)는 장차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영화 보는 것을 즐기고 본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등 아주 열심을 내던 아이였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이 끝나면 이후 스스로넷 미디어스쿨에서 진행될 <내 맘대로 만드는 미디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해 보았다. “그 프로그램이 제 꿈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며 수줍게 묻고는 결국 <내 맘대로 만드는 미디어>에 참여를 결정했다. 동기가 누구보다 뚜렷한 아이였던지라, <내 맘대로 만드는 미디어> 프로그램 마지막 날에는 예전에 썼던 영화 감상문을 영화포스터와 OST를 이용하여 멋진 결과물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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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희 같은 적극적인 아이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있었다.  <내 맘대로 만드는 미디어>에는 부모님의 권유로 오게된 민지(가명, 17세)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민지는 스스로넷이 집에서 거리가 멀었고, 미디어 제작에도 별로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는 수업이 끝나는 날까지 소극적이고 수업 내용이 시시하다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수업의 반을 불참하는 등 이런 프로그램을 매우 힘들어했던 아이였다. 탈학교생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아이들까지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의 기획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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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꿈틀학교에서 진행한 <심심탈출 대작전>은 교사와 아이들이 '급'친해지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첫 만남에서 목도리로 공을 만들어 서로에게 패스하며 노는 몸놀이로 낯설음은 쉽게 사라졌고 이후 아이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를 좀 더 오픈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환(가명 18세)이는 “재미있게 많은 것을 배웠다. 장래 희망을 생각하게 되고 나를 돌아보는 것이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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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학교에서 진행한 또 하나의 징검다리 프로그램인 <위싱>은 일주일에 한 번씩 8주간 진행되었다. 프로그램 자체가 강제가 아닌 아이들의 자율적인 참여라 참여 인원이 유동적이었고 그래서 서로가 조금은 어색해했다. 하지만 <심심탈출>처럼 매일매일 색다른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조금씩 친해지더니, 마지막 날, 아이들이 직접 만든 한지엽서와 천연비누를 길거리에서 판매할 때에는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이 프로그램이 지닌 힘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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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이번 징검다리 프로젝트는 많은 부분에서 미흡했다. 세부 프로그램 확정이 늦어져서 홍보 기간이 짧았고, 그래서 '노출되지 않은' 탈학교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으로 프로그램을 알릴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참여한 아이들이 수가 적었던 것이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좀 더 아이들이 자기를 오픈할 수 있는 역동적인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함을 절실히 느꼈으며, 하나의 징검다리 프로그램이 끝나고 그 다음 단계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학습자원 지원도 모색해 나가야 할 것 같다.



8월부터 11월까지 나는 총 여섯 개의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30여 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과 친해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생각을 제대로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의 마지막 말은 결국 “더 배우고 싶다”였다. 아이들은 아직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배움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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