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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오아시스 같던 ‘상담사례모임’을 마무리하며

작성자관리자

날짜2008-11-17 13:00:00

조회수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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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을 살짝 보태자면 2008년은 상담사례모임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며 한달 한달을 보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있다 보면 외부의 행사나 모임이 너무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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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대안교육센터 네트워크학교 길잡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사례 연구 모임은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월 1회 정기적으로 만남을 지속해왔습니다. 네트워크학교에서의 상담은 학생들과의 관계와 소통을 위한 밑거름임과 동시에 성장과 변화를 만들어 내는 징검돌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러한 기대와 필요로 탄생한 상담사례 연구 모임은 대부분 1년 미만의 경력의 새내기 교사들로 구성되었으며, 스스로를 오픈하는 경험을 통해 관계의 통로를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디테일한 피드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고민하는 모임입니다.
 과장을 살짝 보태자면 2008년은 상담사례모임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며 한달 한달을 보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있다 보면 외부의 행사나 모임이 너무나 부담스러운데 상담사례모임은 그렇지 않았다. 기다려지고, 다녀오면 활력소가 되던 오아시스 같은 모임이라고나 할까. 사막에서 허덕거리고, 헤매고, 목마른 신입교사들에게 ‘쉼’이 되어주고, 나침반이 되어주던 상담사례모임이 아니었다면 이 해를 어찌 보냈을까 싶다.

 이 모임의 첫 만남부터가 나에게는 참 편안했다. 하지만 초반은 공부하는 분위기였다. 아이들 대하는 것이 미숙한 신입교사들에게 배움의 장이 되어주는 분위기. 각 학교에서 가져온 사례를 보고, 질문하고, 남윤희선생님의 피드백을 들으며 배우는 것이 힘이 되었다. 아무것도 몰라 선배 선생님께 자꾸만 물어보던 내가 내 눈으로 아이를 보고,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받았다.

 배웠던 많은 것들 중에 ‘느낌에 민감해져라’는 배움은 모임 때마다 들어도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내 감각부터 열리고, 내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야 아이들이 느낌도 알아챌 수 있을 텐데, 내 감각이 민감해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모임에 참여한 뒤로는 항상 현재에 존재하려하고, 현존하는 내 느낌에 민감해지려고 노력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내 안에서 올라오는 느낌에 의식을 집중하면 알아채고,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내 느낌에 민감해지니 아이들이 느끼는 것도 서서히 들어왔다. 멘토링을 진행할 때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내가 보여 신기했다. 그 전에는 아이의 말이 잘 이해가 안 가고, 전혀 두서없이 이야기 하면 나도 그 흐름을 따라가다가 갈팡질팡하곤 했는데 아이 말에서 느껴지는 주된 느낌을 알고, 그 느낌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가 길을 잃어도 나는 중심이 잡혔다. 항상 이렇게 잘 보이지는 않지만 흐름에 중심을 잘 잡게 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나도 아이와 함께 하는 일에 힘이 생기고 자신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내 멘티들은 나와 멘토링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멘토링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그 아이와의 대화가 기다려지고, 그 시간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또 하나 나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초기 인터뷰 때 학생과 부모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라는 배움이다. 초기 인터뷰 때는 처음 만났으니 아이고 부모고 서로 어색하기 때문에 질문도 대답하기 쉬운 것만 물어보고, 아이나 부모가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으면 굳이 캐내서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초반에 정보가 많지 않으니 그 아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을 계획하고, 진행해 나가는데 난항을 겪곤 했는데, 모임에서 배운 대로 학교에서 나온 구체적인 이유, 성적, 부모 학력, 연봉 등 답하기 쉽지 않은 것들을 용기 내어 자연스럽게 물어 봤더니 인터뷰에 임하는 학생과 부모도 자연스레 대답해줬다. 그러니 첫 인터뷰인데도 아이의 상황에 대해 잘 알 수 있어 아이와 함께 해나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묻기 껄끄럽다고 피하고, 대답하기 껄끄러울 거라 짐작해서 묻지 않았던 것들 속에서 아이를 파악하는 주요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모를 뻔 했다.


 그리고 우리 모임의 하이라이트 ‘여름 집중 워크샵’은 모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절대 비밀을 유지하며 마치 고등학교 때 여자 친구들끼리 속 이야기 하며 펑펑 울던 때를 떠올리게 했던 그날. 우리 신입교사 4명과 윤희샘과 꼼지의 하루 종일 워크샵은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홀딱 지나갔다. 마음 깊이 다른 이의 삶을 듣고, 공감해주던 동료 교사들이 있었기에 그날의 기억이 참 좋다. 이 날 내가 가져왔던 큰 수확은 다른 이들의 어린 시절을 듣고, 내 어린 시절로 향한 지나친 연민의 눈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눈으로 나를 보고, 내 어린 시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은 내 삶을 관통했던 허했던 감정에서 나를 탈출시켜 주었다. 그리고 함께 했던 이들과 뭔가 중요한 것을 공유했다는 생각에 타 학교 교사가 아닌 친구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2008년 나를 돌아 볼 때 성장의 지점에 상담사례모임에서 받은 자극들이 함께 있다. 단지 남윤희 선생님이 하시니까 참여해야지 하는 의무감으로 신청했던 나에게 예상치 못했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신 윤희샘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함께 했던 선생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힘을 받을 수 있었기에 한 분 한 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아시스에서 쉬고, 목을 축였으니 이제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사막에서 걷는 것도 즐거워질 것 같다. 옆에서 함께 걷는 이들이 있고, 그곳에도 생명이 있고, 밤에 쏟아지는 별이 있으니까. 우주의 심장 한 복판에서 복된 걸음을 옮길 시간이다. 윤희선생님이 알려주신 방향으로 나침반을 꺼내들고 걷다 보면 걷는 시간을 현명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오아시스를 찾게 되겠지. 교육은 기대를 갖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현재를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도 함께 지녀야 하는 모양이다. 교사 한 사람에게는 참 많은 것이 요구된다. 이 많은 것을 선배 교사들처럼 잘 꾸려 챙길 수 있을까. 언젠가 뒤돌아 봤을 때 내 걸어온 길이 보기 좋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 때의 모습에 만족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걸어갈 길이 지나온 길과 다른 길일 수 있지만 앞서의 배움과 쉼이 있었기에 보폭을 크게 넓혀 발을 내 딛을 수 있을 것 같다.


팔짝 뛰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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