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작성자관리자
날짜2008-10-07 17:00:00
조회수4407
2008년 9월의 마무리 즈음.. 하자센터에서는 일주일 간 경쾌하게 북적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22일부터 27일까지 ‘창의 서밋’이 열린 것이다. 그 중, 26-27일 양일 간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있었고, 26일은 세션1-<창의성은 꿈이고 이야기이다>, 세션 2-<창의성은 문제발견과 해결의 능력이다>가 진행되었고, 27일은 <창의성이란 만남이고 헌신이다> 라는 주제로 세션 3이 진행되었다.
이 지면에서는, 서울시대안교육센터와 하자센터가 공동 준비한 27일의 심포지엄을 소박하게 들여다보려 한다.
하나_ 맥락으로 구도 읽기
‘왜 창의일까?’
심포지엄 첫날 조한혜정 교수님은 이에 대해, 기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된 ‘창의성’은 개인주의적이며 경쟁과 성과에 집중한 것이었으나 이와 다르게 ‘창의'를 사회적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사회와 사람의 흐름을 보는 것, 꿈을 가지는 것, 이야기로 소통하는 것으로 보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앞으로의 창의성은 ‘독창성’이라기보다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지혜’라구요. 그리고 정말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 위해선 우정과 환대의 공간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며, 창의성은 헌신, 돌봄, 사랑이라는 명제를 논했습니다.
올해는 프리-서밋으로서, 매년 이어질 서밋의 출발점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심포지엄 첫 날, 외국의 창의적 교육 사례를 보았고, 창의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둘_ 觀 . 察 . 과 그리기
27일 아침. 서밋의 마지막 날답게, 준비하는 손길도 모여든 사람들도 무르익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교사들이 많이 참석하여 여기저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이 주제에 대해 이미 형성된 소통의 선들과 새로 생성될 소통에 대한 상상을 기대하도록 해주었습니다.
사회를 맡은 김찬호 교수는, 26일 심포지엄에서의 논의를 동기, 이야기, 꿈, 희망, 관계 등의 키워드로 정리한 후, 오늘은 “‘교사’가 어떻게 창의적인 모습으로, 있는 그대로 아이들과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고민을 시작하는 자리라는 말씀으로 문을 여셨습니다.
❙창의성 _ 그리고 교사의 정체성과 역할
먼저, 러시아에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통해 삶을 창조해가는 것을 강조하기로 유명한 모스크바 국제 영화학교의 올가 리프만이 ‘교사들의 일곱 가지 약속’ 을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올가는, ‘창의적 교육-가르침’을 위해서는, 교사들이야말로 가장 창의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학교의 교육 사례를 통해 논지를 이었습니다. 그 전제는, 지식과 기술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어쩌면 지금의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였지요. 그러나 어떻게 그 환경을 만들어줄 것인가-에는 학습 맥락과 관계적 공간 뿐 아니라, 교사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관계를 맺는 사람인가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올가의 이야기는 현장에서 이를 현실적으로 실행할 때에 많은 어려움을 넘어서야 함을 되짚어보게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교사는 학생이 처한 현실의 삶을 깊고도 면밀하게 파악하고, 문학 등의 예술 및 위인을 통해 이상적 세계 및 나아갈 방향의 모델과 잘 연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때론 부모 이상으로 학생과 친밀하게 소통하면서 일상생활의 고민과 슬픔까지 나누고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학생이 다른 관점으로 그 사건들을 볼 수 있도록 하며 스스로 삶을 선택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교사는 커다란 상상력으로 학생을 둘러싼 각 실생활과 내면적 세계를 넘나들며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로 잘 엮어내는 뛰어난 재봉사가 되어야한다는 말이지요. 이러한 관점과 관계를 바탕으로, 교사들의 일곱 가지의 규칙을 말했습니다.
- 교사가 먼저 움직여서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 모든 학생은 다르며 독특하다
- 개인적 접촉, 교사에 대한 신뢰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현재를 완전하고 충실하게. 하나하나의 행동과 사건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
- '예술 안의 당신을 평가하기보다는 당신 안의 예술을 평가해야 한다' 즉 나의 힘이 동인이 되어야 한다.
- '무언가를 배우고 싶으면 가르쳐라' 학생들이 가르치는 장을 만들어라
- 갈등은 가르치는 것과 예술을 위한 궁극적인 동인이다. 갈등이 있어야 변화와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
위험을 감수하라.
다음으로 테리 쳇시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파커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 _Courage to teach’ 프로그램의 원칙과 사례를 소개하며, 배움과 창의성에 대하여 이야기하였습니다. 테리는 ‘용기와 재생을 위한 센터_CCR’ 재단의 상임디렉터입니다. 그는 교사들이 삶과 일에서 자신의 중심(integrity)을 회복하고 그 중심에 따라 실천하는 용기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 라는 것과 하는 일을 새롭게 연결하는 것을 돕는 것인데요, 과연 창의성과 어떤 연계가 있는 걸까요?
- 창의성에 대한 성찰 -
테리는 창의성을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전제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순간에서 어떤 변형이 일어날 때 창조적 순간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은 마음과 영혼에서 일어나며 교사, 학습자, 학습주제 간의 관계에서 창조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창조라는 것은, 외부세계와 내면의 상호작용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기에 ‘외적 조건’뿐만 아니라, 교사와 아이들, 그리고 공동체의 ‘내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해선 이런 성찰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어제 사회적 관계망 속의 창의성에 대한 관점을 논했는데, 테리 역시 교육 이후 지식과 기술은 인간의 가슴과 영혼이라는 힘의 근원에 따라 쓰여질 때 잠재력을 온전히 성취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의 근원을 발견하기 시작하는 것은, 이미 자신의 근원을 발견한 교사들이 옆에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자신의 근원에 대한 자각, 자신을 가르칠 용기를 새롭게 하고 유지하는 삶을 사는 교사들만이 아이들이 진정한 자아를 깨닫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이지요. (이 때, 영성이라는 틀도 사용하는데요, 여기서 영성은 내면의 자아를 일깨워 삶을 전체적으로 올바르게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성, 감수성, 감정, 지성, 본능도 아닌 이 모든 것을 합한 것이며 그 위에 무언가 덧붙여진 것이라 합니다.)
미국 CCR재단의 CTT 프로그램은, 처음 공교육 교사들을 위해 시작되었고 현재는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계절을 따라 1년 4회 진행되는 리트릿을 통해 교사는 내면의 힘을 발견합니다. 서로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침묵을 포용하는 것, 상징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등을 통해서요. 이는 우리나라 사범대학의 교사 교육에서 주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爲人之學)에 초점을 맞추고, 교사가 어떻게 자신을 스스로 교육할 것인가(爲己之學)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진단과 맞물립니다.
이후 종합 토론은 발제자 외 박복선(성미산학교 교장), 양희창(간디청소년학교 교장), 유승준(교육사랑방 간사, 서울 금옥여고 교사) 선생님이 참여, 객석과 대화하며 열 띄게 진행되었습니다.
양희창, 유승준 선생님은, 이번 심포지엄에서의 창의성을 함께 살아가는 힘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으로 느낀다며, 공통적으로 한국 교육 현실에서의 적용점에 대한 의문을 던지셨습니다. 박복선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맥락에서 교육을 고민해 왔는데, 대안교육에서 강조하는 ‘관계와 만남’에서 새로운 -영적 또는 심리학적인 상상력의 필요성을 느끼며, 외국의 사례들이 시사점을 준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교육이 만남에서 온다는 것에는 폭넓게 동의하며,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조직하는가가 학교와 교사가 해야 할 역할이다.” 라면서 “그 구체적 방안과 헌신이나 열정이라는 과정을 창의라는 말로 전면화할 때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한 깊은 토론”을 숙제로 제안하셨습니다. 이에 조한혜정 교수님은, 오늘 발표의 사례 역시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교사에 대해 뛰어난 작업자인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선배, 또한 구도자로서 보는 관점을 가지는 러시아의 맥락과, 경쟁이 치열한 홍콩이나 우리나라와 유사한 미국의 맥락에 대해 부연해 주셨습니다. 이외-실제 교사로서 학생들을 이끄는 동력, 신뢰서클과 유사한 모임의 사례나눔, 예술에 대한 강조와 종교적 용어의 사용에 대한 궁금증 등 질문과 관심은 뜨거웠습니다만 아쉽게도 주어진 시간을 훌쩍 넘어 논의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김찬호 교수님은, 청중을 향해 ‘창의성’이란 말 앞에서 불편해 하지 말고, 이번 행사를 통해 ‘내가 이미 창의적이구나’, 혹은 ‘창의적일 수 있구나’ 생각하길 바란다며 내년을 기약하셨습니다.
❙창의성은 만남과 헌신이다
26일의 논의처럼, 창의성은 결과物 이전 이후의 ‘무엇’입니다. 27일의 심포지엄은 독립적으로 충분한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했지만 전날의 세션, 그리고 창의 서밋 전체와 연결지어볼 때 더욱 의미를 지니는 듯한데요.. 깊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가’과 함께 ‘누구인가’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입니다. 홍콩의 창의력학교, 러시아의 모스크바 국제 영화학교, 덴마크의 카오필로츠학교 등의 교육 사례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인 것은, 교육에서 학생과 교사 모두가 학습자이자 주체가 된다는 것이며, 학생의 성장을 위해선 교사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가-교사가 얼마나 상상할 줄 알며 창의적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진정한 만남이 나와 그것이 아닌 ‘나와 너’의 관계라 할 때, “교사가 자신과의 관계, 그리고 아이들, 세상과의 관계맺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진정성 있는, 깊은 신뢰와 소통의 관계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조건은 ‘홀로’가 아닌 ‘관계 속에서’라는 관점이지요. 이는 生의 시간을 투여하는 헌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겠지요. 시대에 매몰되지 않은 창의의 순간은 궁극적인 자기 형성과 연관되어 있으며, 과르디니가 말한 너에 대한 헌신에서 이루어지는 듯 합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에게 창의적 배움을 지속하도록 힘을 주는 ‘기차의 기관차’이며 '사고 시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고 타인을 도울 사람’이라는 거지요. (교사여! 당신은 누구 못지않게 중요한 사람입니다!)
이번 논의들은, 다양한 지점에서 논의되는 창의성에 대한 관점에 또 하나의 각을 더하며 내년 이후 진행될 창의 서밋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준비 중 일어나게 될 ‘창의’의 과정에도 말입니다.
셋_ 흥겨운 마무리
심포지엄이 끝난 후. 여러 나라에서 모인 청소년들과 심포지엄 참여자들은 하자센터 앞마당에 모여 음악과 퍼포먼스로 흥겨운 소통을 했습니다. 햇살 잦아 어스름해지는 저녁을 타고 웃음과 장단 맞추는 소리는 다양한 색깔로 하나의 그림으로 어우러졌습니다. 참 아름답고 창의적인 그림인 듯 했습니다. 심포지엄을 그리고 또 스스로 그림이 되어준, 그리고 앞으로의 그림을 함께 그려나갈 많은 분들께 희망적인 신뢰를 보내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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