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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원 <피정 : 내 안의 교사를 만나다> 참여 후기

작성자관리자

날짜2008-10-06 19:00:00

조회수3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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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음속에 있는 어떤 말을 신뢰의 원 안에 꺼내 놓았을 때, 그 말은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반드시 들어야 할 어떤 말이거나, 이 원 안에 있는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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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음속에 있는 어떤 말을 신뢰의 원 안에 꺼내 놓았을 때, 그 말은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반드시 들어야 할 어떤 말이거나, 이 원 안에 있는 누군가가 반드시 들어야 할 어떤 말일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 동안 진행된 이번 피정 프로그램에서, 내 마음에 가장 깊숙이 남은 말은 이것이었다.


 


살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수많은 상황에 부딪친다. 그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에 도움을 얻길 소망한다. 그리하여 나는 열심히 찾는다. 사람들을 만나려 하고, 책을 읽고.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내려고 애쓰며 마음은 늘 조급하다.


 


그렇지만, 그런 조급함 속에서 난 늘 허전함을 느꼈던 것 같다. 열심히 찾고는 있는 것 같은데 무언가 순서가 뒤집힌 느낌. ‘내가 진정으로 찾는 게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한 채로 무언가를 찾는다는 건 끝없이 허전하게만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오만 가지 생각으로 가득한 내 마음의 상태를 잘 살펴볼 수 있을까, 아마도 차분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명상을 해보아야겠지. 그런데 나는 늘 바빠서 그럴시간도 여유도 별로 없네. 아,


시간을 좀 내야 하는데. 난 의지가 있는 걸까? 이런 상태에서 나는 이번 피정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신청했다. 나를 돌아보기 위한 시간을 좀 갖자는 정도의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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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피정 장소로 떠나면서까지 내가 그렸던 풍경은 여러 사람들이 있고, 그 속에 있지만 나는 마치 나 혼자 있는 듯 고요히 명상하며 하루를 보내겠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 시작부터 한결같이 강조되었던 건 ‘Circle of Trust'(‘신뢰의 원’이나 ‘서로 믿는 공동체’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였다. 어떤 과정을 하든지 처음 시작과 끝을 서로에게 시를 읽어 주는 것으로 했고, 내가 고요히 명상하거나 어떤 작업을 한 시간보다 여러 명이 짝을 지어서 그것을 나누는 것, 그리고 전체가 모여 원을 이룬 뒤 나누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은 내가 편안히 내 안에 있는 것을 꺼낼 수 있도록 내게 도움이 되는 존재였다. 그 속에서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내 속에 있는 여러 얘기를 꺼낼 수 있었다.


 


이것은 무척 신비한 체험이었다. 스무 명을 조금 넘는 사람들 중엔 내가 알고 있던 사람도 많았지만,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었는데. 마치 모두가 오래된 친구들인 것처럼 어떤 것도 거리낌이 없게 느껴졌다. 피정 중에, 이런 것이 가능한 까닭에 대해 옆 사람과 얘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이것은 ‘주춧돌’ 덕이 컸던 것 같단 얘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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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춧돌’이란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우리가 신뢰의 원을 이루기 위해 프로그램 내내 서로에게 지켰으면 하는 원칙들이었다. 주춧돌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내 마음에 많이 와 닿은 것에는 <서로 초대할 뿐, 어떤 것도 서로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충고하려고 하지 않는다> 같은 것들이 있었다.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이런 원칙을 잘 지켰기에 끝까지 모두는 서로에게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고, 그것으로 서로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수많은 말의 홍수 속에서 산다. 친한 사람과도, ‘대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많은 말들을 한다. 그 대화들의 많은 부분이, 상대가 꺼내놓는 마음에 대해 간섭하고 충고하고, 때론 다그치는 것이 아니었던가? 상대방의 말에 대해서 나도 무언가를 대꾸해야만 하는 것, 어느 새 나는 그것을 대화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잘 들어주는 것으로 서로 대화한다, 그것이 어느 누구와도 편안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비밀처럼 생각이 되었다.


 


이번 하루 동안의 피정 프로그램은 참으로 짧았다. 원래의 프로그램은 2박3일 동안 진행하고 그것을 2년 동안 계절별로 8번 하는 게 원칙이라고 하니 하루는 짧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내 안에 있는 외로움의 근원에 대해 약간은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이 글 맨 위에 있는 말처럼, 내 마음이 열리면, 다른 이가 자기 얘기라고 꺼내놓는 말들에서 사실은 내게 꼭 필요한 열쇠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모쪼록 앞으로의 내 생활이, 주위에 그런 신뢰의 크고 작은 원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런 나를 되돌아보고 북돋울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런 기회들을 계속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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