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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칠 수 있는 용기(CTT)’ 프로그램에 다녀와서

작성자관리자

날짜2007-11-20 12:00:00

조회수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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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물드는 가을,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지난 11월 2~4일 하와이에서 열린 ‘가르칠 수 있는 용기(Courage to Teach: 이하 CTT)' 교사교육 프로그...

 


‘가르칠 수 있는 용기(CTT)’ 프로그램에 다녀와서


 


이현경 / 서울대학교 평생교육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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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샘,
깊게 물드는 가을,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지난 11월 2~4일 하와이에서 열린 ‘가르칠 수 있는 용기(Courage to Teach: 이하 CTT)' 교사교육 프로그램에 다녀왔어요. 요즘처럼  초급-중급-고급 단계별로, 더 높이 더 멀리, 유능함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들이 만연한 세태 속에서, CTT 프로그램은 반대로 더 깊이 내려가기, 자신에게로 돌아가기를 연습하는 흔치 않은 프로그램이었어요.


 


CTT 프로그램은 파커 파머가 퀘이커교도의 생활-학습 공동체인 펜들힐에서 10년간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교사의 영혼과 일의 통합(integrity)을 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서 창안한 것이에요. 현재는 그의 <용기와 재생을 위한 센터>(Courage and Renewal Center)에서 실시하는 여러 교육 중에 가장 대표적인 교사 교육 프로그램으로 미국 여러 주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CTT는 휴식과 교육을 통합한 수련회(retreat) 방식으로 진행되는 2박3일 프로그램을 4계절마다, 즉 가을-겨울-봄-여름에 걸쳐 네 번 참가하여 마무리하는 시리즈 프로그램입니다. 저희 일행은 하와이에서 시작된 2박3일의 가을 프로그램을 우선 경험하고 온 것이지요.


 


이번 하와이 CTT에는 한국에서 간 일행 네 명과 하와이의 대학교수나 교사 등 21명이 참여하였고, 인종적으로도 하와이 원주민 출신, 동양계 미국인, 백인 등 매우 다양했어요. 진행자는 앞의 센터에서 온 테리, 하와이대학 교수인 조앤 두 분이 맡았고, 지원자 격으로 두 분이 더 있어서 진행물품 등을 세심하게 신경 써주었어요. 나중에 진행자가 CTT 프로그램에는 사람들을 ‘초대’한다는 표현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참가자 대부분 매우 서로를 존중하고 친밀하다는 느낌을 주더군요.


 


2박3일간의 CTT 일정은 금요일 저녁 5:00경에 시작하여 일요일 낮 12시 이전에 끝났어요. 그 안에 우리 식으로 말하면 수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략 두 시간짜리 세션이 7개 배치되었는데, 제목을 보면 첫째 날, [세션1] 환영 및 프로그램 소개, [세션 2] 써클 안에 자신을 불러들이기, 둘째 날, [세션 3] 안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가기, [세션 4] 우리의 삶과 일 속에서 가을의 의미 탐구, [세션 5] 참자기의 씨앗, [세션 6] 커뮤니티 안에서의 분별 지혜, 셋째 날, [세션 7] 돌아갈 준비 등이었어요.



각 세션은 대체로 유사한 패턴으로 진행이 되는데, 처음에 모여 짧게 침묵하고 나서 세션 주제에 맞는 영감을 주는 시나 좋은 글귀 등을 한두 개 같이 읽은 다음, 진행자가 제시하는 질문이나 방식에 따라 자기를 성찰하여 글을 써 봅니다. 그리고는 때로는 2명이 짝이 되어, 때로는 3명이 소그룹을 만들어 자기가 쓴 것을 서로 얘기를 하는 순서를 갖는데, 이때 다른 사람들은 전적으로 귀 기울여 듣기만 하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전체 써클로 돌아와 자기의 경험을 돌아가며 얘기하고, 짤막한 글귀나 시를 읽고 마치는 식이지요. 2박3일 교육 동안 토론이 전혀 없는데다가, 객관적 사회적 주제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교사로서의 삶과 일에 대한 얘기를 한다는 것, 또 모두가 질문도 없이 그냥 열심히 들어준다는 것, 이 자체가 매우 새로운 교육 경험이었고 다른 방식이라기보다는 다른 차원의 교육이라는 느낌을 주었어요.


 


하늘샘은 앞의 세션 제목만 보고는 전체 흐름이 쉽게 파악이 안 되시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세션 2] 써클 안에 자신을 불러들이기, [세션 6] 커뮤니티 안에서의 분별 지혜를 알면 CTT의 특징을 가장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CTT 프로그램은 참가자 20여 명이 의자를 둥글게 놓아 큰 원(써클)을 만든 자리 배치를 기본으로 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됩니다. 이 써클이 안전하고 신뢰가 가는 공간이어야 참가자들이 마음을 열고 자기 얘기를 하게 되고 상처받지 않으면서 깊은 나눔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세션 2]에서 써클의 의미와 거기서 존중되어야 할 원칙의 중요성을 먼저 다루는 것으로 보여요.



이 흐름은 [세션 3]-[세션 4]-[세션 5]에도 그대로 이어지다가, 둘째 날 저녁에 ‘[세션 6] 커뮤니티 안에서의 분별 지혜’에서 Clearness Committee(C.C.)를 함으로써 CTT 프로그램의 정점에 도달한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딱히 우리말로 바꾸기가 어려워서 일단 C.C.라고 말씀을 드리면, 이는 고민거리가 있는 한 사람이 초점인물이 되고 다른 사람들은 ‘열린, 진솔한 질문만’을 하는 구성원이 되어, 90분 정도 진행하는 퀘이커교도 방식의 모임이에요. 누군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우리는 쉽사리 개입하여 문제를 탐색하고, 조언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평가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C.C.에서는 전혀 그렇게 접근하지 않아요. 초점인물이 자기 내면의 교사를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신뢰하고, 다른 사람들은 곁에서 그럴 수 있도록 빛을 비춰주는 질문만 하는 거예요. 이번 CTT에서는 네 명이 초점인물을 자원해서 네 개의 C.C.를 별도의 장소에서 가졌는데, 각 C.C.의 내용은 철저히 비밀을 보장하고 다시 거론하지도 않도록 굉장히 보호하더군요. 저 개인적으로는 힘들 정도로 집중력이 필요했지만, 잘 모르는 낯선 사람의 문제도 내 문제처럼 다가오고 고민이 되는 것을 느꼈고, 나와 남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을 보았던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하늘샘, 찍어 온 사진을 가지고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건 만난 후로 미뤄야겠네요. 이번 CTT를 마치면서 제게 인상적으로 남은 것은 두 가지였어요. 침묵의 가치와 수동적으로 되는 것. 진행자는 계속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침묵을 두려워하지 말라. 침묵하고 나면 질문이 저절로 떠오르기도 하며, 그 질문은 우리를 새로운 곳(수준)으로 데려다 준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함께 둘러앉아 깊이 침묵해 보니 그 침묵은 단지 말과 말 사이의 틈이 아니라, 모든 질문과 대답이 다 들어 있는 두꺼운 공기 같았어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동료들에게 하는 말이 그 깊은 침묵의 수준에서 길어 올려진다면 전달되는 깊이도 다를 거 같더군요. 또 한 가지는 수동적으로 되는 것. 남이 말할 때 마음속으로 긴장하거나, 방어하거나, 비판의 날을 고르면서 듣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다 듣는 것을 계속 훈련하는 셈인데, 그렇게 수동적으로 되어 보니 그 안에 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힘과는 또 다른 평화로움과 일체감이 있더군요.


 


교사들을 위한 새로운 이론도, 지침도, 기법도 안 가르쳐 준 프로그램, 하지만 자기다운 통합된 삶을 사는 교사로서의 길, ‘사람들과 더불어 그러면서도 홀로’ 갈 수 있는 길을 보여 준 프로그램, CTT는 그런 역설의 힘을 가진 프로그램이었어요. 담에 만나면 함께 참가했던 멋진 사람들의 얘기도 해 드릴게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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