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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강은 혼자 흐르지 않는다 - 셋넷학교 아이들의 창작극 워크숍이야기

작성자관리자

날짜2007-10-08 13:00:00

조회수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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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과 29일 양일간 이화여대 소극장에서 셋넷학교 아이들이 6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큰일을 냈습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새터민 청소년들이 남과 북...

 


슬픔의 강은 혼자 흐르지 않는다
                  - 셋넷학교 아이들의 창작극 워크숍이야기


 


박상영(셋넷학교 대표교사, 행사 기획 및 연출)


 


9월 28일과 29일 양일간 이화여대 소극장에서 셋넷학교 아이들이 6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큰일을 냈습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새터민 청소년들이 남과 북의 문화적,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평화롭게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작업을 멋지고 당당하게 펼쳤습니다. 집단창작극워크숍공연 <나의 길을 보여다오!>는, 4월 국가검정고시를 마치고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간 정규수업과 집중워크숍 과정을 통해 준비했습니다. 20여 명의 새터민 청소년들이 참여하여 자신들의 실제 경험을 재구성하고 집단창작 방식으로 극을 꾸몄습니다. 각각의 내용들은 연극과 노래극, 집단마임, 무용극, 인형극, 그림자극 등 다양한 표현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배려했습니다. 또한 이번 워크숍은,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새터민 청소년들과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하는 새터민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하여 더욱 뜻 깊은 무대로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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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방송국 FM음악방송에서 애청자의 사연엽서를 소개하는 형식을 통해, 어릴 적 북한에서의 잊을 수 없는 추억과 탈북하면서 겪었던 아픔과 상처, 처음 남한에 와서 이해할 수 없었던 첫 인상들, 남한적응과정에서 현재 처해있는 어려움과 외로움, 그럼에도 희망을 품고 새로운 삶을 준비해 가는 새터민 청소년들의 실제 모습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양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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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는 동안, 이 공연을 하기로 했던 마음이 100번도 넘게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릴 때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처음 가졌던 마음을 다시 생각하면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공연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내가 이걸 하다가 그만 두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던지 책임감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때로는 울면서, 때로는 즐겁게 연습을 했다. 공연이 임박하여 망채샘과 수많은 리허설을 하면서 많은 질타를 받았다. 아마도 이번 공연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에 울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거의 릴레이식으로 울었다. 눈물은 진주를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점점 공연의 완성이 보여지고 있었다. 이틀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와서 공연을 보았다.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을 때, 나는 행복했고 포기하지 않고 했던 게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내 생애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 복란


 


『최종 리허설을 위해 우리는 추석 연휴에도 나와서 연습을 하였다. 처음에는 쑥스럽고 부끄럽고 남들 앞에 서는 게 창피하게만 했었던 우리지만,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진 것 같다. 카메라가 두려웠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 또한 그랬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하면서 인터뷰도 해 보았고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주변 친구들이 하는 모습에서 열정을 보았다. 그렇게 안 보였던 친구들이 뮤지컬을 통해 눈빛이 달라졌고 마지못해서 했던 것이 아닌, 정말 하고자 하는 그런 모습들이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 은하


 


『지난 5개월간 뮤지컬연습을 하면서 왜 그리 어색했던지, 특히 춤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무슨 동작을 해도 다 어색해 보였고, 노래 연습을 할 땐 목소리가 모기소리 같아서 정말 속상했다. 그리고 연습 내내 이런 내 자신에게 의심을 품고 있었다.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지치기도 하고 중도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하지만 ‘너희들이 남한에 와서 항상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만 살았지, 준 적은 없지 않았느냐’는 망채샘 말을 들으며 우리도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연습을 열심히 준비했다. 또 뮤지컬 연습을 통해서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여태껏 뭐든 나하나 잘하면 되지 다른 사람 눈치 볼 게 뭐 있겠나, 또 실수하면 다음에 잘하면 되지, 그런 마음으로 살았지만 이번 뮤지컬을 통해서 정말 거의 3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똑같이 한 호흡을 했던 것 같다.
아직도 뮤지컬을 했던 그날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나도 모르게 설렌다.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 준 이번 뮤지컬은 내 생에 있어서 가장 최고의 경험과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 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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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서서 서로를 돕는 통일의 작지만 큰 발걸음을 시작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꾸깃꾸깃 가슴에 담았던 제 삶의 이야기들을 함부로 펼치면서 아이들은 새가 되기도 하고 꽃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색한 몸짓이었지만 눈빛만큼은 한없이 맑았고, 떨리는 음성이었지만 더없이 진실했습니다. 이번 창작극 워크숍을 준비하고 공연하면서 아이들은 하늘을 향해 성큼 자랐습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기억하면서 더욱 밝고 명랑하게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것입니다.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넘어섰던 슬픔의 강은 더 이상 외롭고 쓸쓸하게 흐르지 않습니다. 돌돌돌 소리 내며 정답게 남한의 또래 친구들과 함께 흘러갑니다. 와글와글 뒤엉키며 자신들이 꿈꾸는 평화를 노래하고, 그네들이 소망하는 세상을 맘껏 그리워하면서 행복하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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