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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07년, 제3회 대안학교 연합 중창대회 <소리모아마음모아>

작성자관리자

날짜2007-06-18 18:00:00

조회수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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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중창대회가 끝나는 시간, 내가 내 스스로에게 했던 말 - “재미있었다. 그치.”


그랬다. 이번 행사는 내겐 정말 재미있었다. 사실은 지난 두 번의 대회에 각기...


 


[리뷰] 2007년, 제3회 대안학교 연합 중창대회 <소리모아마음모아>


황윤호성(성미산학교 길잡이교사)


 


  연합중창대회가 끝나는 시간, 내가 내 스스로에게 했던 말 - “재미있었다. 그치.”


 


  그랬다. 이번 행사는 내겐 정말 재미있었다. 사실은 지난 두 번의 대회에 각기 다른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해서(아, 첫 번째 대회 때 한 학교가 내가 지은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잠깐 들르긴 했구나) 전 대회와 비교 같은 건 못하겠지만(그때도 재미있었겠지), 그냥 드는 생각에는 이 이상 재미있었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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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여러 학교가 함께하는 네트워크 행사는 의외로 재미없을 때가 종종 있다. 사람들 많이 모았고, 할 거리도 풍성한 것 같은데 왠지 재미가 없을 때, 우리는 보통 기획이 뭐 이 따위야 하고 푸념하기 쉽지만 - 사실, 그런 행사를 마치고 났을 때 진짜로 느껴지는 건 우리 자신이 참 어울리는 데 서툴다는 생각이었다. 그래, 우린 확실히 그런 게 잘 안된다. 다른 분위기를 가진, 익숙지 않은 어떤 것과 어울리는 것이. 그러니까, 기왕 이런 행사를 할 때에는 그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뭔가 자극하는 게 필요치 않겠냐? 이게 바로 이번 행사 최대의 목표였다고 생각한다. 각 학교의 다양한 문화를 거리낌 없이 쏟아놓을 수 있게 배려하는 것, 기준에 맞춰야 하는 건 최소한으로 하고. 그리고 그 다음은 참가자들의 몫이다. 이런 눈으로 볼 때, 나는 정말이지 이번 참가자들한테 감명 받았다. 이들은 두 시간 내내 정말 잘 어울렸고 즐겁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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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허설이 시작된 4시. 각 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행사장인 하자센터로 속속 도착했다. 각종 세팅 때문에 4시 반이 돼서야 리허설이 시작되었는데, 이 때부터 분위기 좋았다. 잘 들어주고 박수쳐 주고 심지어 리허설에 앵콜까지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에, 대회가 무척 흥미진진하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6시쯤 주최 측에서 준비한 김밥과 음료수를 나눠 먹고 마침내 7시, 딱 제시간에 행사가 시작되었다. 하자센터 999클럽은 어느 새 관객들로 가득 차서 열기가 후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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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성미산학교 밴드. 우리 학교니까 잠깐만 내 입장에서 얘기를 하면, 모든 학교들이 다 어려움 속에서 이번 대회를 준비했겠지만 성미산학교도 역시 그랬다. 아마도 이게 어떻게 준비되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작은 기적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한 달 전, 또는 두 달 전까진 밴드 악기를 잡아본 적도 없는 학생이 거의 다였고, 더군다나 이들이 어떤 하나의 진지한 작업을 함께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보였었기 때문이다. 우와, 그런데 이들이 밴드를, 그것도 모든 학교가 지켜보는 가운데? 불가능해 보였던 꿈은 성취되었다. 아이들은 무사히 신나는 사운드를 만들어 냈고 대회 내내 관중들이 열띤 호응을 보이게 하는 데 톡톡히 한 몫을 한 것 같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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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로 꿈학교의 차례. 힘찬 로고송에 이어 <아름다운 세상> 노래를 불렀다. 모두가 함께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시했던 연습 과정이 그대로 분위기에서 드러났다.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자기 역할을 해내려는 열심, 그 작은 떨림들을 나는 바로 앞에서 흠뻑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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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은 그 다음으로 발표한 씨앗학교도 마찬가지였는데, <파란 나라>를 부르는 학생들의 모습은 밝고 경쾌한 노래보다 그 진지한 열심이 더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옆 사람과 손을 부둥켜 잡고 땀을 흘리며 부르는 모습, 학교와 동료친구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게 느껴져서 나는 이들이 부러웠다. 나는, 우리는 이런 것을 소홀히 했던 건 아닐지. 이 작업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것과 전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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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으로 꿈틀학교가 나왔다. 과 <깊은 밤을 날아서>를 불렀는데, 들어보니 기본은 아카펠라 곡이었다. 반주 없이 노래로만 부르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누웠다 일어나는 등의 퍼포먼스도 하고, 동물 사운드도 내는 학생들의 기지가 놀라웠다. 가사를 꿈틀학교로 개사해서 부르는 것도 많은 재미를 주었는데, 학생들이 굉장히 즐기면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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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에 나온 하자작업장학교. 내가 알기로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의 공연이었다 한다. 노래 이름은 이었는데, 두 학생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노래와 몸짓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십여 명의 학생들이 뛰어 들어오면서 흥겨운 열광의 마당이 다시 펼쳐졌다. 아름다움과 젊음의 내지름이 잘 조화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흥겨운 랩과 노래에 환호와 호응으로 하나 되는 관객들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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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의 마지막으로, 셋넷학교가 나왔다. 이들은 오카리나와 시로 다소 구슬픈 가락을 노래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시간이 제일 기억에 오래 남는데, 시 한 자락, 오카리나 가락 한 음에도 모두 어떤 의미가 들어있는 듯한 진지하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혼신의 탈춤. 예술에 대해 내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모습을 혼신을 다해 보여 주는 이 표정, 이 모습들은 보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훌륭한 예술이라고 느껴졌다. 주저 없이 큰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여섯 학교들의 공연이 끝났는데, 어쩌면 이렇게 하나하나 학교들이 생각하는 가치들이 잘 드러났을까. 이것들을 하나로 어우르면, 멋진 하나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마도 이날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작게나마 분명히 스며들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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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바로 시작된 2부는,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많았다. 두 분이 나와 한국형 오카리나 연주를 들려주었고(확실히, 악기는 그걸 다루는 사람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작고 귀여운 오카리나에서 열정적이고 때로는 한 맺힌 듯한 소리들이 연이어 나왔다), 힙합 동아리 ‘시막’의 공연이 이어졌다. 노래와 랩, 비트박스 등등 젊음이 1초마다 느껴지는 무대에서,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잠깐이지만 다시 신나게 열광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심사평과 함께 시상이 있었다. 모든 학교가 각기 자신들이 보여준 모습에 걸 맞는 상을 받았는데, 천상의 하모니상, 톡톡 튀는 매력상… 이런 식이었다. 이것은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시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대회까지는 1, 2, 3등이 분명히 있었던 데 비해 이렇게 모든 학교가 자신에게 맞는 이름의 상을 받는 것(가장 뛰어난 학교에게 주는 ‘하나 된 고운 소리상’은 여전히 존재했지만)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처럼 참여 학교가 많지 않고, 모두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을 때만 가능한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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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회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보다도 참여 학교의 수가 적었다는 것이다. 각 학교별로 많은 행사들이 있고, 여행을 간다거나 하는 일도 많기 때문에 사정을 맞추는 일이 앞으로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교사들이 따로 시간을 내어 기획회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번처럼 일이 막판에 몰리고, 개별 현장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는 데 역부족인 일이 항상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조금 더 대회를 안정시킬 방법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개최 되는 시기에서부터 진행되는 방식, 준비하는 노하우까지 지난 경험들이 잘 이어져서 모두가 해가 갈수록 익숙하게 준비할 수 있는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느끼듯이, 학교 현장에서 우리는 문화예술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갖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거의 대부분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든 만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중창대회 같은 이런 기회가 하나의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각자 스스로 만든 것들을 보고 느끼고, 우리가 보여 줄 것을 고민하면서 더욱 열심히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른들이 열어 주지 않아도 스스로 교류하고 장을 열어가는, 그런 모습까지 만들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바램으로, 다음 대회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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