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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헬멧을!” - 위험사회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만들기

작성자관리자

날짜2007-06-05 18:00:00

조회수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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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작업장학교에서는 얼마 전 많은 이들이 함께 뜻과 정성을 모으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이것을 누구의 ‘덕’이라고 말하는 일이 어폐가 있겠지만, 그 ...

 


“우리에게 헬멧을!” - 위험사회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만들기


변형석(하자작업장학교 길잡이교사)


 


하자작업장학교에서는 얼마 전 많은 이들이 함께 뜻과 정성을 모으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이것을 누구의 ‘덕’이라고 말하는 일이 어폐가 있겠지만, 그 일은 하자작업장학교와 대안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 한편에서는 슬픔과 당혹감을,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고민꺼리를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4월 28일 새벽 하자작업장학교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오토바이로 귀가하던 중 연세대학교 앞에서 길을 건너던 사람과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후 피해자는 뇌출혈과 쇄골 골절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였으나 다행히 상태는 호전되었다. 그러나 사고를 낸 학생은 신호위반을 한데다 보험이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학생 본인이 치료비 전액을 물어야하는 상황이었다. 이 학생에게 지불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가족 중에서도 어머님은 암 투병중이시고, 아버님은 장애가 있어 도움을 줄 수 없는 처지였고, 당일 사고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말에는 밤새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처지로 인해 발생한 사고였다. 사실상 산업재해였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소년인 사고 학생에게 고스란히 넘어오게 되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하자작업장학교 구성원들은 많은 고민에 휩싸였다. 이 상황은 누구의 탓인가? 과연 이 사고가 사고를 낸 학생 개인의 부주의를 탓하고 끝낼 수 있는 일일까?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은 어떤 상황에 있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사회는, 그리고 우리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까딱 잘못하면 수천만원에 이르게 될 피해보상금과 형사처벌 앞에서 그/그녀는 이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그 사고는 힘겨우면서도 열심히 노력해서 살아보려는 십대의 의지를 완전히 묵살해버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어서야 되겠는가…. 그 수많은 의문과 고민들을 가지고 하자작업장학교에서는 사고를 낸 학생을 돕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행사는 사고 당사자들을 위한 행사의 의미뿐만 아니라 ‘위험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당면한 위험으로서 문제제기의 폭을 넓히고, ‘위험사회’에서의 청소년의 상황, 안전, 아르바이트, 사회의 역할, 대안교육기관의 역할, 사회적 안전망, 돌봄 등의 차원으로 확장하며 이슈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행사는 5월 26일 6시에 하자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하자센터에는 마침 “맛보기 시장”이라는 매월 열리는 시장이 서는 날이었고, 학교의 길찾기 과정 학생들은 이 시장을 대비해서 2주 전부터 물건을 모아 바자회를 열었다. 또 이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님들은 자발적으로 먹거리 장터를 열어 파전과 김밥 등을 판매해 그 수익금을 후원해 주기도 하셨다. 하자센터에서 음료수 자판기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학생과 다른 몇몇 학생들은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여 기부금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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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하자센터 999클럽에서 진행된 “우리에게 헬멧을!”이라는 행사에는 약 15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내내 숙연한 분위기에서 행사를 함께 했다.



행사의 첫 순서로 “청소년과 아르바이트”를 주제로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이 직접 만든 다큐멘터리 상영이 있었다. 홍대에 나가서 직접 청소년을 만나 취재하기도 하고, 청소년 노동인권을 위해 일하시는 노무사를 만나 인터뷰도 하고, 하자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험에 대해 담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편에서는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열악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생의 첫 ‘일’을 시작하는 경험을 하는 지를 보여주었고, 또 한편에서는 그럼에도 청소년들이 얼마나 일을 통해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기대하고, 준비하고, 노력하는 지를 보여주었다.



두 번째 순서는 일본 바이크 일주를 목표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오토바이를 사고, 운전면허를 따고, 각종 안전 장비를 구해서 자신의 안전을 위해 충분히 대비하며 생활하고 있는 김한솔 학생이 오토바이를 직접 무대에 몰고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서였다. 이 순서는 “우리들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 성찰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뒤를 이어서 사고를 낸 학생과 피해를 입은 친구를 격려하고 또는 따끔하게 질책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낭독하는 순서였다. 사고 학생의 친구 김승해는 편지글에서 “이 일을 바라보는, 그곳에 무릎을 적시는 우리가, 너무나 대책 없는 이 풍경 속에서, 그래도 살고 있는 사람은, 살고 싶으니 살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라며 청소년을 둘러싼 현실에 대한 절절한 자기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학부모님과 담임, 친구들의 편지글이 함께 낭독되었다.



마지막 순서로 사고 학생이 사고 전까지 함께 하고 있었던 하자작업장학교 퍼커션 공연단 <촌닭들>의 첫 공연이 이어졌다. 비록 사고 학생이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돌보며 성장하는 공연단으로서 좋은 기회에 공연을 하게 되어 모두들 흔쾌히 그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첫 공연을 무사히 마쳤고, 숙연했던 분위기를, 함께하며 서로 도울 수 있는 흥겨운 분위기로 만들며 행사를 마칠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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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을 계기로 하자센터는 <하자 청소년 안전 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청소년을 돕기 위한 기금으로 마련된 것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약 600만원의 기금이 마련되었고, 이 기금으로 사고를 낸 학생에게 피해보상금을 대여해줄 예정이다.



하자센터와 하자작업장학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안전한 아르바이트”, “위험사회의 사회적 안전망 만들기”라는 새로운 화두를 들고 청소년들을 만나고 함께할 수 있는 기획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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