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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학교] 닫힌 성장을 열며 - 꿈학교 성장 이야기

작성자관리자

날짜2007-05-07 14:00:00

조회수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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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이들의 학교가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삼십년 전부터 붙박이로 살아온 난곡을 떠나왔구요. 난곡 지역의 특성을 담아온 학교의 역사와 ...

 


닫힌 성장을 열며 ― 꿈학교 성장 이야기



김은임 / 꿈꾸는아이들의학교 길잡이교사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가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삼십년 전부터 붙박이로 살아온 난곡을 떠나왔구요. 난곡 지역의 특성을 담아온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거스르는 일은 아닌가 싶어 잠시 불안도 했지만 학생과 교사의 배움이 쉬이 오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기 위해 한 발 내딛기로 했습니다. 꿈학교 배움 공간을 찾아오는 분들은 참 많습니다. 도움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찾기도 하고, 배움을 나누기 위해서나 마음을 기대기 위해서 찾아 오기도 합니다.


 


그간 꿈학교는 한 해 걸러 한 번씩 새 봄이 올 때마다 이사를 준비해야 했지요. 그러는 동안 공간을 새로이 만들고 기획하고 더 나은 학습 여건을 창조해 내기 위해 노력해 온 많은 분들이 떠오릅니다. 그분들의 손길이 여기저기 담긴 곳을 비우고 2년마다 보증금과 월세를 올려대느라 허리가 휩니다. 그래도 한 사람의 허리가 아니고 여러 사람이 둘러서서 휘청대다 보면, 어느새 서로가 서로를 받치고 있게 되는 따뜻한 경험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든든히 서서 서로를 쳐다보고 있거든요. 그들을 우리는 꿈학교의 자원교사라고도 부르고, 후원인으로도 부르고, 학부모님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3월 24일)  꿈학교의 이삿날 비가 내렸습니다. 귀차니즘에 빠진 채 주말을 보내던 이해심 작은 이웃 덕에 사다리차를 쓰지 못한 채 (창 가까이 대야 하는 사다리차를 위해 자기 차 자리를 빼주기가 싫었던 게지요) 그 비를 다 맞고 아이들과 교사들은 짐을 날랐습니다. 사다리가 올라올 거라는 기대로 박스마다 짐을 꽉꽉 눌러 채우던 간밤의 우리 결정을 후회하며 말입니다. 삼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비 냄새와 땀 냄새를 서로에게 풍기고 힘내자는 미소도 전하고, 새 공간은 이보다 더 좋을 거라는 기대감도 나누고, 자장면 한 그릇에 기운을 차렸습니다. 정리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모두 각자 제 역할들을 잘 찾아 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해가 가면서 새 학교는 어느새 우리에게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가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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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학교는 여전히 작지만, 예뻐졌습니다. 새로이 꿈학교가 된 공간에 새로운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나눔여행학습’ 꿈학교를 만들어가는 아이들, ‘징검다리학습’ 꿈학교에 오가는 아이들. 새로운 교과 강사 선생님들과 멘토 교사들의 교육도 진행되면서 하나둘 자리가 잡혀갑니다. 난곡지역단체협의회 대표 분들과 꿈학교의 후원자 분들,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님도 오셔서 그날의 주인공이 된 꿈아이들을 축복하고 새 공간을 빛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맡기며 노심초사 마음을 놓지 못하던 부모님들은 분홍빛 하늘빛 공간에 담긴 아이들을 함께 바라보시며 마음을 다지기도 했습니다. 입학식과 공간 이전 축하를 함께 치르던 이 날은 꿈학교의 공식적인 첫 대표, 이현숙 선생님의 첫 인사 자리이기도 했답니다. 꿈학생이 된 아이들과 모이신 분들과 함께 학교의 전망을 함께 나누고 힘을 실어주시길 당부하던 그날은. 우리가 새 맘으로 함께해서 더욱 따틋한 봄날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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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이렇게 자랑하는 꿈학교가 어떤지 보고 싶으시죠? 글로 설명을 다 하긴 참 어렵습니다. 일단 아이들이 이 작은 공간 안에서도 뛰고 뒹굴며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게다가 먼지가 폴폴 날리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지트가 생겼습니다. 두 평도 안 되는 너비에 녀석들이 준비해 온 간식거리를 풀어놓으며 삼삼오오 비집고 들어가는 다락방이 바로 그곳이지요. 처음 찾아온 아이들의 눈빛마저 반짝이게 만들어 준 작디작지만 고마운 공간입니다. 아이들은 학교 공간 구석구석에 자신들의 손길을 새겨 가고 있습니다. 길잡이교사들은 이 시간이 아이들 스스로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는 작은 실천의 시작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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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꿈학교의 모태인 남부교육센터 이주여성교실 학생 분들이 꿈학생들과 공동프로젝트 수업 ‘경계너머’를 진행하기 위한 모임을 갖기 위해 학교를 방문해 주셨습니다. 중국, 베트남, 일본 각 나라에서 이주 해 오신 분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남부교육센터를 학교 삼아 다니는 분들입니다. 학교가 너무 좋다고들 하시며 아이들과 어우러져 한 컷 찍은 사진도 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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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꿈학교 공간은 그리 자랑할 만한 곳이 못됩니다. ‘학교’가 주는 우리의 기억 속에는 너른 운동장과 쉴 만한 나무 그늘과 선생님의 눈을 피해 전력 질주가 가능한 복도가 있는 커다란 곳입니다. 근래 학교를 넓히거나 옮기거나 더 나은 환경으로 바꾸어 가는 네트워크 학교 현장들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도시형대안학교 현장들 중 어느 하나 운동장을 마련한 학교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아기자기한 옥상을 꾸미고, 소통과 책이 머무는 카페도 구상 하고, 작은 텃밭도 마련하고, 지역사회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학습 공간을 창조해 내고 활용합니다. 꿈학교도 바로 가까이에 보라매 공원과 청소년수련관이 있어 아주 유용하게 움직이고 있지요. 그래도 점심을 먹고 난 자투리 시간을 틈타 농구공을 들고 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분명 눈치를 보아가며 바로 옆 골목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살짝 들어갈 테니 말입니다. 행여 다 큰 녀석들이 학교 안 가고 초등학교에서 뭐하는 건가 하는 이웃들의 의심의 눈초리만 잔뜩 받아 안고 오는 건 아닌지. 열심히 뛰노는 아이들 모습에도 길잡이교사들은 맘이 안 놓입니다.


 


얼마 전 꿈학교 자원교사 워크숍을 진행하며 창의력 특강을 위해 와 주신 김찬호 선생님이 준비하셨던 자료가 생각납니다. 지역의 문화, 건강, 학습, 복지 등을 종합적으로 담아 내는 지역 주민을 품는 벽이 없는 학교의 구상도를 보았습니다. 그만큼 큰 계획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실상 그런 역할에 대한 꿈은 꾸어 봅니다. 누구나 찾아와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나누고 함께 고민해 주고 모여서 실행해 볼 수 있는 그런 공간.


 


요즈음 '징검다리 학습'을 연계하고 있는 한 녀석이 학교를 찾아와 말합니다. "제 주위엔 저 같은 애들 밖에 없어요. 그게 너무 막막해요."  오래된 학습 중단. 차라리 일이라도 해서 자신의 삶을 책임져 가려 노력해 봤지만 저학력과 미성년의 신분이 주는 현실적 벽은 너무 높았든가 봅니다. 너무너무 속상한 말투로 아이 입에서 나와 버린 '저 같은'이란 말이 아프게 와 박힙니다.


 


홀수해가 되면 어김 없이 꿈학교는 이사를 가야 할 고민에 빠지지만 더디게나마 성장을 멈추지 않으려 갖은 애를 써봅니다. 이곳에 온 뒤로 꿈학교 교사들은 어느새 운동장을 꿈꾸며 월세를 더 이상 내지 않을 방법들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을 책임져 가는 시작을 위해 꿈학교를 필요로 할 때 아이들에게 무책임했던 그 누군가들처럼 여건이 받쳐주지 않았다고 대답 없이 모른 척하고 있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꿈학교 인근에는 아직 꿈학생이 되지 않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아이,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아이, 어느 집 방 한구석에 오도카니 앉아 어두운 내일을 두려워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기다리며 오늘도 새 꿈학교의 문을 활짝 열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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