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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일본학습공간탐방] 오리지널이 되어야 해

작성자관리자

날짜2007-01-29 23:00:00

조회수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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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낭만주의자이다. 어쩌면 그건 대안학교의 교사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지도 모른다. 지난 4여년의 시간 동안 대안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난 무 ...

 


오리지널이 되어야 해
천천히 전통을 만들어가는 공동체-일본학습공간탐방


최경미


 


 


나는 아직도 낭만주의자이다.
어쩌면 그건 대안학교의 교사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지도 모른다.
지난 4여년의 시간 동안 대안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난 무턱대고 모험을 꿈꾸어왔으며 자꾸 현실과의 경계에서 종종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난 낭만주의자답게 충전?이라는 숙제를 가지고 ‘쉼’을 선택했다. 익숙해진대로 길들여진 생각과 몸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놀 수 있도록 교사로서의 포즈를 바꾸고 싶었다.
트랜스 포즈, 일본 여행이 그 시작이었다.
새로운 자극을 경계하고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만들어 가는 밑거름으로 받아들이는 첫 시도라 믿고 싶었기에 은근히 기대되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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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젠다


언제나 키워드는 ‘아젠다’였다. 일본의 다양한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건 근본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천천히 전통을 만들어가며 변화시킬 수 있었던 토대는 바로 ‘필요’에서 출발하였으며 그것은 제팬 프레네-도쿄 슈레 대학-뉴스타트센터-가쿠요중학교-하마노고 소학교 모두 느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작은 공간, 적은 학생 수, 운영 적자, 수 많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공간이 존재해야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필요가 변화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느리지만 문화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솔직히, 한국의 교육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별 다를 게 없을 거라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의심은 여러 현장을 돌면서 차츰 파장을 일으켰다.


 


2. 새로운 성찰


나는 공동체를 추구해왔다. 뚜렷하게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막연하게 진정한 배움이 지속할 수 있는, 서로의 성장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그런 공동체를 꿈꾸어 왔다. 하지만 그건 나의 추상적인 이상이었으며 언젠가는 만들어야지라고 수없이 되뇌였을 뿐 그 가능성에 대해 실험해보지 못했다. 이 지점이 바로 뒤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게 하였다. 그 중에서 내가 주목하고 있는 세 곳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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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슈레 대학’과의 인연은 지난 호주 아이덱 이후로 두번째이다. 솔직히 호주 아이덱에서의 도쿄 슈레 대학에 대한 내 편견은 도쿄 슈레 대학의 정체불명에 대한 의심이었다. 대체 뭐하는 학교야? 소위 말하면 대안 대학인데 과연 수준과 내용은? 고등학생 대상의 프리스쿨이 더 필요하지 않나? 호기심보다는 미심쩍음이 많았다. 도쿄 슈레를 방문하고 나서도 내 삐뚫어진 생각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100여평이나 되는 공간이 10여 명의 학생을 위해 존재하다니 그야말로 나의 속물근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지점이었다. 돌이켜 보면 시기와 질투였던 것 같다. 모르는 사이 성과 중심이나 학생 수로 존재 이유를 판가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도쿄 슈레 대학이 생겨나게 된 배경과 학생들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쿄 슈레 대학 다움? 지난 8년 여 동안 천천히 도쿄 슈레 대학만의 존재 이유와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근대적인 ‘학교’의 틀을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도쿄 슈레는 평생학습 공간으로 실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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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트센터’는 주목의 중심이었다. 세대의 변화를 통찰하는 새로운 스페이스로 솔직히 제일 기대했던 곳이었다. 소위 쿨한 서태지 세대로 통하는 대안학교 1세대들과는 다르게 무기력하고 미지근한 세대인 요즘 아이들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뉴스타트센터는 교육적인 마인드에서 출발한 학습 공간이 아니었다. 히끼꼬모리나 니트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커리큘럼에 대한 소스를 기대했는데 단지 ‘소통’과 ‘관계’를 위해서 시스템이 존재할 뿐이었다. 돌봄에 기반한 세대간의 소통과 관계를 위해 필요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얄팍하게 그들의 교육적인 비전과 노하우를 베껴 갈 생각했던 나를 들여다 보게 하였다.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며 느림의 가치를 인정하는 그들의 문화에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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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마노고 소학교를 잊을 수 없다. 공동체에 대한 화두를 던져 준 곳이다. 가쿠요 중학교와 하마노고에서의 공개 수업은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하게 만들었다. 귀기울여 들어주고 침묵을 기다려주는 그 조용한 활력은 나를 오래 감동시켰다. 수업 도중에 한 아이가 불쑥 선생님께 건넨 코알라 인형이 아이들에게 동일시의 대상으로 전환될 때, 수업 내내 잠자코 있던 아이가 손을 들어 그 코알라 인형으로 책에 나온 동작을 표현했을 때, 도미노처럼 아이들이 일어나 ‘뿅, 뿅, 뿅’하였을 때의 그 배움의 역동 혹은 전파?는 나에게까지 전해져 가슴이 뛰었다. 가쿠요 중학교보다 내가 하마노고 소학교를 기억하게 된 건 앞의 이유때문만은 아니다. 솔직히 가쿠요 중학교의 학생들은 밝고 명랑하였으며,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며 학생들이 우리 아이들과 다르지 않아 동포애까지 느꼈다. 그것보다 나를 끌리게 만든 것은 하마노고 소학교의 수업연구협의회의 분위기였다. 한 학생 한 학생의 배움이 일어난 순간들을 공유하고, 모든 아이들의 점핑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을 나누고, 한 교사의 성장의 계기를 지지해주고, 업그레이드해야 할 방향성을 함께 포용하는 그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그 날 늦게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는 순간 ‘뿅, 뿅, 뿅’을 되뇌었다. 아무래도 그 배움의 전파에 감전되었나 보다.



3. 오리지널이 되어야해


갑자기 내 머릿속을 꽝! 내리치는 단어, 일본 여행 내내 맴돌기만 하고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던 오.리.지.널.
그랬다. 일본의 다양한 학습 공간은 천천히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였다. 그 밑바닥에는 누구나 복사할 수 없는 전통이 있었다.
대안학교 10년의 역사,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전통을 우리 식대로 복원하고 회복해서 끈기있게 지켜나가는 일이야 말로 진정한 오리지널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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