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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작성자관리자

날짜2006-12-04 17:00:00

조회수3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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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중창대회라..요즘 일도 많고 바빠서 힘들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자치회의 안건에 한 번 내봐요.”


열매맺기반(졸업반) 아이들도 졸업식 ...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은평씨앗학교 박원경)


 


“음..중창대회라..요즘 일도 많고 바빠서 힘들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자치회의 안건에 한 번 내봐요.”


 


열매맺기반(졸업반) 아이들도 졸업식 준비로 바쁘고 싹틔우기반도 발표회 준비로 바쁜 가운데 자치회의 안건으로 중창대회가 올랐다. 나는 ‘다들 바쁜데 중창대회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뒤집고 다들 기뻐하면서 꼭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열매맺기반이나 싹틔우기반은 이제 올해 함께 공부하고 행사에 참여 하는 마지막 행사라며 다함께 중창대회를 기꺼이(!!) 하겠다고 정했다. 하지만 난 내심 걱정스럽기도 했다. 중창대회라면 전율과 가슴이 울릴만한 그런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학교 학생들 10명이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또 하나, 이제 초보 교사인 내가 이번 중창대회 행사를 맡게 되어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었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이들도 걱정이고, 나도 걱정이었다.


 


열매맺기반 졸업여행을 다녀온 후 바로 ‘달팽이는 왜 날아오르지 못할까“라는 노래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마다 우리 학교에선 ‘아침이 즐거운 학교’(아즐학)라는 아침 나누기가 있는데 그 시간을 활용하여 중창대회 연습을 하기로 했다. 다들 아침이라 목소리가 잘 나오지도 않지만 열심히 가사를 외우면서 연습을 했다. 노래에는 화음을 넣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어떻게든 화음 부분을 연습시켜 좋은 음악을 나오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나만의 꿈이었던 것일까? 아침시간만으로는 부족하기도 했겠지만 화음이 전혀 어우러지지 않았다. 결국은 화음 부분은 아쉽게 포기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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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다 함께 입을 모아 노래연습을 했던 것이 학생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행사 이틀 전!! 싹틔우기반에 한 학생이 귀가 달린 모자티를 입고 공연하자는 의견을 냈다. 처음엔 ‘음...노래가 안되니 옷이라도 맞춰 입자는 건가~하하하!!!’ 하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노래 실력은 갈수록 늘었고, 좋은 아이디어도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귀가 달린 곰돌이 티를 입자는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바로 인터넷으로 구매한 후 정말 순식간에 퀵으로 배송 받았다.



다들 그 옷을 입고 나니 정말 너무너무 귀여워서 한사람씩 깨물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강하게 거부하는 바람에 나의 그런 욕망은 좌절되었다. (^^;;)


 


행사 당일 날 다들 오전 10시에 하자센터에 모여 작은 공간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에 연습해서 인지 이날도 목 한번 풀고 바로 연습으로 돌입했다. 노래를 연습하는 중간 중간에도 아이디어들이 나왔는데 간주 나올 때 마빡이 춤을 추자, 둘리 춤을 추자, 파도타기 하자 등등 많은 이야기들을 했다. (하지만 정작 공연에서는 하지 않았다는거..)



다들 의욕에 불타오르며 곰돌이 옷으로 의상을 갈아입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행사장에는 참여하는 학교들이 모여서 우리처럼 연습하는 학교도 있고 쉬면서 점심을 먹는 학교들도 있었다. 다들 열심히 준비한 것 같았다.


앞에 심포지엄이 좀 늦게 끝나게 되어 중창대회 일정도 조금 늦어졌다. 그 때문에 리허설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제 정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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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동북아 대장정 기록 영상이 시작되었다. 정말 감동적인 기록 영상을 보고 경쟁부분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여섯 팀 중에 5번째였다. 아침에 모여서 떠들며 웃고 했던 우리 학교 학생들이 어느새 얼굴이 굳어 있고 다른 팀 실력을 보고 입을 벌리며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만도 하다 다른 학교들이 참 노래도 잘 부르고 약간의 무용을 넣어 자신들의 끼를 발산했다.


 


드디어 얼어있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아이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다 드디어 입장했다.
우리는 다른 학교들처럼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MR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 그냥 음악을 틀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더욱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야 했다.
음악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소심한 율동(?)과 함께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난 앞에서 보고 있는데 정말 어찌나 떨리던지... 마치 내 자식 재롱잔치에 와있는 듯 떨리고 ‘실수 하면 어쩌지?’, ‘가사 잊어버리면 어쩌지?’ 등등 걱정에 휩싸여 공연을 보았다.
아이들은 긴장 탓인지 생각했던 율동을 다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가사 잊지 않고, 음정도 틀리지 않고 열심히 성실하게 준비한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런 아이들 모습은 내가 본 우리 학교 학생들 모습들 중에 가장 사랑스러웠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귀여워~’소리가 연신 터져나왔고, 나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매료되서 사실 아이들 노래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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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사가 끝나고 시상식이 시작 되었다. 다들 긴장한 모습들이다. 학교 이름이 하나하나 불릴 때 마다 우리 학교도 불려지길 기도했다. 하지만 우리의 모자란 연습 시간이 들통 난  것 같아 상을 타기는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다. ‘이번에 상을 타면 다음부터 정말 연습 안하고 대회에 나가려고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결국 상을 타지는 못했다. 물론 모두 조금 아쉬워하기는 했지만 누구도 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2006년 마지막 행사를 열매맺기반과 싹틔우기반이 함께 한 목소리를 내어 기쁘게 행사를 끝마쳤다.
비록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좋은 추억을 만들고 이번 경험을 통해 아이들도 나도 조금 더 성장했을 것이다. 내년 중창대회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또 서겠지만,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중창대회를 준비하게 되어 나에게는 큰 즐거움 이었다.


 


항상 기쁘고 행복할 수는 없지만 은평씨앗학교에 와서 학생들과 이야기 하며 수업을 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젊어지고 서로 물을 주며 성장 시켜준다.
혼자서는 절대 성장 할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과 돌봄이 있지 않다면 어떤 것도 금방 시들거나 싹조차 틔우기 못 할 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어느 만화영화 주제가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학생들이다. 계속 성장하고 꿈을 펼칠 그들의 힘이 2006년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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