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작성자관리자
날짜2006-11-06 14:00:00
조회수4325
셋넷학교로 놀러오세요~
정대일 (셋넷학교 길잡이교사)
지난 10월 9일 셋넷학교가 더 넓고 멋진 공간으로 이사를 하였고, 10월 27에는 여러 현장의 선생님들과 축하객들을 모시고 새 교사(校舍)를 여는 축제를 가졌습니다. 이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넓은 공간으로 이전한 셋넷의 감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먼저 2004년 9월 개교 당시의 첫 번째 교사(校舍)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의 대안교육을 꿈꾸며 만들어진 소중한 공동체 ‘똘배학교’는 우여곡절 끝에 ‘셋넷학교’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안정된 보금자리를 잃고 거리(주로 목동과 신월동)를 방황하다가 학교를 계속하려는 여러 선생님들의 가난한 마음들이 모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 낙산 기슭에 자그마한 둥지를 틀게 되었으니, 그곳이 셋넷의 첫 보금자리입니다.
셋넷의 첫 보금자리는 낙산 기슭 계란집 반지하 창고였습니다. 반지하로 내려가는 경사진 계단길을 내려가면, 옆으로 쪽문 같은 정문(?)이 있고, 그 안에 통으로 트인 공간과 조그만 화장실이 전부였습니다. 셋넷의 망채(셋넷에서 학생들을 지칭하는 용어, 망둥어에서 유래)들은 그 좁은 공간에 교실 네 개를 만들기 위해(셋넷학교는 대체로 한 과목을 네 개의 레벨로 나누어 운영하기에, 한 수업 시간에 네 개의 교실이 동시에 확보되어야 한답니다.) 책장을 두르고, 커튼을 치는 등 온갖 지혜를 짜내었으며, 동시에 진행되는 수업에서 교사들의 목소리가 서로 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사방 벽을 윗집에서 싸게 구입한 종이 계란판으로 도배하는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공간은 원래 용도가 창고이기 때문에,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못하는 공간이었고, 따라서 취사와 난방이 원천적으로 힘든 공간이었습니다. 한창 자랄 나이인 셋넷의 망채들은 휴대용 가스렌지 (일명, 부르스타^^)에 라면을 끓이고, 화장실에 딸린 찬 수돗물에 쌀을 일어 전기 밥솥에 앉혀서 허기를 면하였고, 설거지는 변기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언 손을 녹여가며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공간, 우리만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었고,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배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시절에 힘들지만 즐겁게 공부하였던 망채들은 한 명도 탈락하지 않고 지금도 대학에서 열심히 학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셋넷 1기생”이라는 돈 주고도 사지 못하는 명예를 누리고 있습니다.(셋넷에서 “저 사람은 1기생이야.”라는 말에는 단순히 졸업 년도에 대한 정보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은 셋넷학교가 가장 힘든 고난의 시기에 ‘고난의 행군(?)’을 같이 한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지니고 있답니다.)
첫 번째 공간에서 일년을 날 무렵, 셋넷의 두 번째 공간은 벼락같은 축복으로 마련되었습니다. 현재 셋넷의 운영위원장님이신 김영우 선생님께서 자원교사로 셋넷에 참여하시다가 학교의 공간이 너무 열악한 것을 참지 못하시고^^ 거금을 쾌척하셨고, 여기에 흥분한^^ 교장선생님과 또 한 분의 선생님이 마음을 더하셔서 영등포구 당산동에 소재한 7층 건물의 7층으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지상에서 영원으로, 아니 지하에서 천상으로 이전하게 된 것입니다.
이 두 번째 공간은 방 네 개의 서른평 남짓한 가정집이었는데, 들어서는 순간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푸근함이 감싸는 포스(?)를 지닌 공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두 번째 공간은 햇빛을 바로 받을 수 있었고, 하늘을 볼 수 있었고, 바람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위로는 옥상이 있어 자투리 시간에 줄넘기를 할 수가 있었고, 모든 것이 완비된 주방에서는 어떠한 요리든지 뚝딱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며, 각기 방으로 독립된 교실에서는 수업을 진행할 때 옆방의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공간의 이런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 년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 공간을 이전해야 할 필요성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로, 알고 보니 학교 교사로 쓰이는 7층의 바로 아래 6층이 원룸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었고, 여기에 계신 분들에게 스무 명의 망채들이 쿵쾅거리는 셋넷학교는 벼락같은 축복이 아니라 쏟아지는 저주(?)였던 것입니다. 결국 항의하러 격하게 뛰어올라오는 아래층 세입자들의 발걸음도 뜸해질 무렵, 이미 셋넷의 망채들은 발끝을 들고 사뿐사뿐 걸어다니는 것에 익숙해 졌지만, 마음 놓고 밝게 움직이지 못하는 망채들의 부자유스러움에 선생님들은 가슴 답답함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둘째로, 여섯 명으로 시작한 셋넷의 망채들이 점점 늘어나서 상주하는 인원이 스물서너 명이 되다 보니, 처음에 그 넓게 보이던 공간도 콩나물시루로 변해 갔습니다. 게다가 꼭대기 층에 쏟아지는 햇볕은 콩나물시루 교실들을 고온숙성 콩나물시루로 발전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망채들이 서로를 36.5도의 열 덩어리로 인식하게 될까 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셋째로, 문화학교를 표방하는 셋넷학교의 교육 내용에서부터 비롯된 공간에 대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네 개의 교실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것에 감격하였지만, 컴퓨터 교육을 위한 십여 대의 컴퓨터를 놓을 수 있는 컴퓨터실 공간, 셋넷이 담아온 영상을 편집할 미디어 작업실 공간, 셋넷이 최종 편집하여 만들어낸 영상을 가지고 자체 시사회를 할 수 있는 문화공간 등이 현실적으로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공간도 두 번째 공간과 마찬가지로 뜻하지 않은 선물처럼 다가왔습니다. 두 번째 공간으로 이사 오면서 새롭게 셋넷이 만나게 됐던, 영등포에 오랜 기반을 가지고 있는 자원교사 한 분이 셋넷과 사귀며 운영위원이 되셨고, 그 분이 자신이 소유한 3층 건물의 2층을 셋넷이 마련할 수 있는 정도의 전세금에 흔쾌히 임대해 주신 것입니다.
이 세 번째 공간의 미덕은 우선, 1층이 빈 병들을 쌓아 놓는 창고라는 것입니다. 이제 2층에서 우리 망채들이 아무리 마음놓고 뛰어도, 1층에서 병들이 일어나서 소리치는^^ 일들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넓어진 학교 공간은 이제 조례나 종례를 한 번하려면 구석구석을 다 뒤져서 망채들을 찾아와야 할 만큼 넉넉해진 만큼이나 망채들을 여유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 번째 공간의 넉넉함은 셋넷의 숙원사업이었던 미디어 영상 편집실, 컴퓨터실, 영상시사가 가능한 문화공간 등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셋넷의 문화적 역량과 기량이 한층 더 제고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셋넷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대 도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셋넷의 첫 공간이 여덟 평 남짓이었습니다. 지금의 세 번째 공간은 약 팔십 평입니다. 공간은 열 배로 커졌지만, 내용은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로 채워가고 싶은 셋넷입니다. 셋넷 집들이 문화축제에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께서도 부디 함께 기뻐해 주시고, 크게 격려해 주신다면, 앞으로 셋넷의 망채들이 남한 사회에서 뿌리내리고 당당하게 잎을 키우고, 알차게 열매 맺는 데에 커다란 밑거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축제를 여는 마당은 먼저 옥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망채 댄스팀의 스포츠 댄스가 있었으며, 축시 낭독 및 봉산탈춤 시연이 있었습니다. 이 모든 순서는 지난 한 학기 셋넷학교의 커리큘럼으로 운영되었던 수업의 결과물들입니다.
셋넷학교 자원 교사 선생님들로 구성된 4인조 밴드인 오글스 밴드(이글스의 소심 버전이라고 함^^)의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는 축하객들입니다.
동북아 평화대장정 기간에 만든 영상 “기나긴 여정 2” 시사회를 보기 위해 문화공간에 모인 축하객들과 셋넷학교 학생들 및 졸업생들과 교사들입니다.
옥상에서 즐거운 뒤풀이가 있었습니다. 환영의 건배 제의를 하는 박상영 교장선생님 뒤로 국회의사당 건물이 보입니다.
<<셋넷학교 공간소개>>
셋넷학교의 단면도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조리실과 교무실이 있고, 왼편으로는 봄날과 여름밤이라는 교실 두 개와 공동체 문화공간, 미디어 작업실이 위치하고 있으며, 오른 편으로는 가을하늘과 겨울숲이라는 교실 두 개와 컴퓨터 실로 꾸미려고 계획하고 있는 쉼터가 있습니다.
셋넷학교의 문화공간입니다. 우측으로 앞쪽이 봄날, 그 뒤가 여름하늘입니다.
교실의 모습입니다. 아 참, 셋넷은 지금 우유급식을 하고 있답니다.^^
셋넷의 출입구입니다. 옆의 현판은 셋넷학교의 상징입니다. 도안은 이외수 선생님께서 해주셨고, 목판으로 새기는 작업은 자원교사 한 분이 해주셨답니다.
복도입니다. 사진을 붙여놓았고, 그 옆의 추상화는 잘 보면 3과 4가 보인답니다. 직접 한번 오셔서 찾아보세요^^
바깥에서 본 셋넷학교 전경입니다. 3층건물에 2층이고, 옆으로 배너를 내려 놓았습니다.
이상 셋넷학교였습니다. 셋넷학교에 많이들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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