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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대안교육 국제심포지엄의 풍경들

작성자관리자

날짜2006-10-24 11:00:00

조회수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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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임을 실감하기 힘든 따뜻한 가을날 오후. 대구에서는 삼성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가 한국시리즈를 치르던 바로 그 숙명의 시간. 숙명여대 백주년...

2006 대안교육 국제 심포지엄의 풍경들
김종구 (서울시대안교육센터)
1.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多多益善)

늦가을임을 실감하기 힘든 따뜻한 가을날 오후. 대구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가 한국시리즈를 치르던 바로 그 숙명의 시간.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 컨벤션홀에서는 대안교육 <10년의 지도 그리기>라는 주제로 2006년 대안교육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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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농경사회나 대량 생산시대에는 ‘많은 것은 곧 좋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람 수로 세를 과시하는 건 조금 미련한 짓이거나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가끔 많은 수의 사람이 모이는 게 미덕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번 심포지엄이 딱 그렇다. 자신이 걷고 있는 대안교육 운동이 가끔씩 미심쩍어질 때, 나와 다른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도반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큰 힘이 되던가. 일찍이 공자의 문도들도 이런 즐거움을 알고 있었다. ‘벗이 먼 곳으로부터 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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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심포지엄은 컨벤션홀이 수용할 수 있는 숫자를 가뿐히 넘어서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마디로 차고 넘치는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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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자료집과 기념 컵은 동이 났으며, 준비한 간식도 일찍 바닥을 드러냈다.

2. 배움은 결코 그만둘 수 없다(學不可以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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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들자 미처 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차마 배움의 욕구를 꺾을 수 없었나 보다. 몇몇은 서서, 몇몇은 간이의자에 앉아, 아예 몇몇은 바닥에 쭈그리고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강연과 토론을 경청했다. 브라보!
그런데 우리의 배움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몇몇 사람들은 로비에 마련된 현장 생중계를 통해 그 갈증을 달랬으며, 건물 밖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자료집 독서삼매경에 빠진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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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뒤돌아본다는 것, 그리고 내다본다는 것(回顧及展望)

이번 심포지엄은 대안교육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내다보는 자리였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해 열렸던 <대안교육 10년의 성과와 과제>와 짝을 이룬다. 지난해 심포지엄이 국내 대안교육 관계자들로만 이루어진 심포지엄이었다면, 이번 심포지엄은 나라 안과 밖의 이야기들을 모은 국제 심포지엄이었다는 것, 지난해 심포지엄이 대안교육 10년을 정리하는 기조강연과 이어지는 몇 가지 주제발표를 통해 지금 대안교육이 당면한 문제(교육의 공공성, 교사의 성장, 학교 문화 만들기)를 하나씩 이야기해 보는 자리였다면,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 미국, 북아일랜드, 독일, 일본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안교육의 움직임 및 화두를 들어보며 우리의 시야를 조금 더 미래로 넓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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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강연을 맡은 존 테일러 개토는 미국의 의무교육 제도를 비판한 책, 『바보 만들기』로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생기 없는 지식을 암기하도록 강요하는 학교라는 체제에 대한 그의 비판은 이번 기조강연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국민을 관리하기 용이한 체제인 학교가 도대체 어떤 인간을 만들고 있는지, 학교교육에서 일탈된 사람, 학교교육을 거부한 사람들이 도리어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해냈는지 그는 방대한 예를 들어 가며 열정적으로 이야기해 주었다. 개토의 논지는 결국 아이들이 ‘생기 있는’ 지식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뻔한 교수-학습과정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 교과목을 하나의 도구로만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30년 이상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교사를 지낸 한 사람의 삶의 철학이 베어있는 이야기는 학교제도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며, 대안교육의 초심을 추스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스콧 볼디트의 불참은 우리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다양한 형식의 대안교육을 실험하고 연구하는 사람이며,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안교육을 면밀히 탐구하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안교육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우리에게는 몇 가지 힌트를 주고 있다. 서머힐, 프레네, 발도르프 등 대안교육의 대명사격인 학교를 탐구하는 방식으로 세계의 대안교육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연구 대상이 된 한 나라의 교육 제도와 교육적인 상황을 개괄하고, 공교육을 일탈하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설립된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기관들에 주목하고, 그 중 의미 있는 한두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가 보낸 글이 자료집에 실려 있어(그리고, 부록으로 스페인과 프랑스의 대안교육 흐름까지 엿볼 수 있어) 우리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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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교육 제도를 창안한 나라이자, 홈스쿨링 같은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 나라 독일. 그래서 그런지 독일 곳곳에 흩어져 다양한 교육적 실험을 하고 있는 자유학교 이야기는 ‘의무교육제도’와 여전히 싸우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힘이 된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헨리크 에벤벡은 이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키워드인 ‘삶으로서의 교육’이라는 주제 하에 독일 자유학교의 이야기를 개괄적으로 들려주었다. 12년간의 투쟁을 통해 법적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프랑크푸르트 자유학교 이야기, 인적인 끈을 다 동원해서 공무원을 설득하기까지 해야만 했던 학교 설립 사례들, 자기 자녀에게 맞는 새로운 교육을 위해 부지런히 책을 읽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급기야 학교설립 모임을 결성하고야마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들 등은 심포지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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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넘어선 학교, 일터와 배움터와 삶터를 넘나드는 사례 중 하나인 하자센터의 노리단. 김종휘 단장은 사례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보다는 지금 노리단이 서 있는 자리가 가진 동시대적 의미를 짚어 주었다. 특히 새로운 마을 만들기, 돌봄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 대안교육이 주목해야 할 키워드였으며, 지금 노리단이 그리는 전망은 좁은 의미의 탈-학교와 탈-억압적인 학교 만들기를 넘어선 자리에 대한 고민으로 읽히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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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아사노 준이치와 후타카미 노우키가 이야기한 일본 니트 족과 히키코모리 이야기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조금 생뚱맞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의 문제가 단순히 학교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히키코모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뉴스타트 운동은 우리 교육의 시야를 넓혀 줄 수 있는 이야기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들이 하고 있는 고민들 즉, 배움의 즐거움을 점점 빼앗아 가는 교육제도가 문제의 근본이라는 것, 어떤 교육제도이든지 큰 틀에서는 사회와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는 것, 지금과 같은 닫힌 고용시스템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한 배움터가 필요하다는 것, 배움터와 일터와 삶터를 결합한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 등은 사실 우리의 직접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청년들과 사회를 연결하기 위해 세운 ‘라이넬 고등학교’, 매사에 느린 청년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설립한 주식회사 ‘슬로우 워크’ 등 이들의 실제적인 활동을 보고 더 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 발표였다. 특히 발제자였던 아사노 준이치는 자신이 히키코모리였음을, 은둔자였던 자신이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하므로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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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론이 열릴 무렵, 시계는 약속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종합토론은 논쟁을 하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모으는 데, 조금 미진한 부분들을 이야기하는 데 초점이 가 있었다. 몇 가지만 이야기해 보면, 개토는 한 번 더 ‘학교교육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 예의 그 장광설을 토해냈으며, 교육부 배성근 과장은 비록 교육부에 몸담고 있는 관료이지만 대안교육에 큰 보탬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져 좌중을 웃음 짓게 했으며, 조한혜정 교수는 지금의 대안교육 흐름에서 우리가 생략하고 가는 게 무엇인지를 살펴보았으면 한다고 운을 뗀 후, 학교 형식의 대안학교들, 창의적인 작업을 집중적으로 하는 공간, 체제로부터 이탈하는 아이들을 돌보는 공간, 대안교육의 세 가지 형태가 저마다 잘 꽃 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로 심포지엄을 정리해 주었다.

4.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佳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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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에서 하루에도 수십 건씩 열리는 행사를 보다보면, 행사의 주 내용보다 중간 중간의 이벤트들이 더 기억에 남고, 무대에 선 사람들보다 배경이 되어준/혹은 만들어 준 사람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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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심포지엄도 예외가 아니었다. 리코더 연주와 합창으로 행사의 막을 열어 준 과천자유학교와 성미산학교의 아이들, 그리고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당찬 삶을 영상에 담아 준 하자의 친구들은 대안교육 10주년 심포지엄을 빛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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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대와 무대를 책임졌던 자원봉사자들, 영상촬영을 지원한 하자의 김종우 씨, 노트북으로 재빠르게 심포지엄을 기록한 김은임, 최경미, 정혜숙 선생님, 실시간 발빠른 통역을 위해 애쓴 동시통역사들, 급하게 들어온 원고를 번역하느라 수고한 이한, 최정우, 최연희 선생님, 그리고 이번 심포지엄 진행을 총괄했던 귀. 이러한 큰 심포지엄은 항상 묵묵히 뒤에서 이 일을 거드는 조연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는 상투적인 인사치레만 하기에는 너무 고맙고 미안한 이름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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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은 준비하는 사람들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풍성해지기도 하고, 빈약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준비하는 사람들의 역량과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건 그 분야 사람들의 에너지와 상상력이 얼마나 차고 넘치느냐가 아닐까 싶다. 풍성한 밭에서 풍성한 결실을 맺듯이 말이다. 앞으로 10년간 착실히 내공을 다져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은 더 풍성한 이야기와 상상력, 그리고 초대 손님으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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