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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영 인터뷰] 길잡이 교사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작성자관리자

날짜2006-08-28 18:00:00

조회수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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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교사의 성장을 이야기하기 위해 거꾸로 '왜 소진되고 있는가'를 따져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길잡이교사의 수명이 짧다는 것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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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교사의 성장을 이야기하기 위해 거꾸로 ‘왜 소진되고 있는가’를 따져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길잡이교사의 수명이 짧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말 단순히 이야기해서 ‘열악한 임금과 과도한 업무’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교사들의 이직률이 높은 것은 단순히 임금이 적고 업무가 많다는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부분은 이미 길잡이교사가 되기 전에 신중하게 고민한 뒤 결정하니까요. 그리고 앞으로 임금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방법 역시 항상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게 되는 것은 스스로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거예요. 나의 작은 성장이 학교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성장하는 재미가 생기면 자기 전망도 함께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부분이 약하다 보니까 자꾸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길잡이교사들이 쉽게 소진되지 않고 자기 성장을 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까요?
▶ 교사의 질은 곧 학교의 질과 연관된다고 봐요. 시설을 정비하고 보너스나 임금을 올리는 등의 기업적 마인드로 접근하기보다는, 학교 차원에서 개별 교사의 성장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교사의 성장을 지원하는 장치가 아예 학교의 운영 방침에 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죠. 저희 학교에서 올해부터 도입한 ‘러닝머신 프로젝트’라는 교사성장프로그램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러닝머신‘이라... 이름이 재미있네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 각 상근교사에게 연간 3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됩니다. 그 지원금을 가지고 각자 ‘러너’가 되어 자기 성장을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거예요. 저희는 ‘지적 성장’ ‘체력 성장’ ‘문화․감수성 성장’이라는 3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보았어요. 각 교사들이 각 영역에 해당하는 자기 비전과 미션, 프로젝트의 목적과 달성 목표들이 들어간 계획서를 작성하고 실천하는 거죠. 서로 다른 맥락에서 자기개발을 해 나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일본 여행 계획을 세우는 선생님도 있고 판화와 북아트를 접목시켜 학교 수업을 더 풍부하게 하는 선생님, 운동을 생활화해서 건강을 유지하겠다고 하는 선생님도 있어요. 요리 수업을 하려고 보조적으로 베이커리 과정을 듣는 선생님도 있지요. 중간 점검도 있고, 연말에는 시상도 한답니다. 물론 열악한 재정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원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조금 더 큰 차원의 지원과 제도가 마련된다면 교사들이 일을 함에 있어서 가지는 만족도와 보람은 훨씬 클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무엇보다 ‘상대 교사의 성장이 나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학교를 키우는데 좋은 밑거름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겠죠.


 


대안학교 교사는 무엇보다 ‘정신적 피로감’이 쌓인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 등 사람들과의 부대낌(물론 그것이 기쁨이기도 하지만요)이 그 어느 직장보다도 농밀하다 보니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이유로 소진되는 부분도 많을 거라고 보는데요.
▶ 그래서 교사들에게 ‘멘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이들과의 경험을 자신의 성장, 배움의 과정으로 해석해 낼 수 있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죠. 사람들과의 부대낌뿐만 아니라 수업, 행정, 기획 등 정말 ‘일당백’을 하는데 철인이 아니고서야 지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럴 때면 ‘아, 나에게도 누군가 잘하고 있다고, 힘내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하죠.(그런 면에서는 아이들이 제일 부럽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마침 미술치료 수업을 해 주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한 달에 한 번 미술치료 기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아이들과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슈퍼비전 시간을 갖고 있는데, 교사들이 자기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더라고요.


 


구체적인 마지막으로 16개 학교의 대표교사로서 선생님은 교사의 성장을 위해 학교들이 어떤 네트워크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네요.
▶ 사실 이 부분이 정말 필요한데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참 힘든 일이기도 해요. 현재 센터에서 하고 있는 수업연구모임과 같이 수업에 관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교사들은 수업에 대한 욕심과 부족함을 동시에 느끼기 때문에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좋은 매개가 될 수 있습니다. 경험이 있는 각 학교 길잡이 교사들이 네트워크 학교의 수업을 돌아가며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외부 강사나 전문 강사보다 대안학교와 아이들을 잘 이해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교사들끼리 자신의 배움을 나누는 과정도 있다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교사 품앗이 같은 것 말이죠. 재능이나 수업을 서로 주고받으면 경비 부담은 적으면서도 서로의 성장에 도우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교류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라고나 할까…. 아직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 조금 추상적이긴 하네요. 하지만 자꾸 구상하고 꿈꿔야죠. 언젠가 현실이 될 테니까.


 


 


* 이 글은 서면으로 인터뷰하고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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