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로고

사이트 맵 메뉴 닫기 이미지

알림마당

활동소식

[취중방담] 우리, 그래도 성장을 꿈꾼다

작성자관리자

날짜2006-08-25 12:00:00

조회수3530

0b9120ced6b8f25c07aa940fe8cd0850.png


2006년8월15일


사당역 부근 한 음식점에서 네 명의 길잡이교사와 함께 음주를 곁들인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20060825125603731273.gif


20060825122942946361.jpg


 


20060825124516778881.jpg


 




빡빡한 생활인 그대, 길잡이교사


 


 20060825123151544750.gif박윤정 선생님, 결혼 준비 때문에 바쁘시죠? 오늘 신혼집 짐 정리는 대충 다 끝나셨고요?


 20060825123204239818.gif몰라요. 그냥 발로 대충 밀어 넣고 왔어요. (웃음) 지금도 오빠 혼자 이사 갈 집에서 페인트칠 하고 있어요, 흑흑.


 20060825123223480297.gif저는 박윤정 선생님을 통해 희망을 봐요. ‘아, 교사하면서도 결혼을 할 수 있구나!’ (웃음) 제가 학교에 온 후에 결혼한 선생님들이 많이 그만두셨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니, 생활인으로서의 나와 대안학교 교사로서의 나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아이 잡으러 밤 11시까지 뛰어다니다 보니 남자친구 불만도 늘어가고…. (웃음) 선배 교사한테 여쭤보니 “시간이 지나면 두 개가 같아져.” 그러시던데.


 20060825123204239818.gif저희 학교 선생님이 결혼하실 때 저한테 “나 좀 도와주라. 그러면 내가 너 결혼할 때 도와줄게.” 그랬거든요? 그래서 업무도 나눠 맡고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랬어요.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웃음) 자기는 이제 아이도 있으니까 더 바빠졌잖아요. 완전 속았죠 뭐. (웃음) 저도 남편 페인트칠도 좀 도와줘야 하는데…. 게다가 결혼하자마자 아이들이랑 제주도 하이킹을 가요.


(웬일이니!!)


 20060825123204239818.gif사실 굉장히 서운할 수 있는데 많이 이해해 줘서 고맙죠. 한편으로 저는 ‘쟤는 저러면서 힘을 얻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도록 세뇌를 많이 시켜요. 작년에 하이킹 가서 찍은 사진 보여주면서 “이것 봐 나 웃고 있잖아….” 하면서. (웃음) 저는 주변 사람들한테 제 일에 대해서 무척 많이 얘기하는 편이라서 제 주변 사람들은 얼굴도 모르는 저희 학교 아이들을 속속들이 잘 알아요. “P군은 잘 있니?” 하는 식으로 안부도 묻고.


 20060825123151544750.gif얘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노골적으로 월급 얘기를 해 보죠. 열악함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잖아요? 생활인으로서 갈등될 수도 있을 텐데.


 20060825123249952465.gif갈등을 한 지는 오래됐고, 그 갈등이 지속됐다면 지금까지 있지 못했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월급이 많다 적다 생각 안하거든요. 어차피 세상에 정답이나 기준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얘기 자체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예요.


 20060825123151544750.gif선생님은 도인이 되셨군요. (웃음) 기존의 가치관을 뛰어넘는 기준이 생기신 거니까.


 20060825123301920238.gif친구들과 경제적인 부분에서 비교될 때 좀 그렇긴 하죠. 하지만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을 하잖아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경제적 어려움은 좀 덜 한 편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학교 들어갈 나이가 되면 걱정이 좀 될 것 같기도 한데 아직까지는...


 20060825123223480297.gif다음 달에 제가 드디어 100만원을 받거든요? '드디어 세 자리가 되는구나.' 하면서 나름 무척 기뻤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죠. '초라하지만 드디어 100만원 받게 됐어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그날 집에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어찌나 싸~ 하든지. (웃음) 저야 당연히 제 일이 좋지만 그 가치들을 옆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것도 또 하나의 일이긴 하더라고요. 암튼 그날의 부모님의 싸늘함은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20060825124545503246.jpg







우리, 5년 후를 기약할 수 있을까?





 20060825123151544750.gif이제 알콜 기운도 조금 올라오고 하니 길잡이교사로서의 어려움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해 보죠.




 20060825123301920238.gif고도리 순서? (웃음) 제가 먼저 이야기할게요. 저는 이제껏 ‘3년 이상의 일을 고민하지 말자’ 는 생각을 가지고 일했는데 지금은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둘이나 생기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까 5년, 10년 뒤의 일도 조금씩 고민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마흔이 되면 애들이 나를 좋아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도 염색 안 하면 뒷머리가 하얗거든요. (웃음)




20060825123249952465.gif선생님 머리 하얘도 멋있을 것 같은데.




 20060825123301920238.gif무슨! 얼마 전에 만난 친구 놈이 뒤에서 보니까 50대로 보인다고 그러던데. 그 자식은 고등학교 때 얼굴이 엄청 삭아서 무척 나이 들어 보였는데 지금까지 그 얼굴 그대로더라고요. (웃음)




 20060825123204239818.gif저는 솔직히 모델링할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워요. ‘아, 나도 나이 마흔에는 저 선생님처럼 되겠구나’ 할 만한 선배교사들이 있으면 좋겠는데…. 많은 경험을 가진 선생님들이 자리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건 뒤에 있는 사람도 불안한 거거든요.




20060825123223480297.gif다들 그런 고민들을 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학교 들어간 지 두세 달쯤 됐을 때였나? 다른 선생님들이 물어보시더라고요. “당신은 5년 후에 뭐 할 거야?” 그래서 “선생님은요?” 하고 되물어보니까 “솔직히 1년 후도 모르겠는데 뭘.” 그러시더라고요. ‘다들 그런 고민들을 하시는데 답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0060825123204239818.gif그런 고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요. 사실 고민을 해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는 않거든요.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생각을 놓았다가, 다시 또 고민하고…. 동료 선생님이랑 ‘우리 그냥 좋아서 하는 거 아니니?’ 그랬다가 또 다시 고민하고…. 둘이서 그런 얘기 하다가 “우리, 수련관 총무팀 가서도 잘할 수 있을까?” 그러기도 해요. (웃음)


 


20060825124556761303.jpg



 



원기회복과 업그레이드를 위한 몸부림



 20060825123151544750.gif그럼 이제 교사로서 성장 얘기를 해 보죠. 나에게 부족한 부분들, 그리고 그것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이랄까. 내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와 관련된 얘기인 것 같아요.


 20060825123301920238.gif일단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열정만으로 아이들을 만나왔던 것이 이제는 벽에 부딪힌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어요. 옛날엔 공모 같은 데 내면 잘 되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바닥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도. (웃음) 다른 것들을 버리지 않으면서 재충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죠.


20060825123204239818.gif저는 교사들이 부족한 점을 연수로, 공부로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냥 즐겁게, 가볍게 만나는 장도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작년에 센터에서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맞죠? 헤이리도 가고, 삼청동에도 가고 그랬잖아요. 부담 없이 만나서 선생님들이랑 이런 저런 얘기 나누는 게 좋더라고요. 숨통을 틔워 준다고 할까. 저는 힘들어서 미쳐버리겠다 할 때나 전환점이 필요할 때 ‘빡세게’ 힘든 걸 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갑자기 산에 간다든지,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하염없이 헤맨다든지...


20060825123249952465.gif저는 여러 가지 자기 개발을 위한 취미 생활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2005년도에는 북아트 강좌를 들었고 올해는 목공예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랑 책꽂이 등등을 같이 만들어서 교실을 예쁘게 꾸미기도 했어요. (우와~ 부럽다...) 학교 밖에서 배움의 시간을 가질 때 묘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회에서 아이들이 나갈 수 있는 길들이 많잖아요. '너희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가 어떤 세상에서도 당당하게 적응할 수 있어!' 하고 말하기 위해서는 내가 학교 밖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잘 해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20060825123151544750.gif동료 얘기를 해 보죠. 어떤 식으로든 동료나 선배들이 성장의 동력이 될 것 같은데.


 20060825123301920238.gif저는 소통이 되게 잘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교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웃음) 저희는 비교적 수평적 구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고요. 오히려 어떤 결정을 할 때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죠. 그런데 학교 일정을 공유하거나 논의하는 부분들은 충분히 소통하지만 정작 자기 성장을 위한 소통들은 많이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20060825123204239818.gif저희는 교사가 딱 둘 뿐이라 한 분만 더 있어도 정말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해요. 어쨌든 저는 선생님을 통해서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던 것 같아요. 몰라서 헤맬 때 도움이 될 만한 분들과 자리를 마련해 주셨어요. 사람이 힘이잖아요. 그래서 배우고, 헤쳐 나가고.


20060825123223480297.gif저는 아직 감이 없어서 일을 하는 데 막막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때그때마다 선배교사들이 "선생님이 이런 역할을 해 주세요. 저는 이걸 할게요." 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역할을 인지할 수 있게 해 주시죠. 사실 저에게는 동료 선생님들의 행동, 말 하나하나가 다 모델링이 되고 있어요.


20060825123249952465.gif저희는 1년 평가를 하면서 같이 엠티를 가요. 그 자리에서 개개인이 학교에 바라는 것, 1년 동안 자기 삶의 계획들을 정말 터놓고 다 얘기해요. 별 거 아닐 수도 있는데 이게 일하는 데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 같아요.




 20060825123151544750.gif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20060825123249952465.gif저는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견디고 나니까 '이제 나한테 필요한 건 시간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5년이고 10년이고... 애들이 나를 거부하지만 않는다면. (웃음) 솔직히 애들을 위해서 뭔가 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보다는, 애들이랑 있을 때 내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겠구나 싶어요.


20060825123301920238.gif저는 교사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센터를 중심으로 대안학교들끼리의 네트워킹이 더욱 긴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 현장들이 좋은 교육과정 같은 것들은 서로 공유해서 교사들 숨통도 트이게 해 주고 말이죠.


 20060825123204239818.gif작년에 하던 번개모임, 그거 또 만들어 주실 거죠?


 20060825123151544750.gif으음…, 얘기를 하다 보니 또 센터에 대한 건의로 이어지는군요. 저 열심히 적고 있는 것, 보이시죠? (웃음)
페이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