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작성자관리자
날짜2006-08-11 16:00:00
조회수3699
1. 도시형 대안학교 신입교사가 되다.
청소년을 만나는 것이 좋았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특별했다. 짧은 기간 짧은 만남으로도 자신의 삶의 한 모퉁이에 의미있는 존재로 나를 기억해 주었다. 비록 작은 모퉁이였지만 그 모퉁이를 돌지 않고서는 지금의 자신이 없었을 것처럼. 그런 경험은 나로서도 정말 특별했다. 나와의 만남, 나와의 관계가 그토록 누군가에게 특별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신비롭고 오묘한 체험’이었다. ‘너희가 끊기 힘든 것이 담배라고 하면, 나에게는 끊기 힘든 것이 너희들이다’ 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중독성이 더해가듯, 마치 그 관계의 의미를 통해 내 삶의 의미를 찾는 듯, 나는 아이들을 찾았다.
내가 대안교육, 대안학교에 호기심 어린 막연한 동경을 갖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그것은 정말 막연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동경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 내 앞에 찾아 온 ‘도시형 대안학교의 길잡이교사’라는 제안을 감히 거절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게다가 그것이 그동안 마음 한 켠 고이 묻어 둔 것이라면 더더욱, 큰 두려움과 기대를 갖게 할 것이다. 정확히 그런 심정으로 나는 도시형 대안학교 길잡이 교사가 되어 있었다.
2. 나는 무엇 때문에 길잡이 교사가 되려 했나
내가 길잡이 교사로 있는 꿈터학교는 아이들과 생활을 함께 하는 기숙형 대안학교다. 처음부터 각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생활을 함께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을 깨우고, 밥과 반찬을 만들어 식사를 하고, 아침 운동을 나갔다 와서 그날의 수업을 하고, 수업을 끝내면 이제부터 2라운드가 시작이다. 다시 운동, 산책, 놀이, 일기 등으로 꽉 채우고 나서야 아이들이 잠에 들면 비로소 온전한 내 시간이 찾아온다.
그렇게 늦은 밤 비로소 내 시간을 갖게 되면, 내가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온통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잘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원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솟구친다. 하지만 오늘 하루 큰 사고도 없었고, 준비하고 계획했던 대로 하루 일정이 잘 마무리 됐으며, 순간순간 아이들의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던 웃음들을 생각하면서 나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러나 매일이 그랬던가?
매일매일을 아이들에게 관심과 정성과 사랑을 다했다고 믿었던 순간 학교를 때려치우겠다고 무섭게 이야기 하고, 무단결석을 하고, 가출을 하고, 어느 날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 아이들이 생기기도 한다. 욕심인 줄 알지만,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전혀 변하지 않는 아이들, 발전이 없는 아이들을 볼 때,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내 책임처럼 느껴질 때, 나는 생각한다. 나는 무엇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일까 하고.
3. 나는 점차 외딴섬이 되어 가는가
나는 나에게 화가 날 때가 더러 있다. ‘넌 뭐야?’
그러다 또, 옹졸하게 주변 환경으로 화를 돌린다. ‘도대체 이게 뭐야?’ ‘길잡이 교사가 뭐야?’ ‘꿈터학교가 뭐야?’ ‘대안학교가 뭐야?’ ‘대안교육이 뭐야?’
그렇게 홧김에 질문들을 쏟아내다 정신이 들어 주위를 보면, 아무도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도대체 지금 내가 이 질문들을 누구에게 하고 있단 말인가 누가 답한다 말인가?’ 하고 귀 기울이면, 적막을 깨는 것은 마치 저 멀리서 밀려와 눈앞에서 순간 물보라로 사라지는 파도소리의 울림이다.
그 때 나는 생각한다. 나는 외딴섬인가?
누구나 그렇듯 처음 일을 시작하면 최선을 다하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일, 내가 해야 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들의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기대를 한다는 것이 바로 ‘생초보’들의 공통점이지 싶은 생각을 해본다.
스스로 자신의 노력을 평가하고, 그 노력에 대한 결과를 미리 설정해 둔다고 할 때, 꿈터학교에서 이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내 경우 절대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어리석다고 인정하지만 그 불일치는 내가 경험한 최초이자 감당하기 벅찬 것이었다. 이에 대해 나는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들게 되었지만, 이런 상태를 토로하거나 이해 받기란 쉽지 않다.
또, 내 맘 같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길잡이 교사로서 성장통을 겪고 나서 이런 진지한 고민에 휩싸이게 될지도 모른다. ‘대안학교 길잡이교사,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내가 주고자 하는 사랑과 관심이 과연 아이들이 원하는 사랑과 관심일까?’, 반대로 ‘아이들이 원하는 사랑과 관심을 과연 내가 줄 수 있는 것일까?‘ 아이들이 목이 마를 때 내가 빵을 건넨다면, 이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내가 가진 것은 빵이 전부라면. 이런 비유는 너무 단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 글을 쓰는 내 입장에서는 좀 더 진지한 물음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길잡이교사는 완전한 사람이 결코 아니다. 완전한 사람이 길잡이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고 또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이 길잡이교사의 목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사람이건 자신의 욕구가 있다. 아이들의 욕구를 맞춰가기는 하지만 내가 가진 욕구와 내가 가진 능력이 있다. 주고자 하는 사람과 받고자 하는 사람의 불일치는 서로를 더 상처받게 한다.
신입교사의 경우 그 욕구를 파악하지 못했을 때, 파악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가진 욕구와 바램이 그와 다를 때, 스스로 고립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을 누구와 나눠야 하나? 나는 지금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이 학교에는 나는 가치있는 존재일까?
이런 질문을 던질 곳을 찾지 못하고 두리번거릴 때, 점차 나는 육지와 멀어지며 외딴 섬이 되어간다.
3. 외딴섬은 존재하는가? 신기루 인가? 아니면 다리를 놓아야 할 것인가?
너무 싱겁지만 외딴섬은 존재한다. 나로서는 나를 외딴섬에서 구출해 달라 하기도 어렵고 아예 외딴섬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외딴섬을 인정해 달라고 해야겠다. 그러나 육지의 사람들은 외딴섬이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 외딴섬 보다는 당장 육지에서 쌓인 일들이 너무 많아 신경 쓸 여유가 없을지 모른다.
섬은 존재한다. 섬을 인정하고 섬사람을 받아들여야겠다는 순간부터 섬은 외로움을 덜게 될지 모른다. 신입교사는 아이들과의 소통이라는, 아니 더 무서운 아이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첫 과제를 안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소수라고 하지만 한명이 아닌 아이들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길잡이교사가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 깊이 상처 받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교사이다. 상처 받아 본 일이 없기 때문에 그 상처의 고통은 더 크다. 이 때 이 상처 난 교사를 치료 할 사람은 아이들지만 응급처치 해줄 사람은 바로 함께 하는 교사이고 학교자체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응급처치 없이 당장의 상처와 고통의 인내를 강요하거나 방관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아이들과의 소통은 인내와 사랑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만,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교간의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신입교사로서는 한걸음도 더 앞으로 내딛기 힘들다. 여러 도시형 대안학교들에서 신입교사들에게 어떤 소통의 관계를 통해 응급처치를 해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신입교사에게 학교와 아이들에 대해서 이해하길 원하는 것만큼, 신입교사의 욕구가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고 존중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교육은 관계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교육은 일방적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배움의 욕구가 있듯,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무엇을 가르치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것이다. 누구를 위해 누군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쿨한 요즘 아이들’도 원하지 않는 일이지 않을까.
도시형 대안학교에서 신입길잡이교사에게도 아이들을 위한 희생과 봉사의 논리가 아닌, 가르치고자 하는 욕구를 제대로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내가 대안학교 길잡이교사가 된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돈이나 명예, 사회적 안정이 아니라 바로 그 가르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꿈꿔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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