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작성자관리자
날짜2006-07-18 10:00:00
조회수3631
학교 비전 확인하기?!
― 메트스쿨 최영환 교사의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 방문 워크숍 중계
지난 7월 5일.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에서는 조금 흥미로운 워크숍 하나가 열렸다. 메트스쿨의 최영환 선생님과 함께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의 비전을 점검하는 그런 시간. 이날 가장 흥미로운 것은 메트스쿨의 회의 방식을 옮겨온 워크숍 진행 방식이었다. 효율적이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아래에 옮겨 본다. 이날 참석한 사람들은 대안교육센터 스피노, 진나, 통역자로 결합한 시옷,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 김은임, 한철민 선생님, 그리고 최영환 선생님이었다.
1. 분위기 북돋우기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게임을 하는 시간을 15분 정도 가진다. 회의 참가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풀고, 친숙해지기 위한 과정이다. 자주 만나는 관계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날 우리가 한 게임은 술래잡기 놀이였다. 제한된 공간에 선을 긋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술래잡기. 처음 만나는 어색함과 워크숍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을 단박에 떨쳐버릴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2. 좋은 소식 나누기
여기서 말하는 좋은 소식은 빅 뉴스가 아니다. 지난번의 만남 이후 각자에게 일어났던 작은 즐거움을 나누는 그런 자리. 작은 기쁨도 함께 나누고, 축하해 주는 그런 관계 만들기의 일종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한 5분 정도면 충분하다. 이날 우리는 ‘좋은 소식 나누기’를 통해 ‘저 사람에게는 저런 취향이 있군!’ ‘저 사람은 저런 걸 아주 좋아하네. 몰랐는데.’ 등을 확인하는 자리기도 했다. 밝힐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꿈속에서 본 음식을 실제로 맛보게 되었던 이야기를 아주 귀엽게 들려주었다.
3.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장기 비전을 고민하는 건 곧 처음의 마음가짐을 다시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최영환 교사는 ‘왜 교사가 되었는지’ (자신의 어린시절을 포함한) 기억을 반추해 써 보는 시간을 가지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작성된 글을 서로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쓰는 데 10분, 나누는 데 10분, 서로 유사한 점을 확인하며 공감을 표명하는 데 10분 정도 걸렸다. 그날 나눈 이야기를 아래에 정리해 본다.
“학창시절 별로 좋은 기억이 없다. 답답했었다는 느낌 뿐. 막연한 상태에서 청소년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쭉 청소년 사업을 해 왔다. 주로 일반 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학교 밖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고, 어느 순간 이 아이들의 성장을 이끄는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그게 여기까지 나를 이끈 배경 같다.”
― 한철민
“힘들 때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교사라는 일은 정말 내게 필요한 일이야 하고. 일종의 세뇌다. 스스로에게 가하는.
어릴 때 석판놀이도 하면서, 선생님 흉내를 낸 기억이 있다. 내 또래의 아이들에게 뭔가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천성적으로 나는 아이들을 너무 좋아한다. 특히 아이들과 뭔가를 만들어냈을 때 기분이 너무 좋다. 아이들의 성장을 북돋아 주고 싶다고 생각을 쭉 해 왔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는 주로 관계를 통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내 삶에 정말 필요한 것들은 다 모임, 관계를 통해서 배운 것 같고, 그래서 그런 배움의 공동체를 원한다.“
― 김은임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배움에의 욕구가 강하다. 그런데 학창시절 나의 욕구를 시원스럽게 풀만한 그런 멘토를 제대로 만나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항상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특히 내 자신이 순간순간 점핑했던 경험들, 내가 좋아하는 책들, 영화들, 음악들 등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나는 항시 교육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
― 스피노
“우리 집은 의사 집안이다, 내가 교사를 할 거라고는 나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거 같다.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영어 선생님이 자기가 감명 깊게 읽은 시를 15분 동안 아이들 앞에서 설명하게 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그런데 15분 동안 설명하면서 가르치는 일이 나에게 맞고 보람 있는 일임을 알게 됐다. 도 이런 기억이 있다. 대학 다닐 때 서클을 만들어 동양인의 이민 역사를 함께 공부했다. 인종차별 역사 같은 거.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등학교 때의 내 생각이 180도로 바뀌는 것을 체험했다. 일종의 껍질 깨기를 한 것이다. 이런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들려주고 싶었다.”
― 최영환
“난 ‘교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아주 평범하게 대학 생활, 직장 생활, 결혼 생활을 해 왔다. 내가 교사노릇을 한 건 학부모로서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서였다. 아이들 독서지도하고, 영어공부 시키고. 그런데 난 항상 교사가 될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해 왔다. 불성실하고, 의지력이 약하고, 시간 약속 잘 못 지키고. 그러다가 우연히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이호철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엄청 감동 받았다. 그러면서 대안학교 교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몸이 많이 안 좋은데, 산에 다니고 하면서 건강을 점차 회복하니까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진다.”
― 시옷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자기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무슨 일을 하든 칭찬 받고 격려 받으면 그 일을 좋아하게 되고 열심히 하는 편이다. 사실 대안교육센터는 웹기획자의 일 중 하나로 오게 된 곳이다. 그래서 내가 처음부터 뜻을 두고 온 곳이 아니다. 그런데 와서 막상 일을 해 보니 하나하나 다 재미있다. 네트워크 학교들이 해 나가는 일들이 내게 신기하고 아주 흥미롭다.”
― 진나
4. 성공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적인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까 일반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결코 성공이라고 할 수 없지만, 말썽만 피우는 한 아이의 어떤 재능을 발견하게 된 일, 거의 망가진 프로젝트였지만 나름대로 성공이라고 생각한 일들 등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작은 성공이라도 서로 칭찬하고, 고무하기 위함이다. 진행방식은 각자 성공한 이야기를 하나씩 적고, 그걸 서로 돌려가며 코멘트해 주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최영환 선생님이 에브너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나는 학생들이 자기 현실을 옥죄는 문제를 스스로 과감하게 돌파하도록 돕는 게 아주 중요한 교사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항상 문제는 너무 크고, 얽키고 설켜 있다. 그래서 큰 문제를 에둘러 돌아가서 그 아이가 지금 잘할 수 있는 걸 북돋아 주고 고무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지금 말하려고 하는 아이는 일반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한 아이가 아니다. 에브너는 불법이주자로 미국에 왔고,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막노동 아르바이트로 시달리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자주 싸우고 그랬다. 그때 그 아이는 일종의 일기 비슷한 자서전을 쓰고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써 왔던 것 같다. 그래서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를 해 봤다. 그는 자기 글을 통해 우리에게 자기 이야기를 다 털어 놓았다. 어떨 때는 눈물까지 보였다. 그리고 그의 아픈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는 것 같았다. 이걸 통해 에브너는 자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를 찾은 것이다.” ― 최영환
최영환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나고, 김은임, 한철민 두 교사가 성공적인 이야기를 각자 적었다. 그런데 서로 코멘트를 주고받으려고 페이퍼를 돌리는 사이, 아차, 두 교사의 이야기가 일치했다. “우리의 성공 경험이 참 없나 보다” 하며 두 교사 모두 멋쩍어했지만, 참여한 사람들의 눈에는 가장 감동적인 성공 경험을 서로 교감하고 있다는 표식으로 받아들였다. 두 사람이 공히 이야기한 지현이의 이야기는 대략 이랬다.
“진영(가명)이는 재결합 가정의 아이다. 낯선 집에는 있기 싫어, 아침에는 일찍 나오고 저녁에는 늦게 들어가는 아이. 너무 불성실 했던 아이. 멘토링 과정은 유지한 채 휴학을 했다. 그런데 복학 후 아주 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아이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칭찬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가끔씩 예전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학습 결과 발표회 때, 아주 재미난 ‘손재주’를 보였다. 교사들이 십자수 놓는 걸 제안했는데 짧은 기간인데도 충실히 과제를 수행했다.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여서 너무 기뻤다.”
5. 비전 확인하기
어느 학교든지 학교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 힘든 시기 메트스쿨은 팀을 짜서 ‘비전 쓰기’ 작업을 했단다.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는가?”를 한 문장으로 쓰기. 각자 쓴 것을 칠판에 적고, 같은 단어나 표현이 보일 때 밑줄을 그었다. 그렇게 해 보니, 주로 공동체와 사회의 이익이 되는 사람, 자기 정체성이 확실한 사람 등등에 많은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이걸 토대로 공동의 메시지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메시지를 학생이나 교사들은 만날 때마다 반복해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러한 ’비전 쓰기 작업(vision statement)‘을 통해 학교 내의 갈등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이와 같은 최영환 선생님의 이야기에 이어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도 비전 쓰기를 해 보았다.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 졸업생이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가에 대해 두 교사가 쓴 건 다음과 같았다. 많이 비슷해 보인다. 이 문구를 아이들과 함께 서각에 새기고 학교에 게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누군가가 귀띔해 주었다.
돌봄과 나눔을 통한 경험학습이 아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 된다. ― 김은임
나를 돌보아 스스로를 세우고, 나눔을 통해 리더로 서는 것. ― 한철민
6. 감사하기
메트스쿨에서는 아무리 작은 모임이라도 모임이 끝날 때쯤 오늘 배운 것을 감사하는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짧은 질의응답 시간이 끝난 후, 우리도 오늘의 모임에 각자 배운 걸 서로에게 이야기하며, 이런 모임을 가진 것에 감사했다.
“최영환 선생님께서 오시면 기존의 워크숍과는 조금 색다른 워크숍을 했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런 워크숍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어서 무척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마침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 두 분 선생님께서 ‘방문 워크숍’ 제안에 선뜻 응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형식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너무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준비한 사람으로서 너무 기쁩니다. 특히 이렇게 꼼꼼하게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신 최영환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스피노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학교는 뭐가 더 필요한지조차 잘 모르는 그런 고민에 휩싸인 상황이었는데 최영환 선생님께서 좋은 모델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메트스쿨은 너무 크고 잘 되고 있는 학교라 우리와 맞는 게 있을까 생각했지만, 메트스쿨에서 하고 있는 실제적인 회의 모습을 보여 주시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한 번 더 이런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김은임
“저는 곁다리로 귀한 자리에 온 게 아닌가 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모임이 또 기대됩니다.” ― 손선숙
“우선, 기록을 열심히 해 주신 진나에게 감사합니다. 스피노는 센터에서 뵐 때는 좀 날카로운 이미지였는데 이렇게 편안한 느낌을 줘서 너무 좋습니다. 최영환 선생님이 하시는 이야기의 의미를 잘 전달해 주기 위해 애쓰신 시옷에게 감사드립니다. 한국 대안교육 현장에 관심과 열정을 가져 주시는 최영환 선생님께는 그저 고마운 마음밖에 없습니다. 차분하지만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한철민
“한국 말도 잘 못하고 그래서 워크숍한다는 데 걱정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너무 즐거워하시고 해서 너무 고맙습니다. 저는 한국 교육에 관심 많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나갈 생각입니다.” ―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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