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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처음 바다를 봤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작성자관리자

날짜2006-07-03 15:00:00

조회수3503


안녕하세요! 꿈터학교의 길잡이교사 이종화라고 합니다. 꿈터학교가 뉴스레터에 등장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던데요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인사드리...

 


당신이 처음 바다를 봤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이종화 (꿈터학교 길잡이교사)


 


안녕하세요! 꿈터학교의 길잡이교사 이종화라고 합니다. 꿈터학교가 뉴스레터에 등장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던데요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인사드리고 우리 사랑스러운 꿈터학교 아이들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겁기만 하네요!! 앞으로 자주자주 꿈터학교 아이들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겠지만 오늘은 얼마 전 꿈터학교 아이들과 함께 무창포 해수욕장에 다녀온 이야기를 자랑삼아 해볼까 합니다! 자랑? 여름이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가는 해수욕장 한번 그것도 그다지 이름도 없는 바다에 다녀온 게 무어 자랑이냐고 생각하실까요? 물론 해수욕장 어디를 가나 다 똑같은 거기서 거기인 바다겠지만 이번 꿈터 아이들의 무창포 해수욕장 여행은 그 어떤 바다보다 그 어떤 날보다 특별함이 있었답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오래전부터 계획되었던 건 아니었어요. 다만 최근 날이 무더워지면서 아이들이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이 왠지 지쳐 보이고, 수업에 집중도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기에, ‘우리 한번 답답한 학교를, 일상을 털고 떠나보자!!’ 했던 것이지요. 대부분 올해 꿈터학교에 첫 신입생들로 만나 여태껏 제대로 같이 여행한번 가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자연 속에서 서로를 만나고 우리들만의 추억을 쌓아보자!! 하는 것이었죠. 꿈터학교에서 교사로서 최고의 즐거움이라면 바로 지금 이 순간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교육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여행이 결정이 되고 아이들과 어디로, 어떻게 갈지를 의논했지요. 그러나 그게 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디로 갈까?” 최대한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생각했던 이 질문에 되려 아이들은 당황스러워했습니다. 왜냐? 아이들이 여행을 가본 경험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함께 여행 이야기를 하는 동안 소리소리 지르며 어디가자~ 어디가자~ 즐거워하는 아이부터 뭔가 좀 못마땅한 듯 퉁명스러운 아이까지 겨우겨우 의견을 모은 것이 “더우니까 물이 있는 곳으로 가요!”



이렇게 해서 결정된 곳은 바로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무창포 해수욕장! 살아있는 생물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바닷길이 열리고 펼쳐지는 갯벌에서 맛조개와 게를 잡으며 갯벌체험도 하고 해변에서 뛰어 놀고 해수욕도 하며 여름을 만끽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여행 며칠 전부터 세부적인 프로그램들과 식사 계획, 각자의 역할을 정하는 등의 준비 과정 속 아이들을 보며, 어린나이일 수록 자신의 경험에 의존해 사고를 형성하고 대화를 해나가는데 경험의 밑천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여행이란 커다란 기대이면서 한편 두려운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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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행은 누가 뭐라 해도 즐겁고 신나는 일! 여행 당일 평소 그렇게 깨우기 힘들었던 아이들이 이 날 만큼은 잠도 들지 않았던 사람처럼 깨우는 한마디에 자동으로 벌떡 일어나 사전에 정해진 자신의 역할대로 착착 움직입니다. 아이들 깨우다가 지쳐버리는 매일매일을 떠올리면 ‘평소 아침이 이날만 같았다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지요. 드디어 무창포로 출발!! 누가 말릴 수도 없게 자기 손가락 하나 잠시 가만히 두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떠남이라는 기대와 설렘의 불길까지 일었지요. 차 안에서 온갖 장난을 일삼으며 타오르던 그 기대와 설렘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무창포 바다가 드디어 우리 눈에 열렸습니다!



누가 먼저도 아니고 누구에 의해서도 아니고 바다로 몸을 던진 아이들!! 학교에서는 그렇게 요란법석을 떨고 소란스럽게만 느껴지는 아이들의 몸짓과 목소리가 드넓은 바다에서는 갈매기 울음보다 작고 작은 파도의 물결보다 미미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소란과 괴성이 아니라 환호가 되고 거친 몸짓은 장난이 아닌 생명의 일부가 되는 듯 했습니다. 실컷 바다에게 살을 부비고, 푹푹 빠지는 해변에서 축구를 하고, 갯벌에서 게를 잡고, 야외에서 삼겹살과 수박을 실컷 먹고, 밤바다를 거닐면서 바다 속 미생물들에 달빛과 해변 가 네온사인 불빛에 비춰져 바다는 마치 우주쇼 같이 아름다웠습니다. 깊은 밤엔 공개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놀이를 즐기며 밤을 새고, 또 다시 바다에 나가고... 그렇게 1박2일간의 너무 짧은 시간이 아이들은 너무 신나고 재밌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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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무창포 바다크기 만큼의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꿈터로 돌아오는 길에 태희가 말을 겁니다. “선생님 다 재밌고 좋은데, 물이 짜요..” 이게 농담인지, 생각 없이 말이 나온 건지... “바다니까 짜지..임마~”, “선생님 그래도 다음에 좀 안 짠 곳으로 가요.”
태희는 이번에 처음으로 바다에 와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태희 뿐 아니라 이 날 무창포 여행이 첫 바다와의 만남이 된 아이들이 더 있었습니다.



제가 글 첫머리에 꿈터 아이들의 무창포 여행이 좀 더 특별하다는 것은 바로 첫경험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바다를 처음 가본 그 날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아주 어렸을 적이라 기억이 좀 가물가물 하지만 친척들과 함께 했던 여수바다가 아니었나 싶네요. 우리에게 첫 만남, 첫사랑, 첫인상, 첫경험이라는 것은 그 다음 나머지 순번을 모두 다 모은 경험보다 더 아름답고 소중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바다와의 첫 만남이 이번 무창포 여행이었고 꿈터학교 친구들과 함께였다는 것이 그리고 저와 함께였다는 것이 너무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다는 짜지요. 이 사실은 꼭 바다에 가봐야 만이 아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언제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게 상식에 상식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지요. 그러나 들어서 알고 있는 짠맛과 자신이 맛본 짠맛은 절대 같은 것일 수 없지 않을까요? 이 글을 쓰며 다시 아이들에게 배움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태희는 이번 무창포 여행을 통해 짠맛이란 어떤 맛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을 겁니다. 태희의 짠맛을 배웠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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