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작성자관리자
날짜2006-06-05 13:00:00
조회수3576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네트워크학교 연합 체육대회 리뷰 ①
하자작업장학교 로기(장희록)
아침 일찍 일어났다. 어제 늦게 자서 오늘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했는데 다행이 눈이 일찍 떠졌다. 설레여서 그런지 아침이 반갑게 느껴져 아침도 거른 채로 운동복을 입고 집을 나왔다. 오늘은 바로 대안학교연합 체육대회 날이다.
나는 운동을 좋아했고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즐겼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어짐에 따라 학교 체육시간 빼고는 운동을 할 시간이 없었고, 하자작업장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하자에는 체육 관련 프로젝트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렇게 운동을 하지 않다가 하자에 농구코트가 생기고 한참 뒤에 나는 친구들과 하는 농구에 재미를 붙였다. 거의 매일 농구를 한다. 그런데 오늘 체육대회 종목에는 농구가 없다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방이중학교에 도착했다. 조금씩 내리던 비가 운동장만 적시고 우리가 체육대회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되자 고맙게도 딱 멈추어 주었다.
몸풀기로 다같이 꼭짓점 댄스를 배우고 티셔츠색깔 별로 팀이 나누어졌다. 우리 팀에는 우리 학교 학생 말고도 다른 대안학교 두 곳의 학생들이 있었고 다른 팀들도 그런 것 같았다.
처음부터 낮선 사람들, 아무런 정보도 없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게 나를 선뜻 운동장으로 내딛게 하지 못 했달까. 시작하기 전에 이 체육대회는 어떻게 개최되었고, 어느 어느 학교가 참가하게 되었고, 팀은 어떻게 나뉘었으며, 어떤 프로그램들을 하는지 등의 간략한 설명만 있었더라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으나 이미 경기 시작했다.
날씨가 좀 더 좋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진흙 튀기면서까지 열심히 뛰는 사람들을 보니 처음의 낯설음이 많이 사라진 게 느껴졌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바통을 넘기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응원 하고 또 응원 받고 하면서 우리에게는 조금씩 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모든 학생들이 기다렸던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 축구가 시작되었을 때 나도 함께 우리팀 선수로 들어갔다. 축구는 처음이라 두렵기도 했고 호기심도 발동했다. 상대팀과 마주 섰는데 이게 웬일인가. 상대팀은 우리 팀보다 다들 키도 컸고 덩치도 컸고 나이도 한두 살 많아 보였다. 그런데 여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 팀의 여학생은 나와 내 친구 둘이 있었는데 상대팀의 여학생들은 모두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응원을 하고 있었다. 축구란 것이 워낙 몸싸움도 많고 다치기도 쉽고 힘든 스포츠이니 만큼 그도 이해할 만 하다. 그렇다면 이 체육대회에서 여자축구나 피구나 농구 같은 여학생들도 함께할 만한 게임을 만들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축구도 여학생들은 하지 말라고 강제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해도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해 보인다. 덩치 큰 남학생들과 몸싸움 많은 스포츠를 하는 것은 용기가 아주 많은 여학생이 아닌 이상 매우 힘든 일이다. 여학생들의 참여율이 낮은 것은 그들 개인의 생각도 있겠지만 난 솔직히 이 체육대회의 기획에 있어서 여학생들의 배려가 조금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축구가 끝나고 우리 팀은 졌다. 그래도 서로 애쓴 사람들끼리 악수를 하고 각자 팀의 자리로 돌아가 응원해 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고 다른 팀의 축구경기를 구경했다. 우리 팀 자리 바로 뒤에 농구코트가 있었다. 축구에 흥미를 잃은 나는 구경하고 있던 친구들과 함께 농구를 시작했다. 비록 비공식적으로 우리끼리하는 농구경기였지만 나는 정말 열심히 했다. 오늘 한 다른 어떤 게임 보다도. 그러자 다른 팀 사람들 몇몇이 와서 팀별 농구경기가 시작되었다. 옆 운동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축구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끼리 신나게 농구를 했다. 역시 운동은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해야 하고나서도 지치지 않는 것 같다.
체육대회의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리의 근육통을 무시하면서 정말 재밌고 신났던 체육대회였다고, 또 했으면 좋겠다고 하루를 되짚어 보았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네트워크학교 연합 체육대회 리뷰 ②
서울시대안교육센터 김나연
2006년 5월 27일 16개 네트워크 학교 중 11개 학교가 함께 처음으로 연합 체육대회 “달리며 하나되기”를 가졌다.
아침 일찍 내리기 시작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보일 때 까지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던 비는 신기하게도 붉은 악마 응원가가 나올 때쯤에 완전히 그치더니 함께 추는 꼭짓점 댄스가 끝날 무렵에는 점점 밝아지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하늘이 허락한 우리의 체육대회는 그렇게 좋은 기운으로 출발하였다.
학교별로 미리 나눈 네 개의 팀은 각각 빨간색, 초록색, 흰색, 회색 단체 티셔츠를 입고, 운동장 네 귀퉁이로 흩어져 모였다. 말하자면 각 팀이 모인 장소는 그 팀의 작전본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아이들은 팀별로 승리에의 의지를 확인하는 대신 다른 학교에서 온 친구들에 대한 호기심과, 그 친구들과의 어색함을 해소하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첫 번째로 팀별로 15명씩 선발해 세 개의 줄을 가지고 하는 줄다리기가 있었다. 호각이 울리면 15명이 3개의 줄에 달라붙어 자기 팀 방향으로 줄을 당기는 게임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비에 젖은 운동장을 첨벙거리며 힘을 썼고 그 덕에 게임에 참여한 아이들은 진흙 범벅이 되었다. 그렇게 환호와 흥분 속에 첫 게임이 끝났다.
이어 12명이 서로 연결된 줄을 잡고 공을 튕기는 게임을 통해 팀웍을 시험해 봤고, 이후 2인3각 달리기, 커다란 베개 같은 바통을 들고 달리는 이어달리기가 쉼 없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이기고 지는 것에 전혀 관심 없어 보이던 아이들이 이제 조금씩 승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오전 경기가 끝나고 이제 1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마련된 도시락을 먹으며 오후 경기들을 위한 잠시의 휴식을 취했다. 하늘은 이제 멀리 볕이 들기 시작해 혹시 무지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마저 들게 했다. 새벽부터 꽤 많이 내려서 아침까지도 그칠 줄 몰랐던 비가 그친 것도 감사한 일이었고, 더욱이 땅이 말라가고 있는 것은 조금 신기하기까지 했다.
오후에는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축구 경기가 있었다. 월드컵의 해여서인지 평소에 연습들을 했는지 몇몇 친구들은 ‘와! 정말 잘한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끔 운동장을 마구 날아다녔다. 나중에는 처음 정해진 팀과 상관없이 게임에 참여하고 싶어서 티셔츠를 바꿔 입고 게임에 뛰어드는 아이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축구를 하고 있지 않은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응원을 하거나 운동장 뒤쪽 농구골대에서 농구를 하기도 했다. 역시 몸으로 노는 것이 사람을 쉽게 친해지도록 하는 것 같았다. 이제 조그만 덩어리로 뭉쳐 노는 아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만은 아니었다.
마지막 순서로 콩 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뜨리는 박 터뜨리기 게임을 했다. 팀별로 갖가지 선물과 과자가 든 박을 빨리 터뜨리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손으로 치는 아이도 있고, 신발을 던지는 아이, 뛰어올라 머리로 받는 아이 등등 반칙이 속출하기는 했지만 역시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좋은 유쾌한 게임이 되었다.
이번 체육대회는 여기저기 작은 부상을 입은 부상자를 남기기도 했다. 어디서 그랬는지 팔다리에 상처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축구 외에는 특별히 격한 운동이랄 것이 없었던 명랑운동회에서 조금씩 다친 아이들이 여럿 나온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몇몇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그냥 친구들과 뛰다가 넘어졌어요.”, “저 여자 친구가 마음에 들어서 말을 시키려고 달려가다 부딪혔어요.” 등등 이유는 체육대회와는 별 상관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아마도 서로 몸으로 친해지기 위한 어설픈 몸짓이 작은 상처들을 남긴 것 같다.
승리한 팀이 정해지고, 시상식을 하고 네트워크 학교 연합 체육대회의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별로 질서 정연하지도 않고, 선생님의 커다란 구령 소리가 동네를 쩌렁쩌렁 울리지도 않았고, 마스게임이나 삼삼칠박수 같은 조직된 응원이 없었어도 분명 우리 체육대회는 즐거웠다. 자신들의 학교 안에 넓은 운동장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아니어서인지 더욱 더 몸으로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처음 하는 네트워크 학교 연합 체육대회가 아이들에겐 더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여한 11개 학교의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모였다. 나도 사진을 찍는 쪽에 서 있었고 몇몇 선생님들이 함께 멀리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모두 함께 모여 있는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이상해지고 있었는데, 그 때 사진을 찍던 선생님 한 분이 “우리 진짜 많다.”라고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우리 진짜 많다.’라고 할만한 일들이 너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작게 각자 잘 살고 있지만 이렇게 함께 크게 만나는 일도 필요하고 또 가끔 몇몇 사람들에게는 감동이나 힘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 체육대회는 11개 네트워크학교 교사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해서 마련한 첫 번째 연합 체육대회였다. 처음이라 몇 가지 작은 문제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처음 치고는 꽤 좋았다고도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뭐라 하던 아이들에게는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다른 친구들과 몸으로 부딪히고 노는 행사였으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또 교사들에게는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일들을 벌일 수 있는 에너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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