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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꿈아이들의 여행 프로젝트

작성자관리자

날짜2006-04-25 10:00:00

조회수3627


배낭 없이 외모에 치중한 녀석 둘... 슬리퍼 끌고 오신 녀석 하나...
학교 앞에서 장을 보고 남자아이들 두 명이 아예 장바구니를 통째로 들고 온다.

꿈아이들의 여행 프로젝트


한철민 (꿈꾸는아이들의학교 길잡이교사)


2006년 4월 14일~15일 (1박2일)
장소 : 경북 의성 금봉마을
인원 : 아이들 8, 교사 3  총 11명


 


배낭 없이 외모에 치중한 녀석 둘... 슬리퍼 끌고 오신 녀석 하나...
학교 앞에서 장을 보고 남자아이들 두 명이 아예 장바구니를 통째로 들고 온다.
“이거 들고 갈 거야?” “네” --;;  “이렇게 무겁게 들고 오지탐방이 가능하겠냐?” “오케이~”
이렇게 해서 여행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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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금봉마을... 3개 오지탐방지역 후보 중에서 가장 열심히 준비한 팀이 계획한 곳으로 선정~~!
아프거나 함께 지내면 싸울 것 같다고 한 아이들 빼고 8명이 출발했다.
그동안 2개의 팀으로 나누어서 사전 조사와 여행계획을 아이들 나름대로는 치밀하게 짜긴 했는데... 음~~??  교사 3명이 동행했고 침묵으로 일관하기로 했다. 그림자 동행!


그림자는 언제든 존재하고 있지만 영향력은 행사하지 않고 지켜만 보는 존재이다.
아이들에게는 의논하거나 일체 묻지 말라고 했다. 모든 결정권을 아이들에게 맡기고 그 안에서 아이들의 소통과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는지를 면밀히 살피고자 교사들이 주청하고 나선 것!
오랜만에 아이들 신경 안 쓰고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상상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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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에서 차를 타기 직전 1개 팀에서 캠코더가방을 땅바닥에 놓고 올라탔다.
그 순간을 포착하고 그래도 버스 떠나기 직전 아이들이 내려와서 가져가기를 바라며 기다렸지만, 의성터미널 도착해서도 까맣게 모르는 듯 하다. 팀원 중 1명이 카메라 찍자고 하니 그제야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거의 죽음 직전의 불안을 느끼고, ‘분명히 넣어놨는데?’라며 넣지도 않았던 가방을 뒤적거린다. 어쩔 수 없이 교사개입. 상황을 열거하고 책임소지를 분명히 하고 카메라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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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봉마을까지 버스로 1시간 정도의 거리. 버스가 하루 3대밖에 없다. 조금 전 금봉마을 가는 버스를 놓치고 나니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할 판이다. 걸어가다가 버스를 타고가자!, 히치를 해서 가자!, 그냥 기다리다 버스를 타자! 등등 아이들 의견이 분분하다. 아이들은 히치를 몇 번 시도하다가 금봉까지 가는 차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자포자기 한다. 아이들이 교사를 살짝 의지하려는 태도가 분명해 지자 아이들에게 지도 1개 구해주고는 교사들은 먼저 출발~! 아이들은 1시간 30분 기다려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었다. 어쨌든 금봉마을에서 마주 대한걸 보니 무사히 오기는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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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계획상 숙소도착하기 전 마을 이장님, 어르신들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었는데, 숙소 가서 짐 풀고 저녁 먹고 가기로 결정! 웬걸? 숙소까지 가는 데만 30분이다. 저녁 준비 하는데 3시간 30분.... 거의 울기 직전.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며 배고픔에 울부짖었다.
2개의 팀당 50,000원씩의 식비를 제공했는데 한 팀은 50%를 돼지고기 구입하는데 샀고, 또 한 팀은 키위, 딸기, 토마토, 거봉 등 과일 사는데 거의 지출했다.
“선생님! 식사 하세요” 민지가 외친다. 선생님들 것 먼저 차렸단다. “밥은 다 같이 먹어야지!”  “아! 예~~” 그래도 선생님 생각해 주는 녀석들이 고맙기는 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거의 10시쯤이 된다. 차질을 빚은 인터뷰계획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이들끼리 모여서 회의를 한다. 인터뷰와 내일 출발일정을 어떻게 할지가 주 관건이다.
나름대로 민지가 주도해 간다. 문자질 하는 아이들과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 사이에서 전체가 간단한 결정을 내리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고 있었다. 마치 시간 죽이기 놀이를 하는 것 같다.


 


결국 정리된 건 내일 아침 식사를 하고 정리한 다음 마을로 내려가 인터뷰를 하고 숙소에서 제공해주는 차량을 통해 오류라는 곳으로 이동해서 의성까지 버스를 타고 간다는 것이다.
이 결정을 전체가 공유하는데 1시간 넘게 걸렸다. 아이들끼리의 의사소통 하는 모습의 재미와 한계를 보고 있자니 드라마를 감상하는 듯 했다.


 


다음날 역시나 아이들의 시간개념과 사고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마을 이장님은 만나 뵙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마을 할머니 3분을 회관으로 초청해서 인터뷰를 나누었다. 긴장감 없는 아이들... 오히려 교사가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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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에 돌아갈 일만 남았다. 그러나 뭔가의 아쉬움을 채워주듯 한 가지 사건이 터졌다.
오류라는 곳에서 12시 10분에 의성 가는 버스가 있는 줄 알았는데 착오였다. 계획상 1시에 서울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 건데... 
버스시간만 확인하고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버스시간이 없다는데요?”  누가모르나?
그 다음 대안이 없다. 상황보고하고 할 일 다 했다는 아이들. 또 긴급대책회의!!
일단 의성으로 가까운 지역까지 히치를 하고 1시 서울발차는 어렵기에 3시차를 타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히치를 하고 1/3지점까지 왔을까? 의성까지 히치로 가기엔 아무래도 역부족인 듯 했다. 이러다가는 3시차도 타기 어려워 보인다. 아이들은? 아무렴 어떠냐는 식으로~~ 룰루랄라~~ 탱자탱자~~ 교사 또 한번 긴급개입... 의성까지 콜택시를 불렀다.
오지탐방에 택시라니...


 


뭐가 되었든 처음으로 아이들이 계획한 1박2일 여행프로젝트 “오지탐방”편이 끝났다.
짧은 여행일정속이지만 아이들의 생활에 배겨있는 굵직한 벽들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당연한 일상으로 치부하고 책임과 배려받기를 혼동하고 있는 모습.... 그동안 아이들을 과잉보호하고 있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과잉보호? 물론 여행일정 내내 아이들은 아주 사사로운 결정까지도 의지하고, 묻고 있었다.
여행의 모든 계획초기부터 아이들에겐 훈련의 과정이었다. 팀별로 역할과 계획일정 등 개인이 아닌 서로 의논하지 않으면 안 될 구조로 리더십과 경쟁, 준비한 만큼 결과를 보여주는 사회성 등,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 안에서 하나의 수업이 감당할 역할이 실로 적지 않았다.
아이들 간의 사소한 분쟁과 의견충돌, 계획과 실제의 어긋남, 리더십의 부재와 의사결정의 미로 등 이번 여행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숙제를 남겨두었다. 다음 여행까지 숙제를 해결하려면?  또 다른 숙제가 우리를 기다린다.


 


교사들 왈 “다음번 여행은 무인도체험, 해병대체험, 담력훈련, 챌린지 등등” 이거 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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