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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4기 교사아카데미 개강]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며

작성자관리자

날짜2006-03-13 16:00:00

조회수3545


4회 교사아카데미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첫 시작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그뿐인가! 온통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물들과 만남 또한 시작되는...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며



* 지난 3월 7일, 4기 교사아카데미 길잡이교사과정이 개강하였습니다. 길잡이교사과정 워크북을 제작하기 위해 강의를 참관하고 있는 김현경씨가 그 생생한 첫 시간을 전해드립니다.



김 현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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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교사아카데미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첫 시작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그뿐인가! 온통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물들과 만남 또한 시작되는 것이다.
아직 여러 가지 새로움이 모두들 낯설게만 느껴진다. 수강등록을 마친 수강생들이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하나, 둘 모여든다. 워낙 조용한 분들만 등록한 것이 아닐 터 인데 아무 말 없이 나누어준 자료집과 안내책자만 슬그머니 넘기고 있다. 19명의 명찰을 쫙 깔아놓았던 책상에 명찰이 다 없어지자, 꼼지가 드디어 그 시작을 알린다. 7시 10분쯤이었다.



진행자인 꼼지는 빠르고 또박또박한 말투로 전반적인 강의 안내를 시작한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안내책자와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네트워크 학교 안내서인 ‘작은 학교 큰 그림’을 거쳐 홈페이지까지 실제로 보여준다. 교육과정 안내를 하면서 과제 안내까지 비교적 자세히 말하더니 대안교육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소개로 마친다. 그런데 중요한 한 가지를 빼먹었다. 자신을 소개하지 않은 것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으면 가장 먼저 했을 것인데, 어찌나 분위기가 조용하던지. 진행하는 사람이나 수강생 모두 아직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듯하다. 언제쯤 그 살얼음판이 깨어질까 자못 궁금하다.


 


세실이라는 별명의 정연순 씨가 1강. 왜 프로젝트 수업인가? 라는 강의를 해주셨다. 우리는 강의에 앞서 두 가지 작업을 하였다. 첫 번째 작업은 왕멍의 ‘나는 학생이다’ 라는 글과 초등학교 5학년생의 시험을 보다가 라는 시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왕멍은 16년 유배 시절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배움을 인생의 줄거리로 삼았던 반면, 배움이 얼마 되지 않은 초등 5학년생의 글에서 벌써 배움에 대한 절망이 묻어난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기에 이런 차이가 일어나는 것일까?


 


곧이어 두 번째 작업이 이어졌다. 왜 이 수업을 듣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첫 시간인데다 첫 질문이고, 마지막 시간까지 자기 나름의 해답을 가져야 할 질문이다 보니 강의실 안은 온통 고요 속으로 빠져들었다. 누가 과연 이 정적을 깨줄 것인가? 이종화 씨가 자신은 꿈터 학교 교사인데, 프로젝트 수업 개발할 능력을 가진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했다. 박희정씨는 전공이 교육공학인데, 대안교육 관련 논문을 쓰고 있어 논문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 참여하게 되었단다. 나머지 17명도 그 나름의 진지한 고민들 혹은 희미한 기대 속에서 이 자리에 참여하고 있으리라. 


 


세실은 프로젝트란 어디서 유래되었고, 핵심적인 특성이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짚어갔다. 프로젝트란 분명하고 한정적인 과제로서 목표가 있어야 하는구나, 다부문간의 연계와 협력이 필요한 것이구나 등을 살피고 한 차원 들어가 프로젝트 수업이란 무엇인가를 들여다보았다. 그것의 역사는 어찌되는 것인지 다소 딱딱한 말들이 이어진다. 한번쯤 들어봤던 듀이라는 이름이 나오기도 하고,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킬패트릭이라는 사람도 등장한다.


이제 나올 것이 나왔다. 드디어 왜 프로젝트 수업인가 하는 본론에 다다른 것이다. 이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21세기에 대체 필요한 지식과 학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노하우(know how)란 이야기는 익숙한데, 노 후(know who), 노 훼어 (know where)는 생소하다.
워낙 지식이 많아진 시대,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는 사회에서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은 누가 이런 것을 잘 하는지, 어디에 가면 그 자료가 있는지 아는 능력이란다. 요새 말로 네트워킹 능력이다.


 


그러면 인간은 이런 능력을 어떻게 배워나가는 것일까? 나는 이 대목이 무진장 흥미로웠다. 인간의 정신(mind)은 어디 있을까 하는 질문이 던져졌다. 머리? 가슴? 또 다시 짧은 침묵.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단다. 인간관계 속에 인간의 정신이 있단다. 만약 이것을 인정하게 된다면 지금껏 해왔던 식의 학습은 접게 될 것이다. 혼자 열심히 암기하던 학습방식을 고집하지 않게 될 것이다. 내가 일점 더 따야 옆 사람을 누를 수 있다는 그런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교사 또한 보다 많은 지식을 잘 숙지하여 가장 많이, 가장 편안하게 전달해 주는 전달자가 아니게 된다. 학습은 관계적 활동이기에 교사는 관계적 활동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하면 그만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작은 목표를 설정하도록 도전적으로 돕고, 스스로 해결해 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교사는 절대 군주처럼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조력자로 남게 된다. 결국 교사는 아이 스스로로 자신의 불균형을 느끼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런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 스스로 과제를 수행해가며 자신의 타임 테이블도 짜고 문제해결을 위한 사람들도 만나 협력해가는 법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프로젝트 학습인 셈이다.


 


말은 산뜻하다. 숨통이 트인다. 어떻게 그런 교사가 될 수 있을까? 교사의 존재는 함께 있지만, 없는 듯이 해야 한다는 뜻인데. 전체를 조망하면서 학생 개개인을 세심하게 보고. 소통의 즐거움을 알고 있어야 하며 왕멍처럼 배움의 즐거움을 맛 본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절로 한 숨이 나온다. 첫 시간부터 너무 많은 고민이 우리 자신을 휘어잡는다. 게다가 강의 안내 때 받은 과제까지…. 다들 강의 열기도 얼굴이 발그스름해져 있다.


 


하지만,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이제까지 그런 즐거움을 별로 맛본 적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맛보면 되지 않는가? 우리 역시 학생이지 않는가? 교사아카데미 자체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받아들이고, 강사들과 대화하며, 4기 동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현장참여관찰도 하는 사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소통 능력이 싹트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작년에 대안학교 학생들과 대학생들이 함께 한 건축프로젝트 작업을 보았다. 그 속에서 그들은 프로젝트 학습의 목표로 한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 인간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경험했다. 우리 역시 그런 실험에 뛰어든 것임을 직감했다.


 


잠시 쉬었다가 살얼음판을 깨는 놀이를 하였다. 꼼지는 별명, 이미지, 지난 일주일 동안 즐거웠던 일, 새롭게 배운 일, 대안교육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를 각각의 카드에 적어보라 하였다. 우리들은 4-5 명씩 앉아 있었는데, 이 놀이를 하며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다. 이제껏 조용해기만 했던 교실 분위기는 삽시간에 왁자지껄 해졌다.



곧 발표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이 시간이 너무도 즐거웠다. 정말 다른 사람을 개그맨처럼 소개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 소개를 하라고 하는데, 끝까지 자신의 소개만을 하던 사람에 이르기까지. 꼼지 말마따나 ‘창조적 오독’과 ‘폐기학습’이 고스란히 드러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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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 시간을 통해 진지하기만 했던 4기 교육생들은 그 살얼음을 깨기에 충분했다.


아무래도 다음 번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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