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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네팔] 네팔여행의 위대한 유산. 두번째 이야기

작성자관리자

날짜2006-01-31 10:00:00

조회수3501


■ 5일차 - 새해의 정상에서
푼힐에 올라 정상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거기 있다고 해서 오르긴 했는데 참 힘들다는 생각,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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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여행의 위대한 유산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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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교사  임수정

■ 5일차 - 새해의 정상에서
푼힐에 올라 정상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거기 있다고 해서 오르긴 했는데 참 힘들다는 생각, 내 삶의 정상은 무엇으로 채워질까하는 생각.
추위와 고산증세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담요를 쓰고 아이들은 눈 산을 바라보고 있다. 저 마다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겠지. 가족과 나, 사랑하는 사람들, 여행, 미래로 이어지는 삶... 또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올라가보지는 못했지만 눈에 펼쳐지는 히말라야의 설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차푸츠레, 안나푸르나 ... 유명한 등산가들의 마지막 숨을 지켜본 말없는 차가움과 날카로움 . 거기에 새해의 햇살이 비춰지면 붉게 달궈진 칼처럼도 보인다. 햇살의 정도가 달라지면 산의 색도 시시각각 달라진다. 우리 여행을 도와주고 있는 검비르가 미리 말해주어 산의 색이 바뀔 때마다 다들 사진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다.
이 작은 전망대 위에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새해를 축하하고 서로 의지하고 있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을 때 뒤에 있는 일본인 청년(오래 여행을 했는지 냄새가 좀 나는)들은 배경이 잘 나오도록 일부러 숨어주기도 하였다. 그 순간을 위한 작은 배려에 얼굴에 웃음이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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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은 순탄했지만 내려와서 길고긴 토론은 순탄하지 않았다.
바로 트레킹 코스 때문이다. 푼힐 숙소에 와서 검비르와 몇몇 교사들은 이후 이어지는 간드룽 행이 짧은 시간에 너무 무리하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이 정도 도전을 맞서지 않는 것에 의아해 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교사들의 길어지는 토론은 일상적인 것이었지만 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여러 학교에서 모인 터라 서로 그리 아는 것은 없는 친구들. 그래도 이 며칠 간 서로 알아온 것이 있어 간드룽으로 향하고 싶음에도 아픈 친구들을 위해 덜 위험한 코스를 가자는 의견을 모으고는 간드룽으로 가고 싶어 한 친구들과 교사들에게 미안해하는 한 무리와 자신들 때문에 간드룽으로 못 가게 되어 미안해하는 또 한 무리가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서로 배려하고 양쪽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는 모습들이었는데 쉽게 날 수 있는 결론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정말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정상에서 보여준 마음들은 새해의 태양과도 히말라야 설경과도 비교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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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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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정말 조심해야한다. 오르기 힘든 산은 내려오기가 더 어렵다. 내려가며 더해지는 속도도 조심할 일이다. 다행히도 우린 산을 내려오며 트레커들이 버린 쓰레기를 줍는 일종의 환경정화 운동을 하고 있어 학생들의 하산 속도가 점점 느려졌지만 발목을 삔 학생이 이틀간 둘이 생겼다. 부축도 하고 스틱도 쥐어주어 보지만 돌도 많고 경사가 있어 쉽지 않았다. 산의 생필품을 나르는 나귀를 빌려 타려고 해봐도 짐을 나르는 것이 더 돈이 된다고 하며 가버린다. 박정하구만.. 생각하며 한참을 내려오고 있을 때 멀리서 포터아저씨가 달려오더니 학생을 업고 달려 내려가는 것이다. 안내책자에 나온 포터에 대한 설명 (포터는 트레커가 아파도 신경 쓰지 않는다. 포터는 다만 짐을 나른다.) 과 다르게 포터아저씨들은 번갈아 학생을 업어 나르더니 점심을 먹는 산장에서 연신 마사지를 해주며 걱정하고 계셔서 미안하고 의아해했는데 검비르 말로는 그 학생이 그동안 포터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꼬박꼬박 인사를 하며 잘 해주었기 때문에 그를 챙기는 것 같다고 한다.
다음 날도 내려오다 다른 학생이 발목을 다쳤는데 다른 학생들이 업어주기도 하고 남자선생님들이 업고 달려(산에서) 무사히 트레킹을 마쳤다. 그 옆에선 어제의 부상자가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덜 아파.’ 산을 내려오며 이 트레킹이 히말라야 산보다 사람을, 사람 사이를 더 인상 깊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6일차 - 노 프라블럼?


새벽부터 3시까지 열심히 하산한 뒤 드디어 트레킹이 끝났다! 고 외칠 수 있었다. 뒤로 높고 깊은 산을 두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우리는 땀과 먼지에 범벅이 된 채로 귤과 콜라를 나눠 먹었다. 이제 3시간만 버스를 타면 포커라에서 휴식이 기다린다!
하지만 6일차 네팔여행의 중반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모든 것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진 않았다. 어제 밤에는 1km 정도의 길이로 아래 계곡에서 산불이 점점 번지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보다가 잠들었고 (현지인들은 그냥 웃으며 꺼질 거라고 했지만 그 산불로 자욱한 회색 연기와 나무 타는 냄새, 불이 커서 느껴지는 열기는 모른 척 하기 힘들었다.) 오늘은 포커라로 달린지 1시간 만에 큰 소리와 함께 타이어가 구멍이 났다. 아저씨는 당황하지 않고 더 달리더니 휴게소에 차를 멈췄다. 그냥 구멍이라고 생각했는데 내려서 보니 팔 보다도 길게 타이어의 상당부분이 찢어져 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가 버스를 보니 아이들은 몇 명을 제외하고 열심히 자고 있다. ‘노 프라블럼’이다.



■ 7일차 - 헝그리 아이(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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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라에서 트레킹으로 고갈된 체력을 재충전하기 위해 하루 동안 자유의 시간이 생겼다. 티벳 음식점에서 버펄로 고기로 만든 모모(만두 비슷한)를 먹기도 하고 히말라야가 비치는 네와 호수에서 다 같이 보트를 타고 호수 중간에 있는 섬의 사원으로 노를 저어 갔다. 호수 중간에 커다란 섬이 있는 것도 특이했지만 그 안에 힌두 사원이 있어 축복을 받을 수 있었다. 포커라의 상점들을 구경하고 숙소에서 쉰 후 공연을 보면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에 갔는데 이름이 ‘헝그리 아이’다. 맞다. 우리는 좀 굶주렸긴 한데 레스토랑 이름은 뭔가 뒷배경이 있지 않을까 싶다. 뒷배경을 캐기도 전에 식당 안에 있는 전통 공연장으로 눈이 갔다. 네와리 민족과 구룽족 등 몇 가지 종족의 전통 춤을 보여 주는데 춤을 추는 여인들의 섬세하고 애교스런 몸짓이 특이했다. 오늘 마주친 헝그리 아이는 이것뿐이 아니었다. 트레킹 전 포커라로 오던 길에 만났던 어린 악사들의 ‘사랑기’연주에 반하여 그 악기를 사게 되었는데 그걸 가르쳐 준다는 사람의 말을 믿고 따라가 한 시간쯤 배우다가 간다고 하니 헝그리 아이가 되어 돈을 달라고 하였다. 가르쳐 준다고 했을 때 눈치 채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며 ‘아저씨, 돈을 달라고 해서 슬프다’라고 하며 도망쳐 나왔다. 옆에 다른 선생님이 있지 않았다면 그냥 도망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공짜로 주는 것을 덥석 받은 나도 헝그리 아이였다.


■ 8일차 -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순간들, 순간들로 이어진 소중한 나의 시간들.


8시간이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어제 밤 포커라에서 마오이스트들이 터트린 폭탄 때문에 심한 검문이 시작되었고 11시간 동안 버스에 앉아 있어야했다. 우리는 트레킹의 휴식 장소인 포커라를 떠나 문화교류를 위해 카트만두로 향하며 버스에서의 순간순간을 즐길 수밖에 없었고 옆에 있는 네팔인들에게 질문을 하여 대화도 하고 과자도 나눠먹다가 나중엔 우리 학생이 버스에 탄 네팔 아이들에게 카드 마술을 보여주어 버스 전체가 웅성웅성 즐거웠다. 평소 사람들 앞에 나서길 별로 좋아하지 않더니 꼬마들의 박수가 힘이 되었는지 스스로 즐기고 있었다. 이런 게 문화교류가 아닐까 의도하지 않아도 순간순간이 모여 만들어지는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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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이 지났다. 오후에 도착하여 여유 있게 슈암부나트(몽키템플)를 보려던 계획은 어둠 속에서 원숭이들의 안광이 지나가는 사원을 더듬더듬 걷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곳에 꼭 와야 한다는 말은 ‘그러지 않으면 오늘 한 일은 11시간 버스타기 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들렸다. 하지만 학생들은 11간 버스타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차창 밖으로 지나간 11시간이 아깝지 않은 하루였다.
이제 9일차부터는 또까마을 친구들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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