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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대안학교 연합 여행 프로젝트

작성자관리자

날짜2005-08-30 10:00:00

조회수3481



대안학교 학생들의 여름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유난히 쪄대던 팔월의 더위만큼이나  많은 일들은 비인가 도시형 대안학교 아이들의 행보에 ...

대안학교 연합 여행 프로젝트 "오르다"


-지리산 종주-


 


 


대안학교 학생들의 여름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유난히 쪄대던 팔월의 더위만큼이나  많은 일들은 비인가 도시형 대안학교 아이들의 행보에 오르락내리락 이어져 있다. 넘어야 할 일들 중 가장 큰 고개일진대, 8월 초 검정고시를 끝낸 아이들은 학교 별 방학프로그램들 속에 분주해 있었다. 그 분주함 속에 더욱 바삐 움직이는 이들은 이 아이들의 교사, 길잡이선생님들이다. 닷새간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한차례 만남을 위해 수차례 만나고 헤어지길 거듭한 교사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는 무성한 진행 소식들은 아이들의 설렘을 채우기에 족했을까... 이렇듯 교사들은 은근한 불을 지키고 앉아, 배어나오는 땀방울 닦아내며 오래오래 고아낸 보약 한 사발....... 지리산 능선 위에 얹어 놓는다.
 월요일 아침 6개 학교의 아이들은 영등포 하자센터 마당 앞에 모여들었다. 셋넷, 꿈틀, 한들, 스스로넷 미디어스쿨, 난나, 꿈꾸는아이들의학교.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목구비를 하고 오롯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버성거렸다. 교사들과 함께 밤을 새고 온 녀석들부터 시작해서 학교 별로 무리지어 앉아 버스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눈짓과 감각으로 서로를 탐색하기에 여념이 없다.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른 공감의 축을 찾는 일은 아이들 간에만 오고가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각 학교 길잡이교사 간에.. 그리고, 길잡이교사와 아이들 간에도 이러한 소통 아닌 소통들이 끊임없이 오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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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려는 교사들의 의지는 이러한 소통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기대하기에 나타나는 애씀이 아닌가 한다. 이번 “오르다”를 구성하는 내용들에는 우리 아이들 세대와 전통문화간의 소통, 대안학교 아이들 간의 소통(특별히 준비단계의 말미에 탈북청소년 아이들의 학교인 ‘셋넷’이 함께 하게 되면서 보다 다양한 서로간의 이해의 장이 필요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교사간의 소통,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 놀이와 학습간의 소통이 사방 여러 모양새를 좇아 연결되고 단절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도착한 날과 그 다음날로 이어진 “들소리” 선생님들의 진행 하에 이어진 전통문화체험과 대동놀이. 한 판 잘 놀기 위해 장구, 북, 꽹과리, 징을 가지고 장단을 배운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특성을 갖고 역할을 덜고 더하는 악기들로 장단과 흥을 돋우는 소리를 만들어 낸다. 듣는 이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드는 소리를 모두어 내놓으니 이젠 장대 높이 매달은 깃발이 휘날린다. 아이들이 표현해 낸 깃발 속의 글과 그림은 어느새 어둠이 내린 산자락의 바람을 타고 펄럭펄럭 살아있느라 용을 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나무에 생명을 불어 넣은 아이들의 손길이 장승에 새겨졌다. 도드라진 눈에 눈동자를 그려넣는다. 모둠 지어 한판 노는 이 날에 이어질 지리산 등반, 그 흥겨움과 무사안위를 위해 기원문을 낭독하는 아이의 목소리에 진지한 기운이 실린다.
 비가 온다. 제법 내린다. 악기를 멘 아이들이 장단을 두들기고 울리며 앞서간다. 뒤이어 기를 치켜든 아이들이 너른 마당 안으로 들어선다. 비와 함께 산자락으로 젖어드는 소리와 둥글게 말아 선 아이들이 함성을 지른다. 그 함성이 못내 약하다. 들소리 선생님들이 기를 불어넣는다. “어이! 어이!! 어이!!!” 장대 높이 달아올린 깃발 싸움은 아이들이나 교사들이나 할 것 없이 쏟아붓는 힘 만큼 모양새가 그리 멋지지는 않다. 그저 내리는 비를 맞으며 기운을 돋우는 들소리 선생님들 새로 푸식푸식 새어 나간다. 그래도 아이들 하나하나 눈을 맞추어 가며 펄펄 뛰어다니는 선생님들의 호령에 맞추어 기를 든 아이들이 장단을 따라 몰려 나간다. 청색 깃발이 후두둑 떨어진다. 백기 승리의 환호는, 갈라져 내려 더욱 풍성해진 비 속으로 뿜어 나온다.
 성에 찬 기운은 아니지만 이것이 바로 아이들이 내밀 수 있는 기운이다. 움직임이 없는 아이들, 시도가 없기에 실패도 없는 아이들을 두고 교사들은 정체되었다고... 아니, 퇴행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아이들을 동기화 시켜야 한다고. 삶의 의욕과 생기를 되찾아가는 아이들을 기대하기에 앞서 이렇게 마당 한 가운데 펼쳐지는 예비활동은 한 술에 배불러 지지 않는가 보다. 그 가운데에도 아이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겨운 흥을 이기지 못해 연신 방방 뛰어 다니는 셋넷학교 아이들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포용력일까... 비교적 선배다운 모습을 비추는 꿈틀학교 아이들은 제법 의젓해 보인다. 고만고만하게 생겨 귀여움과 시선을 독차지한 난나학교 아이들은 누가 보아도 난나다. 한들한들 또래들 사이와 길잡이교사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한들학교 아이들 역시 독특하다. 교사들에게 친밀한 인사를 잘 건네는 스스로넷미디어스쿨 아이들은 이렇게 살갑다. 겨우 두명으로 꿋꿋이 참여한 꿈꾸는아이들의학교 두 녀석들은 자분자분 잘도 따른다.
 그러던 와중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는 강강수월래에 앞서 얼떨결에 굵은 동아줄을 마주 잡았다. 오래 전 “바른생활”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목청이 절로 터져 나왔다. “영치기 영차! 영차!!” 얼결에 한판이 지나버렸다. 진 팀의 눈에 불이 확 일었다. 두번째의 “영치기 영차!” 졌던 팀이 이겨버렸다. 내리던 비가 아이들의 입김에 주춤한다. 세번째 판...! 그 여세를 몰아 역전을 이루어낸 아이들의 줄다리기 한판은 그간 교사들이 애타게 찾던 아이들의 열정을 탁하고 트여준 느낌이었다. 그 열기는 바로 타닥타닥 시원스레 타들어간 대나무 모닥불로 옮겨 붙었다. 불을 중심으로 손을 잡고 아리랑을 울려 퍼뜨리는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제법이다. 젖은 몸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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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개인 아침의 지리산은 피어오르는 운무를 싸안고 웅장함의 무게를 더했다. 다 함께 찍은 사진 속 높은 하늘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아이들의 뒷심을 받쳐준다. 학교 별 모둠을 지어 출발한 산행이 시작되었다. 셋넷과 난나는 다음날부터의 출발을 위해 산장에 남았다.
 산행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아니 수월하지 못했다. 그래서 본래의 일정을 하루 남기고 중도 하산하게 되었다. 교사들은 반나절 만에 지쳐 소진되버린 몸을 일으켜 논의하며 하산을 결정하고 남게 된 일정을 고민하였다. 비와 바람이 더욱 거세어질 것이라는 정보에 위험을 무릅쓰지 말자 했다. 아이들의 고생과 견딤은 오늘 하루 지켜 본 바로도 부족하지 않다 했다. 다만... 아이들의 고됨 끝에 보상으로 주어질 지리산 능선과 하늘 끝이 이루어낼 장관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점심을 먹은 뒤로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던 비는 줄지어 산길 돌길 바위를 타던 아이들 사이의 간격을 계속 떨어뜨려 놓았다. 손을 잡아 돕게 하던 짝궁들은 서로의 고됨에 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건네게 했고, 또한 스스로에겐 해 볼 수 있다며 시도 하게 했다. 잡힌 손을 놓아야 할 때에는 디뎌야할 돌과 바위를 설명하였고 기우뚱하는 몸을 일으킬 때에는 부여잡은 손에 힘을 더 주게 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바위를 부둥켜 안고 우는 친구를 뒤돌아 보며 외친다.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가자. 산장에만 가면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어!”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먹고자는 일에 진지해 볼 수 있었을까... 절대 자신보다 두걸음 이상 앞서지 않고 자신을 지켜보는 교사를 이렇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신뢰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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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어 갔다. 아이들의 몸은 천근만근이었고 교사들 또한 더하면 더했을 것이다. 교사들은 초조해 졌다. 중간기점인 벽소령산장까지 가야만 했다. 늦여름의 산중은 나뭇잎을 흔들어 대던 바람을 불러올려 내리던 비를 타고 와 온 몸을 떨게 했다. 마음대로 놀려지지 않는 팔 다리는 바위와 돌부리에 긁히고 부딪쳐 쓰리지 않은 곳이 없는 듯 느끼게 했다. 그 손과 발을 바위에 잠시 걸터 놓기라도 할라치면 자꾸만 내려앉는 눈꺼풀에 이보다 더한 단잠은 다시 없을 것만 같다.
 “찰싹-!” 결국.. 교사는 아이의 뺨에 손을 댔다. “너 여기서 잠들면 안돼!” “선생님.. 저 못가요. 죽어요. 엉엉~~” 산자락이 침침해지면서 몇몇 아이들의 의존성은 깊어갔다. 개중에 묵묵히 악바리를 발휘하는 녀석들의 모습은 교사들에게 보석과 같았다. 녀석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싶은 것이 늘 철없이 보여서 세상에 나가 어떻게 살아갈까를 막연히 고민하게 만들던 아이를 향해 큰 신뢰감을 갖게 했다. 이 믿음은 결국 한 명의 누락도 없이 벽소령 산장의 모포를 덮고 그르렁그르렁 평온한 잠을 잘 수 있게 만든 모든 동행 교사와 모든 동행 아이들에게 두루 퍼졌다. 결국.. 바위를 붙들고 울던 녀석들도 소매를 잡아끌고 얼굴을 두드리던 손을 뿌리치지 않고 따라와 준 것이다. 잠든 아이들의 모습은 색색 깊은 잠으로 이끈 서로의 숨결로 안도하게 만들었다. 그 아이들을 보며 하산을 결정한 교사들 역시 욱신거리는 온 몸을 마룻바닥에 누이며 감사를 되뇌었다. 함께함과 무사함에 대한 감사는 금새 묻어온 잠결에 오래 되뇌이지 못했지만 다음날 아침을 한결 가슴 벅차게 맞게 했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아이들 간의 모습은 서로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아이들을 이끌다 다독거리다, 호되게 몰아 부치다, 어깨를 안으며 위안하다.. 쉴 새없이 역할을 바꾸던 교사의 몫은 결국 아이들이 목표로한 한 가지를 이루어 내길 바라는 맘 하나에 있었다. 이 과정은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주고 어려움 앞에서 갈등할지언정 주저앉지만은 않기를 바라는 맘에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혼자만의 애씀만이 아닌 나와 같은.. 혹은 나와 다른 이들의 함께함이 구성되어 있기를 바람에 있었다.
 아이들은 잊지 않았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정신이 혼미해 팔다리가 제 멋대로였어도 내 손을 잡아 이끌고 내 귓가에 대고 쉼없는 격려를 보내던 그 힘을 기억한다. 어쩌면 배움의 과정 안에서 아이들이나 교사나 모두가 같은 길을 오르는 동료가 아닌가 싶다. 전적인 의존도 없고 전적인 돌봄도 아닌 함께 내딛는 걸음이 앞선 걸음과 뒤에선 걸음을 완성해 내는 배움 공동체로 걸음을 멈추지 않기를 바래어 본다. 설사 그치지 않는 비로 질퍽거리는 신발과 늘어진 옷을 입고 있을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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