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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혜정 칼럼] 자녀를 앞세우는 시대, 부모가 학교를 만들어야.

작성자관리자

날짜2005-05-11 15:00:00

조회수3396



조한 혜정 (서울시대안교육센터장)


 


미수 생신을 몇 달 남기시고 몇 달 전 어머니는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


자녀를 앞세우는 시대, 부모가 학교를 만들어야.


 


조한 혜정 (서울시대안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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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 생신을 몇 달 남기시고 몇 달 전 어머니는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 어머니 없이 맞는 어버이날, 텅 빈 우주에 홀로 남아있는 쓸쓸한 시간이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고아의 슬픔에 잠겨 있는 내가 어쩐지 미안해해야 할 것 같기만 하다. 여든 여덟에 낳은 자식들 온건하게 키우고, 그들과 함께 손자를 기르시다 가셨으니 그분은 참 행복하게 사시다가 가신 분 아닌가? 그 세대 부모들은 참 행복한 부모였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낳아 열심히 돈을 벌어 학교에 보내면, ‘존경스런’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맡아 열성적으로 교육시켜 ‘빛나는 졸업장’을 안겨 보냈다. 그 빛나는 졸업장을 네 장 받을 즈음이면 우리는 좋은 직장을 얻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교사들은 많아도 존경스런 선생님은 찾아보기 힘들고, 졸업장은 주지만 그것은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 졸업장이 평생직장을 보장해주지 않으니까...


 


그보다 더 민망한 것은 학교가기 무섭다며 학교를 가지 않은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왕따를 당해 괴로워하던 그들은 나이가 들면 가족도 친구도 다 싫고 귀찮다며 ‘방에만 콕’ 박혀 부모를 괴롭히는 ‘빈대족’이 된다.  이제 자녀는 더 이상 ‘생산재’가 아니라 ‘소비재’이다가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소비시대의 아이들은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열심히 사오겠지만 효도는 부모가 가진 재산에 비례한다고 할 정도로 계산적이고 정치적이라는 말도 듣는다. 부모가 막강하고 자원을 많이 가질수록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버이날을 맞은 우리를 무엇보다 슬프게 만드는 것은 ‘자녀를 앞세운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지변으로... 왕따를 당해 자살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는 소식에 이어 성적 비관으로 자살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성적이 아주 좋은 학생들이 자살을 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류대 졸업장이 삶을 보장해주던 시대가 지난 지금 ‘내신전쟁’이라는 공포분위기 속에서 삶을 마감하는 어린 생명을 보면서 이 시대의 한 부모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누가 우리들의 아이들을 이런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을까?


 


2008년 대입 제도 도입을 앞두고 고등학교 1학년들이 사상 초유의 시위를 하게 될 것이라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정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비상에 걸려 대국민 편지를 보내고 e-learning 등으로 불을 꺼보려 황망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정말 입시 제도를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었을까?  교육이란 자고로 ‘사람’을 만드는 일이고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 일진데, 제도를 바꾸면 된다고 믿어온 것 자체가 지금의 비상사태를 낳은 근원이 아니었을까? 교육부는 이제 임기응변적 처방을 그만 내리고 ‘제도’가 아닌 ‘사람’을 보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토건 국가’적 발상을 벗어나서 ‘돌봄의 원리’로 움직이는 학교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제도 교육의 장이 얼마나 폭력이 일상화된 공간인지를 직시하고, 진정 새로운 교육적, 문화적 실천이 실현되는 시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일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부모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왕따와 자살은 배타적, 폭력적 학교 분위기의 산물이다. 어버이날을 맞아도 즐겁지 않은 부모들은 이제 정부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랑과 돌봄이 있는 학교를 선물할 것인지 궁리해내야 한다. 이 시대의 부모들은 지금이 자녀를 학교에 보낼 때가 아니라 학교를 만들어야 할 때임을 인식하면 한다. ‘출산 기피’의 시대에 겁도 없이 아이를 낳은 이 시대의 부모들이 해야 할 의무는 바로 자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자녀가 죽지 않고 행복하게 다닐 대안학교를 만드는데 동참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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