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작성자관리자
날짜2005-05-10 10:00:00
조회수3644
5월 6일, 두 번째 강의로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국장이신 황윤옥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씩씩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황윤옥 선생님.
황윤옥 선생님은 산어린이학교 5학년이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공동육아를 만들고, 또 대안초등학교를 만들고..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남의 아이를 키우고 또 그 아이들의 부모와 함께 동네를 만들어 나가는 황윤옥 선생님을 보면서 제가 즐거워지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희망 없음' 만은 아니라는 것이 기쁘기 때문이겠지요?
'대안학교'라는 사공많은 배, 그 수많은 관계와 그 사이의 셀 수 없는 조율의 과정이,
어떻게 단순히 배가 '산'으로 가지 않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서로를 살리면서 멋지게 바다로 항해할 수 있게 하는 힘을 갖게 하는지를 황윤옥 선생님의 생생한 경험담과 산어린이학교의 여러 사례들로 엮인 멋진 강의였지요.
대안학교의 프로젝트 수업에서, 아이들은 '교사' 이외의 자원을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가, 이모가, 동네 슈퍼의 아주머니가, 구립도서관의 사서가 모두 아이에게는 학습의 자원이 된다.
아이와 교사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해야 할 뿐 아니라, 수없이 많은 관계망 속에서 아이의 학습이 이루어지다보니, 프로젝트 수업에서 '소통과 조율'은 아주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생태학습을 가서, 같은 모양의 나뭇잎을 모아오는 과정에서 모으는 방식이 달랐던 두 아이의 싸움.
'많이 모으고 나서 같은 모양을 찾자/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모양의 나뭇잎을 모으자'
이 두 아이의 갈등이 '네 방식대로 하면 안돼!' 에서 '네 방식대로 해도 되지만, 난 그렇게 안하고 내 방식대로 할래!' 로 바뀌는 것이 얼마나 혁명적인 변화인지를 말씀해 주시기도 하고.
목공 수업을 하면서 고학년들처럼 톱질/망치질을 하지 못하고, 옆에서 나무를 잡아주거나 못질할 곳을 표시해 주는 일을 할 수밖에 없던 저학년들이 처음에 절망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그것이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알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가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기도 하셨지요.
결국 '소통' 이라는 것은, '자, 이야기하자!' 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산어린이학교 교사들과 아이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답니다.
교사가 어떻게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학습동기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는,
미술관 수업을 진행하면서 다리가 아파서 걷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길에 앉혀 쉬게 하면서,
지나온 길을 점으로도 찍어보게 하고, 또 선으로도 연결해 보게 하면서 반쯤은 길에서 수업을 다 하시던 한 교사의 이야기를 해 주셨지요. 결국 미술관에서 함께 본 작품은, 점과 선으로 공간과 길을 표현한 것이었다구요.
먼길을 오느라 힘빠진 아이들을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태를 읽어가면서 수업의 내용을 계획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그래서 아이들이 학습동기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알아들었답니다.
한마디 한마디, 사례와 함께 엮어지는 강의에 우리 모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강의를 들었지요.
결국, 40분으로 예정되었던 강의가 1시간이 되었지만(^^) 정말 지루한 줄 모랐지요.
프로젝트 수업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닐 겁니다. 황윤옥 선생님께서는 경험을 통해서 프로젝트 수업에 대한 몇 가지 오해- 경계할 점도 말씀해 주셨지요.
- 프로젝트 수업은 아이들 맘대로이다?
; 절대 아니라는 말씀! 반드시 교사의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이들과 수업 내에서 소통하기를 잊으면 안되구요. (으이구.. 정말 어렵습니다.)
- 개집 만들면서 수학은 끝난다?
; 예술가 수준의 교사가 아니면 기초교과를 활동위주의 수업과 함께 한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답니다.
- 프로젝트는 항상 재미있어야 한다?
; 학습이 언제나 '재미'있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 아이들에게 발목잡히지 않는 방법. '이건 정말 중요한 거야~'
후배들이 사용할 대안적인 교과서에 우리가 한 것들이 사용될 거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재미 못지 않은 학습동기를 유발했다죠.
- 상황에 맞게 흘러가는 대로?
; 아이들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진행한다는 것이 결코 상황에 맞게 내버려둔다는 말은 아니라는 말씀.
그 외에도, 기록이 얼마나 좋은 소통의 자료인지. 무엇보다도 아이들과의 관계맺기가 가장 기본이라는 말씀 등등이 생각나네요.
제 기억에 남는 내용들은 이런 것들이었는데, 여러분은 황윤옥 선생님 강의 중에 어떤 내용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요?
강의 이후엔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서형순 선생님이셨지요. '산어린이학교에서 실패한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왜 실패했는지'를 물으셨어요. 사실,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가? 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가?'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지요.
아이들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학습자원을 널러 놓는다면, 그 자원의 질과 상관 없이 실패한다. 사례로, 산어린이학교 초기에 지리산에 갔던 일(아이들이 먼길 여정에 지쳐서 하루반을 못 움직였다.), 놀이터가 있는 도서관에 갔던 일(놀이터에서 논 시간이 대부분~) 등을 들어 주셨지요. 아이들의 수준과 눈으로 수업을 바라봐야 한다는 말씀이었죠. 또, 중요한 것은 교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교사가 '하고 싶은 것'을 잘 하지도 못하는데 하면 안된다는 말씀도 해 주셨죠.
송미숙 선생님께서는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해 주셨지요.
(에궁. 선생님 사진이 넘 흔들려 버렸네요. 죄송)
그 질문에, 황윤옥 선생님께서는 교과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는 답을 하셨지요.
목공이나 연극, 수공예처럼 교사가 전문가인 경우는 학교에서 준비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도 되지만,
아이들의 발달이나 가치와 관련된 교과는 상당히 오랜 기간 준비해야 하고,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기간도 단기간에 성과를 낼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였죠. 또, 프로젝트의 목표치가 높아질수록 그 준비기간 또한 길고 철저해야 한다는 말씀도..
마지막 질문은, 사회자이기도 한 이경미씨가 했지요. '교사들 사이의 소통의 문제, 교사들의 성장의 문제' 에 대한 것이었죠.
결론은, '끊임없이 서로 이야기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었죠.
소나무의 종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이들이 소나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잘 아는 교사와,
생태 전문가인 교사 사이의 갈등(휴양림에서 고기를 구워 먹어도 되냐, 아니냐의 논쟁 사례는 너무 재미났지요. ^^)을 예로 들어주시면서, 교사들 사이에 소통이 충분치 않을 때는 수업의 목표를 낮추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교사들이 '너와 내가 소통하는 것이 이 수업에서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지요.
질의응답을 마치고, 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이신 정연순 선생님의 총평이 있었지요.
일반학교는 벽으로 둘러싸서 만들지만, 작은학교는 관계와 소통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총평까지 마친 후에, 우리 2기 아카데미 참여자들이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이 어드바이저인 이현경 선생님의 진행으로 이어졌습니다. (2강의 키워드가 '소통'이었으니, 우리도 '소통'의 시간을 가져야죠~ )
각자 다섯장의 카드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물의 이름을 적고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었지요.
영~ 어색하기만 하고, 옆에 앉은 사람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야말로 '뻘쭘'하곤 했던 시간들이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겠지요?
모두들 시간이 부족한 것을 아쉬워하셨는데, 이젠 온라인 게시판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셨으면 좋겠어요~
자~ 그럼, 3강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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