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작성자관리자
날짜2005-03-09 00:00:00
조회수3672
모두가 아시듯 대안학교의 졸업식은 매우 특별합니다. 화려한 내외빈석도 없고 개근상, 장관상, 우수상 등 각종 시상 순서도 없습니다. 졸업생도 많아야 열명 남짓 합니다. 그러나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졸업발표나, 포트폴리오 시연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학교 밖에서 새롭게 가신과 세상을 향한 길을 찾아 나선 친구들의 아픔과 성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이 마음 쓰며 자녀를 지켜보아 온 부모님들의 벅찬 감격과, 함께 울고 웃었던 선생님, 강사님들의 보람도 있습니다.
지난 2005년 2월 26일, 서울시대안교육센터와 같은 공간에 있는 하자작업장학교에서도 주니어수료식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수료한 11명의 주니어들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보내며, 조한혜정 교장 선생님의 축하 말씀을 올립니다.
<하자 작업장 학교 두 번째 수료식에>
- 2005년 2월 26일, 하자작업장학교 주니어수료식 축하의 말씀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새로운 학습 비전을 가진 작업장 학교에 입학해서
스스로 자신의 길을 내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자 작업장 학교가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는 곳인만큼
스스로 방점을 찍으면서 한 발자국씩 가게 되어 있고
오늘은 그 방점을 찍는 날입니다.
방점을 찍기로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려
많은 노력을 기울인 학생들의 모습,
무임 승차가 없는 새로운 학교의 모습을
오늘 여기 오신 분들은 이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자세히 보셨을 겁니다.
길찾기 코스를 끝내고 다음 단계로 가겠다면
학습 계약서를 쓰고 디빌리지에 입주를 합니다.
아니면 학교를 떠나지요.
여러 작업장을 다니면서 전공 탐색을 하다가
전공을 잘 찾아내는 경우도 있지만
종래 방황을 하다가 학교를 떠나가는 이도 있습니다.
물론 떠났다가 또 돌아오기도 하지요.
수료를 하겠다는 것 역시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이 수료를 끝낸 후 계속 하자라는 버스를 탈 것인지
아예 다른 버스로 옮겨 탈지도 스스로 선택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 수료하는 학생들이 1기부터 4기에 걸쳐 있는 것도
바로 우리 학교가 그 자기 주도성의 원칙을 중시하는
맞춤 학습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개교하면서 입학한 소담, 하야시, 그리고 어리.
입학시험격인 쇼하자 무대에서 겁에 질린 듯 아무 말도 못하던 소담.
이제 너무 말이 많아 탈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자가 좀 더 따뜻한 동네가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온 소담은
이제 하자를 벗어나 보다 따뜻한 동네를 찾아내고 또 만들어내리라 믿어요.
부모의 막강한 지지 속에 입학한 어리.
훌륭한 시민이자 음악인인 부모의 외동딸 어리는
모든 것을 지원하고 미리 기획해주는 ‘근대적 부모’를 가진 자녀들이 갖게 되는
전형적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감 없어하면서 오래 방황을 할 것 같았는데,
‘유랑 물고기’와 ‘상상놀이단’에 참여하면서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길을 어느새 찾아내었더군요.
나는 요즘 어리의 편안한 표정에서 위로를 받곤 합니다.
타고난 노마드 족인 듯 방황기를 달고 다니는 해말간 하야시.
그간의 많은 실제 여행을 통해 이제 자기 내면을 든든하게 채워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여행이 여전히 불안하게만 보일 하야시 어머님께는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하자에 아이를 보낼 때부터 무척 힘들어하셨는데
이제 믿어주는 수 밖에 달리 길이 없을 듯 합니다.
오늘 수료식 이후에 함께 차라도 한잔 나누면 합니다.
작업장 학교 2기의 지뢰, 새바, 따구, 한나.
철학자연 하는 10대들이 대개 그렇듯 시니칼 하고
어딘지 불안하고 스산한 느낌을 주는 지뢰를 보면서,
혼자 밖에 모르는 듯한, 그리고 집 떠나 혼자 산다는 말을 들으면서
내심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걱정을 접으라는 듯 어느 날 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와 후배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철학자로
훌쩍 성장한 그가 그저 고맙고 이쁩니다.
패션 디자인을 하겠다고 입학한 새바.
별 말썽 없이 지내고, 때론 자신감이 지나친 것 아닌가 싶기도 했던 새바는
구태여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고도
멋진 스타일리스트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상급생으로 지도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참으로 든든하고,
그래서 시니어에 가서 그가 할 활동에 기대를 갖게 되네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던 따구는 악명높은 상상놀이단 훈련을
호주 여행까지 해서 한번 제대로 거쳤으니
이제는 어디를 가든 그 수준을 유지를 하면서 즐거운 작업 해갈 것이라 믿지요.
머리가 아니라 ‘몸’에 각인 된 것은 쉽게 없어지지 않거든요.
장인 기질을 가진 한나.
하자의 ‘네트워크 학교’적 성격을 실천해준 학생이지요.
한남 전문직업학교에서 풀타임 정규 과정을 거치면서도 하자에 계속 연결을 하고
이제는 바느질 방에서 ‘빡쎈’ 인턴십을 하고 있는,
때론 나보다 더 어른스럽게 느껴지는 한나.
그가 만든 명품 한복 입어볼 날이 올까,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입니다.
작업장 학교 3기 아호, 시빈, 벼리.
솔직히 3기부터 교장이었던 나는 아이들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첫아이의 사진첩이 세 개라도 모자란다면
셋째 아이의 사진첩은 하나도 채 채워지지 않는다고들 하지요.
“맏이를 잘 키워놓으면 셋째는 던져 놓기만 해도 잘 자란다”는 말을
또한 나는 믿거든요.
“믿는 만큼 자란다”는 말은 무책임한 말일 수 있지만 때로 사실입니다.
많은 기획이 아이들을 숨막히게 하는 세상에서는 더욱...
뚝심 있고 사려 깊은 아호는 생활디자인 선배 작업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원래부터 자기주도적인 벼리는 계속 음악과 더불어 멋진 길을 낼 것이고,
자립적이고 생각이 깊은 시빈 역시 사운드 디자이너로,
그리고 음악을 하는 작업자로 계속 벗들과 함께 잘 성장해가리라 믿어요.
유난히 휴학생, 유학생, 자퇴생이 많은 4기에 속하는 페이퍼.
“나는 인문학 전공자다. 다른 매체 작업은 않겠다”면서
고전적 인문학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 하던 페이퍼.
제대로 매체에 대해 알아야 인문학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옹고집을 부리던 페이퍼가 때론 얄밉기도 했지만,
수유+ 너머 연구공간에 다니며,
고정희 백일장을 위해 해남에도 가고, 연세대 인문학 수업도 듣고,
또 선후배의 활동을 곁눈질 하면서 페이퍼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계속 했고
그 결과로 이제 제대로 인문학도가 되는 것에 대한 감을 잡아낸 것 같습니다.
수료식이 끝 난 후 계속 하자에서 업그레이드된 작업을 하든,
하자를 떠나 그 작업을 계속하게 되든
여기서 익힌 자기 성찰성과 자기주도적 태도와 자기 존중심,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모두 계속 멋진 길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기 바랍니다.
특히 인생에서는 호흡을 가다듬고 방점을 찍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누구와 함께 방점을 찍을 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 수료식을 통해 깨달았을 터이니 앞으로도
필요할 때 수료식을 스스로 해내고
또 적절한 시점에 되면 제대로 버스를 골라 타기 바랍니다.
한 때 하자의 가방을 매었던 기억이 늘 도움이 될 겁니다.
끝으로 이 말썽꾸러기, 고집쟁이, 예민 덩어리,
잠꾸러기, 잘난척쟁이, 때론 조울증 기미를 보이는 이 친구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하고 밤늦도록 개별 작업에 몰두하게 만든,
작업장 학교의 아주 오래된 담임 양상,
이번 일로 몸이 많이 상하지 않았나 염려됩니다.
우리가 이런 새로운 ‘학교 만들기’작업을 겁 없이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당신처럼 아이들의 성장을 계속 주시하면서
수료식이 필요하다고 제안을 하고, 우기고 또, 그것을 성사시켜내는
고집스럽고 아름다운 교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열한명의 아이들에게 부모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세심한 돌봄과 파트너 관계를 맺었던 교사들,
시원, 휘, 히옥스, 스콜라, 변, 꼼지, 귀, 남정, 수, 이니그마,
아리만, 도리, 팅, 박한, 종우, 다알리아, 알렉 등등
그리고 여기서 거명하지 않는 많은 하자 판돌과 멘토와 강사들,
모두의 수고와 사랑에 감사의 정을 전하며
2005년 2월 26일 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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